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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기업] PART 1. LG유플러스에 펼쳐진 구족화가 5인의 특별한 이야기들

구족화가 5인 특별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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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8호 김금영⁄ 2019.08.13 15:29:16

구족화가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LG유플러스 용산사옥 로비.(사진=김금영 기자)

“그림이란 손으로 그리든 발로 그리든 따뜻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말의 주인공은 오순이 작가. 3세 때 열차에 치여 두 팔을 잃은 그는 발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다 초등학교 은사의 지도로 동양화의 길에 접어들었다. 작가는 좌절보다는 배움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그림을 그렸고, 그 마음이 그림 ‘내 마음의 풍경-6’에 담겼다. 산수 아래 조화롭게 자리 잡은 집과 집 사이 여백이 인상적인 이 그림은 작가의 깨끗한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느낌이다.

 

LG유플러스 CSR 캠페인 ‘아버지…당신이 웃고 있어 행복합니다’ 영상 주인공인 임경식(맨 왼쪽) 작가가 용산사옥에서 그림 그리기를 시연했다.(사진=LG유플러스)

그림이 전시된 곳은 LG유플러스(부회장 하현회) 용산사옥 로비. LG유플러스는 손대신 입과 발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 특별 전시회를 8월 30일까지 연다. 전시엔 오순이 작가를 비롯해 임경식, 김명기, 박정, 박종관 작가까지, 한국구족화가협회 소속 5인이 참여한다.

작가 5명은 각자의 사연을 지녔다. 임경식 작가는 1995년 20세의 어린 나이에 교통사고로 전신 마비가 됐다. 그의 그림엔 금붕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작가 자신을 상징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금붕어는 어항 속에 갇혀 있다. 하지만 그가 그리는 ‘꿈을 꾸다’ 시리즈 속 금붕어는 어항을 벗어나 마치 새처럼 하늘과 빨랫줄에 걸린 옷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자유를 얻어 마음껏 세상을 유영하는 금붕어의 모습이 매우 행복해 보인다. 이렇듯 작가는 장애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그림을 그리며 세상과 폭넓게 소통한다.

 

LG유플러스 용산사옥에서 진행되는 구족화가 특별전에서 박정(왼쪽에서 두 번째) 작가가 작품 ‘또 다른 시선’을 설명하는 모습.(사진=LG유플러스)

“작가가 되는 것이 어린 시절의 꿈이었다. 긴 삶을 돌아 꿈을 이뤘다”고 담담하게 고백하는 박종관 작가는 그림 ‘프레디의 절규’에 열창하는 가수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을 담았다. 작가는 1986년 이라크 건설 현장에서의 사고로 29세의 창창한 나이에 전신 마비가 됐다. 비슷한 시기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퀸은 프레디 머큐리의 에이즈 감염으로 라이브 활동을 중단했다.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인물의 이야기는 작가의 작업에서 만났다.

퀸의 활동 중단 시점인 1986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공연에서 프레디가 열창하는 모습은 오늘날 전설적인 공연으로 회자되며, 열정의 상징으로도 이야기된다. 하지만 작가에게는 프레디의 이 노래가 절규로 들렸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 사고로 절망에 빠져있던 자신의 모습과 활동을 중단해야 했던 프레디의 힘든 상황이 겹쳐 보인 것. 하지만 작가는 상처와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프레디처럼 단지 좌절에 빠지지 않고,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이번 전시에 선보였다. 이제 절규만이 아닌 희망의 외침이 함께 들리는 것 같다.

 

구족화가 특별전에 상영되는 영상은 참여 작가들의 작업 세계를 소개한다.(사진=김금영 기자)

그림으로 희망을 찾은 박종관 작가처럼 김명기 작가 또한 “장애가 있다고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내 이야기로 나를 대변할 수 있는 그림이 있다”고 말한다. 김밝은터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그는 7살이 되던 해 전기 감전으로 두 팔을 잃었다.

하지만 그의 두 팔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의 두 팔은 그림에서 빌딩과 다리 등 건축물의 모습이나 산과 들 등 자연의 모습으로 변화해 나타난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그림 ‘꿈꾸는 도시-야경’에서도 이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림엔 부산의 야경이 보이는데, 아름다운 다리를 감싼 고층 빌딩들이 손가락의 형태로 나타난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작품뿐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작가는 줄기세포나 손의 골격을 적극적으로 등장시키며 예술로 자신의 팔을 표현한다. 물리적인 팔은 현실에 없을지라도, 이처럼 그의 팔은 예술 속에서 마음껏 날개를 펼치고 있다.

