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갤러리 도스에서 이시원 작가의 '가장 작은 단위의 사람'전이 3월 1일부터 열린다.
분절된 몸들이 알 수 없는 액체에 휩싸여 있다. 모두 웅크리고 앉거나, 힘없이 누워있거나 혹은 달리기를 하는 듯한 몸의 다리들이 뒤엉킨 모습이다. 그 와중에 이들의 얼굴은 찾아볼 수 없다.
대개 최소 단위로 사람을 나타내기 위해서 얼굴이나 손을 그린다. 그런데 작가 이시원은 어딘가 불편하고 나른한 자세의 다리 부분에 주목한다. 그러고 보니 다리는 오히려 정서의 역동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신체 부위이기도 하다. 현재에서 벗어나 달려 나갈 의지, 아무렇게나 몸을 누이는 게으름 혹은 절망에 허우적대는 발을 통해 작가는 다양한 타인이 요구하는 자신을 드러낸다. 이처럼 그의 그림에서는 타인의 시점으로 점철된 신체의 부분들의 덩어리가 한 인간을 이루고 있다.
이시원은 이에 대해 "살면서 한번쯤은 누군가의 기대가 버거워 차라리 내가 사라져 버렸으면 하고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미 나는 타자가 보내는 시선들로 규정되어져 있고 그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 사람을 이루고 있는 필연적인 관계를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작가노트를 통해 밝힌다.
그는 이어 “복수로 셀 수 없는 한 사람의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 눈앞의 한명의 인간을 이루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질문한다. 3월 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