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바톤은 10월 6일까지 한남동 전시 공간에서 김상균 작가의 개인전 ‘다시 쌓아올리기’를 연다. 일제 강점기에 제국주의 양식으로 지어지고 현재는 초현대화한 도심에서 과거를 환기시키는 유적지로 존재하는 건물들에 주목, 그 안에 담긴 시대정신과 힘의 헤게모니, 구체적인 표현의 형식을 자신의 조형화법에 농밀하게 녹여낸 신작을 대거 선보이는 자리다.
2015년 바톤과의 첫 개인전에서 작가는 양차대전 전후 대한민국은 물론 동아시아를 광범위하게 휩쓸고 지나간 제국주의 열강의 잔재이자, 20세기 초반의 지배적인 건축 양식을 기반으로 한 작업을 선보였다. 작가는 이를 통해 자신의 예술 철학의 주요 기조로써 ‘후기 식민지주의’를 은연중에 드러냈다.
그는 제국주의풍 건물의 파사드를 차용해 정확한 스케일로 축소된 콘크리트 패널을 생성한 후, 수많은 조각으로 나누고 다시 군집시키는 방식을 통해 고부조와 저부조가 혼용된 평면 작업과 조각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타자에 의해 인위적으로 지어진 건물이 과거 일시적으로 가졌던 정체성을 해체하고 부여됐던 권위를 부정하는 접근법을 취했다.
‘다시 쌓아올리기’라는 전시 제목과 같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파사드의 외형적 특징을 간직한 채 최소 단위로 분할된 콘크리트 조각을 조적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조각 작품을 주로 선보인다. 이런 시도는 각각의 조각의 수직적 합이 마치 현대적 건물의 모델하우스 혹은 원거리에서 관찰된 실물과 같은 시각적 효과를 불러온다.
갤러리바톤 측은 “작가 작품의 주재료인 콘크리트의 사용은 근대 이후 영국에서 태동한 건축의 한 경향인 브루탈리즘을 연상케 한다. 비형식 지향, 거친 조형, 균형감 및 심미주의 거부, 내부 재료의 인위적 노출 등에서 그 유사성을 가진다”고 밝혔다.
이어 “제국주의를 풍미한 모더니즘 건축에 대한 반발에서 브루탈리즘이 배양된 점을 감안할 때 작가의 이런 의도는 제국주의 건축의 기반이 됐던 모더니즘 양식을 통해 탄생한 건물들을 단순히 외형적 혼돈 부여(콘크리트 조각의 작위적 배열)로만 다루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사조의 형식과 규범적 특성을 빌어 재차 논하고 있음이 주목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