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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갤러리오 오재란 대표 "관장 아닌 공간연출가+아트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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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6호 김금영⁄ 2017.03.10 16:25:51

▲갤러리오 오재란 대표.(사진=갤러리오)

(CNB저널 = 김금영 기자) 갤러리오의 오재란 대표는 ‘관장’이라 불리길 원하지 않는다. 공간 연출, 비주얼 마케팅을 하는 제이포더디자인의 대표로서 그는 20년 넘게 일을 해 왔다. 가장 많이 마주했던 사람들은 건축업계 사람들. 그랬던 그가 요즘은 작가들을 만나기 바쁘다. 2015년 11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전시 공간 갤러리오를 개관했다. 보통 갤러리를 개관하면 관장이라는 직함이 많이 붙는데, 그는 “관장이 아니라 대표로 불리길 원한다”고 말했다.


“관장이라 하면 미술관, 박물관 등 특정 전시 공간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강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관심을 갖고 펼치려 하는 건 아트와 공간 연출의 결합이에요. 또 아트 에이전시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관장이라는 말보다 대표가 더 익숙해요.”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공간 연출이란 무엇일까? 오 대표의 특성이 발휘되는 분야다. 오 대표는 공간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는 역할을 주로 맡아 왔다. 호텔에서는 방문객이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연출을 원했고, 음식점에서는 식욕을 더 북돋을 공간 연출을 원했다. 주거 공간도 마찬가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 제대로 반영된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갤러리오는 작품이 어느 공간에 들어가면 어울릴지를 가상의 이미지로 보여준다. 여강연 작가의 '캠핑' 작품이 전시된 모습.(사진=갤러리오)

“공간은 그냥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게 다가 아니에요. 넓다고 꼭 좋은 것도 아니고요. 어떻게 공간이 연출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도가 달라지죠. 특히 점점 자신의 개성을 반영한 공간을 만들려는 젊은 세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그들은 자신이 살 공간을 리노베이션 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등 높은 참여도를 보이죠. 또 이건 꼭 건물의 형태를 띤 공간 이야기에만 한정되는 것도 아니에요. 거리 또한 어떻게 연출되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정말 많은 이야기가 이뤄질 수 있는 분야예요.”


그런데 오 대표는 갤러리를 열고 미술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되면서 공간에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를 발견했다. 바로 작품. 어떤 작품을 들여놓느냐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 차분한 공간에 굉장히 튀는 작품을 놓으면 조화가 깨지는 반면, 함께 분위기에 어우러질 수 있는 작품을 넣으면 훨씬 고풍스러운 느낌이 드는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아무리 잘 차려 입었더라도 액세서리 하나를 잘못 차면 전체 조화가 어긋나요. 균형이 중요하죠. 작품도 이와 같았어요.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죠. 단순 장식품이 아니에요.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아침에 일어나서 볼 때마다 매력이 색다르죠.”


▲'그림그대로 - 아트 프린터' 1회 전시가 열렸던 갤러리오 전시장 일부.(사진=김금영 기자)

물론 가구도 공간 디자인의 중요한 부분이다. 요즘은 소비자의 심미적 취향도 자극하기 위한 디자인 가구가 인기다. 그런데 아무래도 기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TV는 소리가 잘 나오고 화질이 좋아야 하며, 옷장이나 서랍장은 수납의 기능이 좋아야 한다. 이 가운데 작품은 심미적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공간에 들여놓을 작품 선정은 그 어떤 것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그래서 오 대표는 작품을 볼 때 늘 공간을 함께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를 위해 갤러리오의 전시 공간도 활용한다. 어떤 공간에 들어가 어떻게 배치되면 좋을지 미리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프로젝트와 작가를 연결하는 아트 에이전시 역할


▲세종시에 설치된 노동식 작가의 '민들레 홀씨 되어'. 갤러리오가 중간에서 진행 과정을 담당했다.(사진=갤러리오)

그런데 공간 연출을 할 때 또 중요한 점을 발견했다. 오 대표가 앞서 말했던 ‘아트 에이전시’의 역할이다. 일반적으로 대형 갤러리엔 전속 작가가 있다. 그런데 오 대표가 말하는 아트 에이전시는 이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오 대표는 최근 진행한 세종시,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작업 이야기를 꺼냈다.


