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1호 김응구⁄ 2025.03.07 10:18:58
‘짝퉁’이라고 지칭하면 ‘듀프’는 섭섭하다. 엄연히 ‘가성비 좋은 대체품’이다.
고물가 시대, 오죽하면 듀프가 대접받기까지 할까 싶다. 그러나 마냥 그렇게 치부할 일만도 아니다. 높은 인기에는 원인이 있는 법. 그럴 만하니 선택한다. 소비자는 결코 바보가 아니다.
쭉 둘러봤다. 최근에 모습을 드러낸 주류 가운데 듀프와 어울릴 만한 아이템이 있는지. 아무래도 ‘가성비’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억지로 ‘발굴’하는 게 아닌, 요즘 상황에 이런 술은 어떨까 싶은 추천 혹은 권유의 성격이다. 물론 그 대상은 애주가다. 쓸데없는 음주는 지양하자는 말이다.
뉴질랜드 와인 ‘쉴드 소비뇽 블랑’
한국의 유명 와인 유튜버 ‘와인킹’이 “프랑스 상세르(Sancerre) 와인에서 느껴지는 섬세함을 지녔다”고 추켜세운 와인이 있다. 상세르는 프랑스 루아르 밸리의 와인 산지로,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화이트와인이 유명하다.
와인킹은 이에 더해 “산미(酸味)가 거슬리지 않게 적절한 데다 기분 좋게 넘어가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표본이 될 만한 와인”이라고 평했다.
수입주류유통기업 니혼슈코리아가 수입하는 뉴질랜드 가성비 와인 ‘쉴드 소비뇽 블랑’이다. 지난해 12월 선보이면서 “최근 증가세인 뉴질랜드 화이트와인과 경기 침체로 관심이 커진 가성비 와인에 대응하고자 출시한다”고 알렸다.
뉴질랜드 넬슨(Nelson) 지역에서 자란 소비뇽 블랑 100%로 만든 ‘쉴드 소비뇽 블랑’은 가볍고 신선한 산도(酸度)가 특징이며, 스틸 탱크에서 10개월간 숙성한다. 알코올도수는 12.8도. 이 와인을 생산하는 쉴드(SHEiLD) 와이너리는 와인 업계에서 50년 넘게 경력을 쌓은 와인메이커 트루디 쉴드와 블레어 깁스가 1972년 설립했다. 대표 와인이 바로 쉴드 소비뇽 블랑이다.
니혼슈코리아는 올해를 시작하며 쉴드의 라인업을 5종 더 확대했다. 이로써 소비뇽 블랑 외에 샤르도네, 피노 누아, 리슬링, 알바리뇨, 피노 그리까지 6종이 됐다.
뉴질랜드 와인은 지난해 수입액이 2028만 달러(약 300억 원)로 전년의 1419만 달러보다 43% 증가했다. 수입 물량 역시 31만1000케이스로 전년 19만5000케이스 대비 60% 늘어났다.
니혼슈코리아 관계자는 “와인킹 채널에 소개된 후 파인다이닝과 보틀숍을 중심으로 꾸준히 구매 문의가 들어오고 있어 앞으로 더 기대되는 와인”이라며 “소비자가 더 쉽고 편하게 접하도록 판매처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고, 아울러 입점 매장을 중심으로 시음 행사도 계획 중이니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장동건 와인으로 알려진 ‘더 롱독’
“장동건이 박스째 사다가 마시는 와인이라며?”
한동안 와인 애호가들 입에 오르내리던 와인이 있다. 남프랑스 랑그독(Languedoc) 지역에서 생산하는 ‘더 롱독’이다.
장동건도 장동건이지만, 라벨에 긴 허리의 귀여운 강아지 그림이 있어 관심 깨나 끌었다. 그러다 유명 셀럽들이 데일리 와인으로 즐긴다 해서 더 많이 알려졌다.
레드와인 ‘더 롱독 루즈’는 그르나슈 60%와 시라 40%를 블렌딩해 만들었고, 화이트와인 ‘더 롱독 블랑’은 샤도네이 70%와 콜롬바드 30%를 블렌딩했다.
