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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작가 공모 - 조각 ③ 송유정] "당신의 얼굴, 그리고 마음이 짓는 다른 표정"

스스로의 감정과 대화하는 과정 속 쌓인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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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4호 김금영⁄ 2017.02.23 09:12:40

CNB저널은 제4회 표지 작가 공모전을 실시하고, 조각 분야의 작가 3명 김의식, 송유정, 장용선을 선정했다. 이번 주는 그 세 번째로 송유정 작가를 소개한다.


▲송유정, '나도 모르지'. 폴리에스터에 아크릴릭, 30 x 20 x 50cm. 2013.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가? 마음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얼굴이라 한다. 조금만 미간이 찌푸려져도 ‘기분이 나쁘구나’ 짐작할 수 있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는 ‘기쁜 일이 있나 보네’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짓고 있는 표정은 당신의 진짜 마음을 나타내는가? 정글과도 같은 이 사회에서 친구, 상사, 동료, 가족과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 가면을 쓰고 진짜 표정을 감추고 있지는 않은가? 그 관계를 지키기 위해 감춘 당신의 진짜 마음은 어떤가? 괜찮은가?


이렇듯 얼굴에 생경함을 느낀 송유정 작가는 이 얼굴들을 작업에 옮겼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는 무수한 얼굴들이 등장한다. 그냥 언뜻 봐서는 다 똑같아 보이는 얼굴들. 하지만 속내는 알고 보면 다 다르고, 품은 이야기도 많다. 그 이야기들의 과정을 따라가 봤다.


▲송유정, '풉-베트맨'. 폴리에스터에 우레탄 페인트, 25 x 20 x 50cm. 2014.

작가는 어린 시절 배려의 미덕을 배우며 자랐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해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에 늘 신경 쓰고, 일순위로 앞섰던 것은 다른 사람의 마음. 그래서 자신의 마음에 크게 신경 쓴 적이 없었다. 이렇다 할 큰 동요도 느끼지 못했었기에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맞이하게 된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 그리고 사회라는 큰 울타리 안에 내던져지는 상황까지. 조용하게 흘렀던 작가의 삶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리고 이때 작가는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큰 감정의 동요를 느꼈다. 그때 바라본 자신의 얼굴은 매우 낯설었다. 매일 거울을 보면서 가장 많이 마주했던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신경쓰다보니, 막상 저는 제 감정에 대해 잘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렇게 처음 느껴보는 감정의 파도가 막 밀려오니까, 저 스스로가 어색하고 낯설었어요. 또 이 과정이 계속되다 보니 저 자체를 타자로 바라보는, 객관화의 태도를 갖게 되더군요. 초창기 작업인 ‘나도 모르지’가 이때 탄생했어요. 제가 느끼는 이 감정들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고, 알아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어할 수 없는 감정의 덩어리들을 형상화시키는 작업에 몰두했죠.”


▲송유정, '감정의 공간'. 나무, 폴리에스터에 우레탄 페인트, 38.5 x 16 x 45cm(왼쪽), 37 x 15 x 55cm. 2015.

‘내 마음인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은 유명 노래 가사나 소설, 영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괜히 그런 것이 아니다. 스스로에 대해 가장 잘 알 것 같지만,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로 인해 엉뚱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도 모르지’ 작품이 딱 그렇다. 정형화되지 않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감정이 담겼다. 작가를 가장 솔직하게 담은 이미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작가는 감정의 덩어리를 형상화 시키는 데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자신의 감정이 작품으로는 전이가 됐지만, 작품을 바라보는 타인과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느껴진 것. 스스로의 이야기에만 그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감정에 대해 더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있다. 일차적 감정과 이차적 감정의 개념이다.


“‘화난다’고 할 때 일차적으로 딱 화난 감정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화나기까지 많은 상황이 있었을 테고, 그 중간에 슬프기도, 놀라기도 했을 테죠. 복합적인 감정의 결과가 ‘화난다’로 나타난 거고요. 또 상황에 따라 이 ‘화난다’가 밖으로는 전혀 다르게 표출되기도 해요. 예를 들어 누군가가 저를 웃기려고 했는데 저는 의도와 달리 기분이 나쁠 수 있어요. 이때 기분이 나쁜 건 마음에서 일어난 일차적 감정이죠. 그런데 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기분 나쁜 티를 내지 않고 웃으면, 그건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표현되는 이차적 감정이에요. 하지만 상대방은 제 이차적 감정을 보고, 일차적 감정이라 생각하겠죠. 이 과정이 반복되면 수많은 감정들이 우리를 돌고 돌아요.”


