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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시대의 자화상, 복고 열풍과 르네상스의 공통점

“행복했던 옛날로 돌려보내줘”... 옛 것의 향수 털고 일어서야 미래로 나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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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43호 안용호⁄ 2023.03.09 15:24:41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흥행하면서 복고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습니다. 마치 90년대로 다시 돌아간 느낌입니다. 최근 부는 복고 열풍은 과거 유럽의 르네상스 시대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스·로마 고대문화의 부활과 인본주의의 재발견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르네상스는 14세기~16세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일어난 인간성 해방을 위한 문화 혁신 운동입니다. 중세 기독교에 억눌려 있던 인간중심의 문화와 예술을 다시 일으키려는 움직이었습니다.

이는 미술,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예술을 중심으로 나타났습니다. 미술에서는 브루넬레스키와 도나텔로가 로마에서 고대 로마식 건축과 조각에 관한 연구에 몰두한 것이 계기가 되어, 14세기 화가 지오토를 거쳐 16세기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서 르네상스 회화 양식의 전성기를 맞습니다. 특히 회화에서는 원근법과 명암법의 발달로 현실 세계를 재현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음악에서도 르네상스는 14세기 프랑스의 마쇼, 이탈리아 란디니의 감미로운 작품 속에서 시작되어 15세기 부르고뉴 악파의 음악, 뒤파이의 궁정 샹송, 16세기 플랑드르악파에 의해 집대성됩니다. 이때는 음역이 넓어지고 새로운 음공간이 개척되었는데 다성 음악 양식의 성악곡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이는 1600년경 오페라 부흥의 효시가 됩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적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대리석 조각 작품 '다비드'. 사진=Image by Matteo Baronti from Pixabay

중세와는 다른 개인주의 성향을 보인 르네상스 문학은 현실에 눈을 돌리며 인간의 개성, 합리성, 현세적 욕구를 중시합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영국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문학으로 한 인간의 정신적 고뇌를 잘 표현했습니다.

교회로부터 1천 년간 억눌려왔던 인간의 욕망이 분출된 르네상스를 두고 비평가들은 과거를 통해 현실을 성찰하는 움직임으로 또는 현실 도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최근 우리 사회에서 불고 있는 복고 열풍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번 호 문화경제는 최근 복고 열풍이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통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먼저 유통·식품 업계에서 최근 불고 있는 ‘할매니얼’ 트렌드가 눈에 띕니다.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약과와 떡이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인기를 끌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데요. 이는 편의성과 건강을 동시에 챙기는 요즘 세대들의 트렌드로 보입니다.

휴대폰 시장에서도 유행에 밀려 사라졌던 ‘폴더’가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부활했습니다. 이미 제품을 출시한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아이폰도 폴더블폰 시장에 눈독을 들입니다. 폴더 디자인이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디자인으로 다가오는 거죠.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현대차의 아이오닉 5가 1970년대 포니에 그 디자인적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1974년 첫선을 보인 포니쿠페는 그 디자인뿐만 아니라 도전 정신 면에서도 브랜드의 귀한 유산입니다. 최근 현대차는 당시 포니 쿠페를 디자인했던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함께 포니 쿠페 콘셉트를 복원하기로 했다니 기대됩니다.

게임업계에서는 넥슨이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모바일로 재탄생시켰는데요. 모바일 버전에는 도트 그래픽 등 옛 동네 오락실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부활하였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렇게 과거의 영광을 계승하면서도 원작과 다른 스토리라인을 만들고 그 안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여 모바일만의 재미를 더하는 진화를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주류업계에서는 복고 열풍이 더 강하게 불고 있습니다. 병 모양, 색깔, 라벨에 과거 디자인을 복원해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합니다. 화이트 진로가 내놓은 ‘진로 이즈 백’, 한자를 넣어 옛 감성을 녹인 대선 소주뿐만 아니라, 뉴트로 맥주인 ‘OB라거’, 크라운맥주 등이 과거 맥주 브랜드에 대한 기억과 감성으로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동시에 공략합니다.

앞서 언급한 르네상스와 최근 복고 열풍의 공통점은 과거로의 회귀입니다. 억눌린 현재를 극복하고 과거로 돌아가 인간과 세계를 다시 발견하는 일이나, 불황기에 행복했던 과거를 추억하는 일은 때론 인간의 삶에 생기를 가져다줍니다. 하지만 과거의 행복을 곱씹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희망은 더 보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시간에서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는 지혜입니다. 다행히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이에 머물지 않고 과거의 지혜를 베어 먹고 미래로 성큼 뛰어나갑니다. 그런 점에서 ‘할매니얼’과 같은 기업의 복고 마케팅은 젊은 세대가 복고를 통해 무얼 원하는지 귀띔해 줍니다.


관련태그
복고 열풍  할매니얼  폴더블  아이오닉5  던전앤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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