오 대표에게 의뢰가 들어왔다. 세종시는 도시의 문화 콘텐츠, 예술성 개발을 위해 거리와 공원 곳곳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여기에 적절한 작품을 소개해달라는 것이었다. 오 대표는 공간을 살펴보고 공간의 콘셉트를 고민했다. 그 결과 노동식 작가의 ‘민들레 홀씨 되어’ 조형 작품이 설치됐다.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시 제목이기도 한 이 작품은 탁 트인 공간에 설치돼 다가오는 봄의 기운을 느끼게 했다. 어두워지면 이 작품에 불이 들어와 반짝반짝 밤하늘을 밝혀 눈길을 끈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는 갤러리오가 컨설팅한 작품이 두 점 설치됐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이 공간에 어울리는 작품을 선정하기 위한 공모를 진행했다. 이 공모를 보고 오 대표가 공간의 특성을 미리 살펴봤다. 그리고 콘셉트가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에게 제안해 공모에 응했고, 최종적으로 선정됐다.


▲공간 연출 분야에 종사해온 경험을 살려 오재란 대표는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작품 설치 공모에 선정됐다.(사진=갤러리오)

“두 가지 일을 진행하면서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게 바로 중간의 징검다리 역할이에요. 지자체의 경우 예술적인 감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가 있어요. 조형물의 경우 크고 유명한 것을 설치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단순하게 판단할 때가 있죠. 안타까웠던 게 싸이의 ‘강남스타일’에서 따온 손 모양, 그리고 영화 ‘괴물’을 활용한 괴물 모양 조형물이에요. 물론 이 조형물에 흥미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 조형물이 도시를 유명해지게 만드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죠. 일본의 경우 쿠사마 야요이의 ‘펌킨’ 작품이 설치돼 도시 자체가 관광도시로 유명해진 사례가 있었어요. 이 조형물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도시를 찾아갔죠. 그런데 작업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이 설치된 손, 그리고 괴물 조형물의 경우 이 부분을 성공시키지 못했어요. 작가들이 주요 콘셉트를 잡은 게 아니라, 의도된 대로 만들어진 형태죠.”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작가들에게만 모든 것을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 대표는 “작가들에게는 작업에 대한 가치관이 있다. 그런데 이 가치관이 의뢰 조건과 잘 맞을 때도 있지만, 그러지 않은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작가와 의뢰인 사이 조율을 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시와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의 경우 아트 컨설팅이 잘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작가들의 작업, 그리고 공간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었던 덕분이었어요. 작품에 대한 정보가 없는 공공기관, 그리고 공공기관의 니즈(needs)에 관한 정보를 얻기 힘든 작가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죠. 이게 제가 생각하는 아트 에이전시의 개념이에요. 단순히 전시를 열어주는 것에서 끝이 아니라, 작가들의 아카이브를 구축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것. 그래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죠. 연예 엔터테인먼트로 비유하자면 소속사와도 같은 개념이에요.”


예술의 대중화를 위해 시작한 ‘그림그대로’ 브랜드


▲아드리안, '블라블라블라(BlaBlaBla) 01'. 60 x 60cm. 2016.

