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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질의 행위에 집중해 그려낸 신경철 작가의 숲

리안갤러리 서울서 개인전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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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18.12.11 11:20:19

신경철, ‘티-히어(T-HERE)-27#3’. 리넨에 연필, 아크릴릭, 60.6 x 90.9cm. 2018.(사진=리안갤러리 서울)

리안갤러리 서울은 ‘숲’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전시로 신경철 작가의 개인전 ‘소멸(Evanescence)’을 12월 25일까지 연다.

작가의 회화는 어렴풋한 숲의 전경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모노톤으로 칠해진 흐릿하고 어른거리는 듯한 형상은 현실의 숲을 묘사한 것이 아닌, 우리의 의식 속에 관념화된 숲의 이미지를 구현한 것이다. 작가의 회화는 서서히 소멸되고 있는 어렴풋한 기억 속 풍경에 구체성을 부여해 물리적 형상으로 탈바꿈시켜 실제계로 재소환한 것이다.

작가는 명료한 형상을 추구하는 풍경성보다는 붓질을 통해 그려나가는 ‘행위’ 그 자체에 의미를 둔 작업 양식을 채택한다. 먼저 캔버스에 수차례의 석회칠과 건조 과정을 거친 뒤 사포로 문질러 매끄러운 표면을 획득한다. 여기에 흰색 또는 은회색의 단색 물감으로 어떤 붓질의 흔적이나 표현성도 감지할 수 없는 중립적 공간을 만들어 낸다.

 

신경철, ‘티-히어(T-HERE)-125’. 리넨에 연필, 아크릴릭, 97 x 193.9cm. 2018.(사진=리안갤러리 서울)

그 후 누구나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을 법한 숲의 전경을 직접 촬영하거나 인터넷에서 찾아낸 기존 이미지를 차용해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보정, 재조합해 새로운 풍경을 제조한다. 이를 기준으로 흰색 바탕의 경우 은회색으로, 또 은회색 바탕일 경우에는 노랑이나 파란색 계열의 물감으로 속도감과 여러 방향성이 느껴지도록 거칠고 빠르게 칠해 나간다.

작가의 행위의 정점은 연필로 하나하나 세밀하고 끈질기게 테두리선을 덧입히는 작업에 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 형광펜으로 낙서를 한 후 형상의 모호함을 해소하기 위해 연필로 윤곽선을 그려 나가던 단순한 놀이와 같은 행위가 내 예술적 영감의 단초가 됐다”고 밝혔는데 그의 회화 작업에서 이 세필 과정은 더 이상 놀이가 아니라 고도의 집중력과 매우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을 요하는 행위로 변모한다.

리안갤러리 서울 측은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서 은회색이나 형광성 색채를 빈번하게 사용하며 반사성을 강조하는데, 이는 인지한 풍경을 비현실적으로 변환시키는 수단”이라며 “이는 작가 자신의 정신적 내부를 투사하는 감각화된 빛의 자취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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