 

임경식 작가의 작품이 설치된 공간. 그의 그림 속 금붕어는 어항을 벗어나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닌다.(사진=김금영 기자)

 

그림으로 사회와 소통하는 구족화가 5인

 

3세 때 열차에 치여 두 팔을 잃은 오순이 작가는 발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다 초등학교 은사의 지도로 동양화의 길에 접어들었다.(사진=김금영 기자)

박정 작가의 그림에서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그는 1991년 17살이 되던 해, 실내 수영장에서의 다이빙 사고로 전신 마비가 됐다. 이때 받은 심신의 상처와 좌절감을 가족들에게 쏟아낸 시절도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을 열심히 간호하던 누나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작가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작가는 손대신 입에 연필을 물었고, 그렇게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게 됐다.

사고 이후 혼자인 시간이 많았던 작가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크게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인물을 그리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그림들에서 어떤 인물의 옆모습 또는 뒷모습을 주로 보여줬다면 이번 전시 출품작 ‘또 다른 시선’에서는 관람자와 시선을 마주치는 인물을 등장시켰다. 그림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그림 속 인물과 눈을 맞추고 교감하는 느낌이 든다. 이는 세상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마주보려는 작가의 의지와도 같이 느껴진다. 작가는 “누군가 제 작품 앞에서 3초만 머물러 준다면 저는 그것에서 큰 감동을 느낀다. 그런 그림은 저를 살아가게 하는 생명의 연장선”이라고 그림의 의미를 밝혔다.

 

“작가가 되는 것이 어린 시절의 꿈이었다. 긴 삶을 돌아 꿈을 이뤘다”고 담담하게 고백하는 박종관 작가는 그림 ‘프레디의 절규’에 열창하는 가수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을 담았다.(사진=김금영 기자)

모든 작품을 둘러보고 난 뒤 다시금 전시장을 거닐다 작은 꽃다발 하나가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전시를 방문했던 한 관람객이 두고 간 것이라 한다. 인생을 무너뜨릴 수도 있었던 좌절의 순간들을 예술의 힘으로 극복한 작가들이 바라보고 그린 희망이 관람객의 마음에도 닿은 것이 아닐까?

한편 이번 전시는 LG유플러스 전액 후원으로 열린다. 임경식 작가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캠페인 영상 ‘아버지…당신이 웃고 있어 행복합니다’가 SNS에서 화제가 돼 임 작가를 포함해 구족화가 5인의 특별전이 마련된 것.

 

7살이 되던 해 전기 감전으로 두 팔을 잃은 김명기 작가는 “장애가 있다고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내 이야기로 나를 대변할 수 있는 그림이 있다”고 말한다.(사진=김금영 기자)

이번 특별전을 기념해 한국구족화가협회 소속 작가 아트 상품 판매전도 6월 26일~7월 2일 용산사옥 지하 1층에서 진행됐다. 구족화가 작가 5인의 작품으로 만들어진 감사카드, 메모지, 플래너, 머그컵 등 40종의 상품을 판매했다. 수익금은 협회에 전액 기부돼 구족화가 작품 활동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LG유플러스 측은 “이번 전시는 소외 계층을 응원하는 고객들의 자발적 참여로 열려 의미가 더욱 크다”며 “참여 작가 5인은 신체적 장애로 인한 차별을 열정과 의지로 극복하고, 한 발 더 나아가 그림으로 승화시켰다. 이들에게 그림은 세상을 만나는 공간이자, 신체 및 정신적으로 무한한 자유를 얻는 가능성의 공간”이라고 밝혔다.

 

박정 작가는 작품 ‘또 다른 시선’에 관람자와 시선을 마주치는 인물을 등장시켰다.(사진=김금영 기자)

이어 “구족화가들이 예술가로 거듭나기까지 주변의 도움은 필수적이었다. 작가들의 작품은 작가 개인을 넘어 공동체가 만들어낸 합작품이기도 하다”며 “이번 전시엔 그림으로 사회와 소통하며 무한한 창작 의지와 자유를 펼쳐낸 작가들의 삶이 녹아 있다”고 전시의 의의를 밝혔다.

또한 “이번 전시가 참여 작가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희망이 전해지는 창구이자, 아름다운 삶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동시에 사회와 기업이 공생하는 문화가 정착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앞으로도 LG유플러스는 사회와 함께 공생하는 기업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족화가 특별전 공간에 관람객이 두고 간 작은 꽃다발 하나가 눈에 띈다.(사진=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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