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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딸이 되기 위해 바르게 앉아야 했던 여성의 이야기

여성의 시각에 초점 맞춘 ‘재-분류 :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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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19.04.25 11:01:54

‘재-분류 :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전이 열리는 전시장.(사진=수원시미술관사업소)

경기도 수원시미술관사업소(소장 김찬동)은 첫 소장품 기획전 2019 ‘재-분류 :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를 12월 15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연다.

수원시는 서양화가 나혜석(1896~1948)의 고향이기도 하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소장품 수집을 통해 미술관 고유의 정체성을 구축하고자 지난 3년 동안 여성주의 미술을 수집 방향의 하나로 삼아 왔다. 이번 전시는 2015년 10월 미술관 개관 이후 지난해까지 수집한 소장품 중 여성 작가 7인의 작품을 선별해 소개하는 자리다.

 

전시명인 ‘재-분류 :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는 소장품을 기획 의도에 따라 다시 분류해 소개한다는 의미를 지녔다. 부제인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등대로’에서 차용한 것으로, 여성을 감수성과 영감의 원천인 밤으로 형상화한 표현이다. 또한 이것은 여성과 남성, 낮과 밤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에 대해 제기하는 의문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전시는 미술에서 주로 재현의 대상이었던 여성을 미술 생산의 주체로 바로 세우며 여성의 시각을 드러낸다.

 

김인순, ‘그들의 꿈은 어디로 가나’. 캔버스에 아크릴, 194 x 392cm. 2005.(사진=수원시미술관사업소)

이번 전시는 회화, 조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이뤄진 작품 17점을 통해 작가 혹은 여성으로서 자신의 시각을 표현하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작가의 생년에 따라 크게 첫 번째 밤(1940~1950년대 생)과 두 번째 밤(1960~1970년대 생)으로 공간을 구분했고, 전시 말미에는 각 작품에 대한 설명 카드를 배치해 관람객 스스로 작품을 재분류해볼 수 있는 참여 코너를 마련했다.

 

첫 번째 밤에서는 1980년대 여성 현실을 반영한 사회 비판적 작품으로 주목받아 온 김인순(b.1941)과 윤석남(b.1939)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김인순 작가의 작품 ‘그들의 꿈은 어디로 가나’(2005)는 뿌리를 여성의 상징으로 형상화한 약 4미터에 이르는 대작이다. 땅에서 뽑혀 나온 뿌리들이 뒤엉켜 강한 생명력을 분출하는 이 작품은 땅과 뿌리가 내포하는 생명의 힘을 여성의 근본적인 힘과 연결시킨다.

윤석남 작가의 ‘인물’(2005)은 작가가 지속적으로 작업해 온 여성의 형상이 그려진 통나무 작품이다. 나무라는 자연 재료가 주는 편안함, 소박함과 함께 단단한, 강인함 등의 복합적인 느낌을 통해 여성의 다층적인 삶을 이야기한다. 나무 속 여성의 강한 시선은 관람객과 마주하며 이번 전시가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시각과 인식을 전달한다.

 

윤석남, ‘인물’. 나무 위에 아크릴, 74.5 x 31cm. 2005.(사진=수원시미술관사업소)

여성을 직접적인 주제로 삼은 작품과 함께 작가의 개인적인 체험과 순수한 조형성 탐구를 주제로 삼은 작품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1983년 도불한 한순자(b.1952) 작가의 ‘동그라미들’(2009)은 원의 형태를 가장 완벽하고 조화로운 미적 대상으로 보는 작가의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밝은 색상과 다양한 크기의 동그라미들이 가진 율동성은 곡선의 부드러움과 생동감을 전달한다.

두 번째 밤에서는 1960년대 이후 출생 작가 9명의 작품이 소개된다. 임선이(b.1970) 작가는 ‘삼초점의 시선 1’(2008)을 통해 시각의 불안정함과 불확실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천 장에 이르는 지형도를 쌓아 정교하게 잘라낸 후 사진으로 완성한 이 작품은 마치 실재하는 듯 실재하지 않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변형한 시점과 잘려진 풍경을 통해 같은 대상일지라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인식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 보여준다.

 

송상희, ‘착한 딸이 되기 위한 몸짓-바른 자세로 앉기’. 2001.(사진=수원시미술관사업소)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송상희(b.1970) 작가의 작품 ‘착한 딸이 되기 위한 몸짓-바른 자세로 앉기’(2001)는 여성의 바른 자세를 설명하는 일종의 안내문과 마치 고문 기구처럼 보이는 차가운 철재 의자가 배치된 설치 작품이다. 일상 어디에서든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함을 암시하는 이 작품은 여성성이라는 강제된 이데올로기적 권력을 섬세하게 비판하는 동시에 착한 딸이라는 명목으로 여성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김찬동 수원시미술관사업소장은 “전시된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개별 특징들을 발견해 봄으로써 여성주의 미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질문할 수 있는 뜻깊은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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