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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동 작가가 밤에 찾아간 곳들

갤러리퍼플 개인전에 팽팽 긴장감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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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3호 김금영⁄ 2017.11.09 15:40:21

▲김태동, ‘강선(rifling)-025’.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150 x 180cm. 2017.

남양주 갤러리퍼플이 11월 10일~12월 23일 김태동 작가의 개인전 ‘리포트(report)’를 연다. 작가는 도시 역사 이면에 가려진 이야기와 도시 이미지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감을 사진에 담는다.


특히 작가는 사건의 명백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진 작업이 아닌, 부분적인 연출을 통한 불분명하고 함축적인 일상의 장면을 보여준다. 기능이 정지된 새벽 시간의 대도시 공간과 인물들(Day Break, 2011-), 개발과 파괴가 반복되는 서울 경계의 기묘한 도시 색들(Break Days, 2013-), 뉴욕 변두리의 낯선 공간(Symmetrical, 2010-), 도쿄의 유흥가 가부키초에서 만난 한국인들(Club Sistar, 2014-), 보통의 공기와 전운이 뒤섞여 감돌고 있는 접경지대 마을의 풍경(강선, 2015-)들이 카메라에 담겼다. 이번 전시에서는 ‘데이브레이크(Day Break)’ ‘강선’ ‘타임 트리(TIME TREE)’ 작업 등 밤의 여정과 관련된 작업들을 선보인다.


데이브레이크 시리즈는 밤이라는 특정한 시간대에 기능이 정지된 서울을 배회하며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들을 찍은 작품이다. 한강대교 아래, 육교 앞, 넓은 도로, 스케이트장 등 거대한 인공구조물 앞을 지나가는 예측불가한 행인들을 즉석에서 섭외해 촬영했다.


▲김태동, ‘타임 트리(reported time box : tree) 003’.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44 x 33cm. 2017.

보통 인물사진을 찍을 때 대상을 먼저 정하고 그 배경으로 공간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인데, 작가는 의도적으로 공간을 먼저 선택한 뒤 우연의 인물을 추가해 촬영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리고 작가만의 공간과 인물 어느 것도 배경이 되지 않도록 두 대상이 한 화면에 드러나게 함으로써 팽팽한 긴장감을 드러낸다.


서울의 도시풍경과 함께 전시되는 ‘강선’ 시리즈는 2015년 DMZ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작가가 진행해 온 작업이다. 전쟁의 잔흔이 남아 있는 경원선 라인 인근(동두천 역부터 기차가 더 이상 갈 수 없는 백마고지 역까지)을 추적하면서 적막한 시골 마을을 발견했다. 비극적인 역사의 흔적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지역에서 살아가는 그들만의 평범한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가장 북쪽의 마지막 번화가인 동성터미널, 미군들에게 햄버거를 판매하는 군복무늬의 코스튬을 한 여인, 전쟁 당시의 총탄 자국 등 정치적·문화적으로도 특수성을 지닌 그곳만의 생활방식들이 만들어낸 특유의 긴장감이 만들어낸 낯선 밤풍경. 하지만 동시에 반어적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밤하늘의 별 이미지까지 모두 카메라에 담았다. 강선 시리즈는 데이브레이크 시리즈와는 달리, 공간과 인물을 분리해 각각의 대상에 집중하는 방식을 취한다. 특히 인물 작업의 경우 가로 프레임의 화면에 대상을 전면에 가득 등장시키고, 배경에서 인물의 주변 환경을 읽어낼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연출했다. 매우 제한적이고, 불분명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이미지들을 감각적으로 배치한 점이 눈길을 끈다.


▲김태동, ‘강선(rifling)-021’.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79 x 103cm. 2017.

작가가 2년 동안 머문 공간을 기록한 ‘타임 트리’ 시리즈는 계절, 밤, 낮의 서로 다른 시간을 담고 있다. 작가가 대상을 선택하고 시간과 공간에 대한 오랜 기록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타임 트리 시리즈는 작업의 방식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갤러리퍼플 측은 “김태동 작가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바탕으로, 밤이라는 시간대의 특정한 조건이 주어짐에 따라 일상과는 다른 시공간을 탐험하며 이미지를 수집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마주치는 것들을 촬영하는 짧은 관계를 반복하면서 일상과 공간 속에 묻혀있는 미묘한 기운을 작업에 담아 보여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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