‘화났다’는 일차적 감정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다르게 표출되는 이차적 감정


▲송유정, '잠재적 희망'. 폴리에스터에 우레탄 페인트, 45 x 35 x 65cm. 2016.

감정의 소용돌이를 ‘잠재적 희망’과 ‘감정의 반복’에 담았다. 이전 작업에서 어떤 표정을 지은 얼굴 형상이 하나 또는 두 개 정도 등장했다면, 이 작품들에서는 얼굴이 여러 개로 증식했다. ‘잠재적 희망’은 얼굴을 쌓아올렸고, ‘감정의 반복’은 여러 얼굴들이 나란히 줄서 있는 모양새다.


그런데 각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점이 있다. ‘잠재적 희망’은 얼굴이 일직선으로 안정적으로 쌓이지 않고 삐뚤빼뚤, 어떻게 보면 무너질 것도 같이 위태위태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쌓여 있다. 이건 정형화되지 않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리의 감정과도 같다.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매순간 새로운 감정들이 생기고, 쌓임을 반복한다. 그런가 하면 ‘감정의 반복’에서는 여러 얼굴들 가운데 혼자서만 독특한 색을 보인 얼굴이 보인다.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다.


▲송유정, '감정의 반복'.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5.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이 작품을 볼 때 눈에 띄는 색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주목하겠죠. 이 독특한 색은 바로 우리 얼굴에 나타나는 감정을 상징해요. 그런데 그 감정이 나타나기까지 있었던 수많은 상황들과 감정의 반복들, 즉 밖으로 표출되진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의 과정들이 있어요. 그 과정이 평범한 색의 얼굴들로 자리를 잡고 있어요. 다 똑같아 보이는 얼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거죠.”


이 가운데 공통점도 보인다. 작가는 얼굴들을 형상화 하는 데 다름 아닌 아기의 얼굴을 내세웠다. 이건 작가가 느꼈던 감정의 생경함에서 비롯된다. 태어나서 거울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아기가 처음 거울을 봤을 때 바로 자신의 모습이라고 알아차리진 못할 것이다. 아마 그보다 먼저 느끼는 건 신기함, 낯섦일 것이다. 작가 또한 수많은 감정을 마주할 때 자신의 얼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보며 낯섦을 느꼈다. 또 이건 꼭 작가에만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기의 얼굴은 작가의 자화상임과 동시에, 우리 모두의 얼굴이기도 하다. 누구나 자신의 얼굴에서 익숙함, 낯섦을 느끼며 살아가기에.


▲송유정, '쑥쓰러워'. 폴리에스터에 우레탄 페인트, 133 x 66 x 5cm. 2014.

“보통 드로잉을 먼저 하고, 조각으로 옮기는데 스스로의 얼굴을 많이 살피고, 주변 아이들의 모습을 많이 관찰했어요. 그럴 때마다 신기했죠. 얼굴에 드러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흥미롭더라고요. 하지만 작업을 할 때는 스스로의 감정에만 빠지지 않도록, 최대한 객관화시켜 이 감정을 마주하려고 해요. 작품은 감정을 담지만, 작업을 할 때는 이성적인 태도로 임합니다.”


아기의 귀와 눈이 붉게, 또는 노랗게 칠해져 있기도 한다. 눈과 귀는 대표적인 의사소통 기관이자, 감정의 교류를 담당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눈과 귀는 일부러 감고, 막지 않는 이상 보고 싶어하지 않아도 보이고, 듣고 싶어하지 않아도 들린다. 그리고 이 눈과 귀를 통해 자신의 감정이 드러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캐치하기도 한다. 작업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송유정, '해피 투게더(Happy Together)'. 폴리에스터에 우레탄 페인트. 2014.

“처음엔 제 감정의 상징물로 작품이 탄생했어요. 그런데 여러 감정을 마주하고 알아가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솔직한 감정을 아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느꼈고요. 추후엔 조각에 있어서 미학적으로 느껴지는 양감을 더 극대화시켜 작업을 이어갈 생각이에요. 유명 조각의 패러디도 생각하고 있고요. 감정에 대한 기본 이야기는 유지하되, 방식을 더 다양하게 확대해 꾸준히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어요.”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추는 게 더 현명한 시대다. 싫은 소리 듣고도 웃어야 하고, 때로는 진실을 감추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대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낯선 자신과 계속 알아간다. 마치 스스로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것처럼. 오늘도 작가는 자신과의 낯선, 새로운 만남을 이어간다.


▲송유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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