지코와 함께해 더 돋보이는 ‘제임슨’
가성비 위스키를 논할 때면 아일랜드산 ‘제임슨’을 빼놓을 수 없다. 생각보다 괜찮은 퀄리티에 한 번 놀라고, 겸손한 가격에 두 번 놀란다.
아일랜드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와 종주국 논쟁을 벌일 정도로 그 역사가 무척 깊고 오래됐다. 그런 만큼 아이리시 위스키는 대부분 평도 나쁘지 않다. 제임슨은 그런 아이리시 위스키를 대표한다. 마니아층도 꽤 두텁고 단단하다. 어느 편의점에서나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이를 국내에 수입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제임슨을 “국내외 트렌디한 셀럽들이 가장 좋아하는 술로 손꼽는 위스키”라고 소개한다. 온더록(on the rocks)이나 진저에일 등으로 즐겨도 좋다. 최근에는 주점에서 하이볼 베이스로 사용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해 10월 제임슨의 브랜드 앰배서더로 아티스트 지코(ZICO)를 발탁했다. 한국을 중심으로 일본과 대만에서 브랜드 가치를 알리며 아시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제임슨의 주 타깃은 가성비를 따지는 젊은 세대에 맞춰져 있다. 이들을 공략하고자 지코와 함께하는 브랜드 캠페인 ‘부드럽게 통하는 우리, Must be a Jameson’도 펼치고 있다.
불붙은 편의점 가성비 위스키 경쟁
편의점 업계에선 가성비 위스키 경쟁이 한창이다.
먼저,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6일 방송인 신동엽과 함께한 위스키 ‘블랙서클’을 선보였다.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하이랜드 지역의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를 블렌딩해 만들었다는 게 편의점 측 설명이다. 몰트위스키는 보리, 그레인위스키는 옥수수·밀 등을 사용한다.
위스키 원액 시음, 패키지 디자인 등 제품 기획부터 개발까지 모든 과정에 신동엽이 직접 참여했다.
세븐일레븐은 높은 퀄리티임에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고자 1만9000원에 이 제품을 출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화제성을 인정받았는지, 출시 일주일 만에 초도 물량 12만 병이 모두 팔려나갔다. 편의점에 따르면 출시 직후 위스키 카테고리 매출 1위에 올랐고, 마침내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세븐앱’을 활용해 재고를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 지금도 세븐앱에서 하루 평균 1만 회 이상 검색되고 있고, 당일 픽업 상품 판매 순위에서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블랙서클은 ‘국민 위스키’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신동엽과 함께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다”며 “누가 마셔도, 어떻게 마셔도 만족스러운 맛을 구현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달 27일 블렌디드 스카치위스키 ‘블랙 앤 화이트’를 초저가에 단독 판매한다고 알렸다.
이마트에선 9900원에 상시 판매하고, 이마트에브리데이와 이마트24에선 3월 한 달간 행사가에 판매한다. 이 위스키는 다른 유통업체에서 1만 원 중·후반 대에 팔렸다. 이마트는 통합매입을 통해 지난해부터 물량을 대량 확보해 가격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블랙 앤 화이트는 1884년 스코틀랜드에서 출시된 유서 깊은 위스키다. 적어도 ‘급조’된 제품은 아니라는 얘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니워커’의 원액인 ‘달위니’, ‘클라이넬리쉬’ 등 여러 싱글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를 섞은 블렌디드위스키인 만큼 다채로운 향을 즐길 수 있다. 국내에선 하이볼용으로 자주 쓰인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위스키 시장 역시 초저가와 초고가로 양극화되고 있다”며 “이마트의 상시 초저가 전략에 맞게 가격은 최대한 낮추면서도 품질이 보장된 위스키 신상품 운영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듀프? 또 하나의 마케팅일뿐
마케팅은 소비의 흐름을 따라간다. 듀프라고 다르지 않다. 대체품? 짝퉁? 길게 써놓고 보니 그냥 또 하나의 소비 마케팅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소비자다. 그들이 즐거우면 됐다. 그렇게 소비하면 됐다. 그래야 파는 자도, 사는 자도 신난다. 새로운 듯 새롭지 않은 유행의 흐름 속에서 또 한 번 웃고 넘어간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