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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구마몬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민음사, ‘구마몬의 비밀’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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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18.12.26 16:41:04

7년여 전, 등장한 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일본을 넘어 아시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캐릭터. 검은 털로 뒤덮인 퉁퉁한 몸, 늘 놀란 눈동자를 하고 붉게 상기된 얼굴로 좌충우돌 말썽을 일으키는 곰, 구마몬(쿠마몬)이다. 민음사가 구마몬 캐릭터의 성공 비결을 파헤치는 책‘ 구마몬의 비밀’을 펴냈다.

규슈 신칸센 전면 개통을 앞두고 오사카와 후쿠오카 그리고 종점 가고시마로 이어지는 선로상에서 그저 통과역에 지나지 않았던 구마모토. 현청의 공무원들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도모하기 위해 고민했고, ‘구마모토 서프라이즈’(구마모토만의 참신한 모습, 획기적인 즐거움, 경이로운 면면을 찾아내는 프로젝트)라는 기획 아래 ‘구마몬’을 만들었다. 비록 ‘곰(熊)’이 사는 고장은 아니지만 ‘구마모토(熊本)’라는 이름에 착안해, 언제 어디서나 얼굴을 내밀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지역 마스코트를 구체화해 낸 것.

애당초 구마몬은 신칸센 개통과 함께, 오사카(간사이) 지역의 관광객 유치를 위해 준비한 캐릭터였지만, 담당 공무원들의 치밀한 비즈니스 감각과 지방자치단체장의 지원 아래, 지역 마스코트 성공 모델로 자리 잡으며 성공을 거둔다. 구마모토는 구마몬을 통해, 2017년 한 해 동안 1조 4000억 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기적의 전모를, 구마모토 현청 공무원들의 피땀 어린 고군분투를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들려준다.

책은 구마몬 캐릭터가 어떻게 정체성을 확립했는지 짚는다. 보통의 경우, 지역 마스코트는 지역색을 드러내는 데에 중점을 두고 제작되기 마련이라 특정 지방의 유명 조형물, 특산물 등으로 꾸며져 왔다. 하지만 팀 구마몬은 이렇듯 일차원적이고 안일한 발상부터 깨부수며, 모두에게 친숙하고 범용성을 지닌 ‘곰’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기로 결정했다는 것.

이어서 캐릭터의 외양뿐 아니라 ‘구마모토 현청의 영업부장’이라는 ‘진짜’ 직책부터, 덜렁대고 엉뚱하고 조금은 당돌한 성격까지 구체적으로 조형해 내며 캐릭터의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지방 마스코트가 자신의 고향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대도시에서 유명 연예인이나 할 법한 ‘실종 이벤트’와 ‘출몰 이벤트’ 등 활동을 개시한 것, 지역이 아니라 캐릭터 자체를 앞세운 점 역시 획기적인 사건으로, 구마몬을 대중의 눈에 각인시키는 데 영향을 끼쳤다.

또한 책은 그렇다고 구마몬의 성공 비결이 단순히 귀여운 외양과 대외적 활동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지방 마스코트로서 주민들의 행복을 최대화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고 강조한다. 일단 구마모토의 보육원과 유치원, 초등학교 등을 순회하며 어린이들의 관심을 환기하는 데 주력했고, 그것을 통해 아이들의 부모, 조부모들과 급속도로 친분을 쌓았음을 짚는다.

그리고 이런 관계를 바탕으로 구마모토를 널리 알리고, 지역 생산품을 내다 파는 일에 필요하다면 캐릭터 사용료를 한 푼도 받지 않고 구마몬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했다. 기존의 캐릭터 산업 구조를 뒤집어엎는 역발상이 적중해 구마몬과 구마모토의 부가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주민들의 행복도를 견인하는 데도 일조했다고 분석한다.

이 책은 구마모토 현청, 아니 구마모토현의 모든 사람들이 일치단결해 일궈 낸 ‘구마몬 성공담’이 오롯이 담겼다.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도, 임기응변과 요행만으로 성취되지도 않음을 일깨워주는 이 책은 나날이 성장해 가는 캐릭터 산업 관계자, 다종다양한 영역의 마케터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발전과 주민의 행복을 위해 분투하는 모든 이들에게 조언을 전한다.

구마모토현 팀 구마몬 지음, 정문주 옮김 / 1만 4800원 / 민음사 펴냄 / 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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