아트 에이전시의 개념에서 오 대표가 시작한 것이 있다. 바로 ‘그림그대로’ 브랜드. 2016년 12월 ‘그림그대로 - 아트 프린트’전을 처음 열었다. 박성림, 여강연, 이돈아, 이보형, 이익재, 신상철, 타타루가까지 작가 7명이 참여해 원화를 디지털 프린팅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엔 업그레이드된 두 번째 시즌이다. 김기영, 김도희, 김민정, 김선옥, 김연수, 김종준, 박창환, 손경진, 신리라, 아드리안, 이덕용, 이수미, 이재은, 이향연, 호진, 젠박 작가가 참여해 갤러리오에서 3월 29일까지 전시를 펼친다. 전시를 위해 새롭게 공식 사이트도 마련했다. 이 사이트에 참여 작가들의 아카이브가 구축됐다. 또 작가와 작품들의 정보는 물론, 공간에 어떻게 연출되면 좋을지 구상한 이미지 컷도 함께 볼 수 있다.


▲이덕용, '리틀 띵스 시리즈(Little Things Series)'. 2017.

“자체적으로 공모전을 진행해서 작가를 모집했어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재능이 있지만 작업이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예요. 작가와 기업의 컬래버레이션이 활발한 시대지만, 스타 작가를 중심으로 계속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갤러리오는 새로운 작업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어요. 여기서 스타가 탄생할 수도 있는 거고요. 갤러리오와 인연이 닿은 작가에게는 전시를 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 프로젝트 진행에도 함께 할 생각이에요. 스타 작가가 탄생됐다고 끝이 아니에요.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대표도 단지 스타 하나 탄생을 목표로 하지 않았어요. 보다 재능을 가진 스타를 발굴하고, 이들이 재능을 전 세계에 떨칠 수 있도록 도왔죠. 아직은 미약하지만 저도 공간을 읽는 제 재주를 발휘해 작가들에게 보다 많은 길을 넓혀주고 싶어요.”


또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최종적으로 ‘예술의 일상화, 대중화’를 목표로 하는 오 대표의 발걸음이다. ‘그림그대로’가 그렇다. 고가의 원화를 구입할 여력은 안 되지만, 작품에 대한 흥미가 많은 초보 컬렉터를 위해 아트 프린트 작품을 선보인다. 하지만 그냥 찍어내기 복사판이 아니다. 각 작품에는 에디션 넘버가 부여됐고, 작가들이 직접 재구성 방식에 참여하면서 원화에 대한 재해석을 거쳤다. 그래서 원화와는 또 차별화된 각각의 고유성을 가졌다.


▲김종준, '이판사판 야단법석 300'. 2017.

“그림그대로 첫 전시 때 작품을 구경하고 공간 컨설팅까지 해서 구매해 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예술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 역시 그랬어요. 그런데 작품을 감상하면서 ‘꼭 억대 작품만이 좋은 게 아니구나’라고 느꼈어요. 일부만 보고 전체를 판단했던 거죠.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작품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하고 싶어요. 그림그대로는 그 시작인 거죠.”


‘그림그대로’는 첫 전시 때 리세일(resale)을 진행했다. 100개 에디션이 모두 판매된 뒤 작품을 또 사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기존에 작품을 샀던 사람에게 재판매 의사가 있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재판매가 이뤄질 경우 기존 팔렸던 가격에서 20% 상향된 가격으로 판매가 진행된다. 계속해서 작품 구매의 순환 구조를 이루면서, 작품 구매에도 익숙해지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신리라, '#home #landscape'. 2017.

지금까지 약 20여 명의 작가가 ‘그림그대로’에 참여해 150~200개 작품을 선보였는데, 하반기에는 작가 모집을 새롭게 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중 50명을 선정해 3년 동안 집중적으로 관리해주며 아트 에이전시의 형태를 갖춰나가겠다는 계획이다. 3년이 지난 다음에는 또 새로운 작가들과의 만남을 이어간다. 이쯤 되니 관장이 아니라 대표로 불리고 싶다는 그의 마음이 이해된다.


“저는 공간 연출가이자 아트 디렉터가 되고 싶어요. 작가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더 많은 작업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 마음에서 시작했고요. 물론 시행착오가 있고 힘들죠. 하지만 더 열심히 공부해서 내년엔 해외 페어에도 나가보고, 공간 연출로도 더 많은 이야기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호진, '창조의 비타민 S100501G'. 에디션 100 - No.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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