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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컬러에 초점, 공간 연출로 승화… 예술의전당 <마르크 샤갈 특별전: 비욘드 타임>

세계 최초 공개되는 미공개 유화 7점 포함 약 170점 전시… 공간 설계자 가엘 르네 “샤갈의 개인적 스토리와 사용한 컬러를 중심으로 전시 공간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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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5.05.23 17:30:59

전시 전경_러시아 비텝스크에서의 어린시절 풍경이 담긴 작품들.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예술의전당은 《마르크 샤갈 특별전: 비욘드 타임》을 5월 23일(금)부터 9월 21일(일)까지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마르크 샤갈이라는 인물 자체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로 기획되었다.

마르크 샤갈 특별전 기자간담회. 사진=예술의전당

전시장 입구에는 샤갈의 연대기가 펼쳐진다. 무려 98세까지 장수하며 평생 남겼던 작품만 1만 점이 넘는다. 그가 평생 남겼던 작품 속에 어떠한 것들을 오늘날까지 시간을 넘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했을까.

전시장 초입의 작품들에는 작가의 유년시설 고향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름만 들으면 프랑스인 같지만, 샤갈은 러시아 태생의 유대인이다. 고향 러시아 비텝스크를 소개하는 풍경 그림들은 샤갈 하면 떠오르는 밝은 색체가 아닌 어두운 갈색 색조가 많이 보인다. 러시아인들에 의해 억압당했던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는 가족과 함께 따뜻했던 풍경을 오래 간직한다.

Marc Chagall, Fiances dans le ciel de Nice, 1967, Lithographs printed in colours. © Chagall ®, by SIAE 2025.

이 풍경 그림 속에는 러시아의 마을뿐만 아니라, 하늘 위를 떠다니는 사람들의 모습, 동물의 모습이 공통적인 모티프로 등장한다. 특히 물고기 형상은 어릴 적 청어 운반 일을 하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것이다.

샤갈은 굉장히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의 기회를 맞는다. 파리의 유명한 화상이자 마티스와 피카소를 발굴하기도 했던 앙브루아즈 볼라르가 ‘라 퐁텐 우화’의 삽화를 샤갈에게 의뢰했다. 당시로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이를 통해 샤갈은 유명세를 얻게 된다. 이후 볼라르는 샤갈에게 성서 삽화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성서의 배경을 직접 체험할 필요를 느낀 샤갈은 1931년 2월 팔레스타인으로 여행을 떠나 자신의 종교적 뿌리뿐만 아니라 서구 문명의 기초와도 마주하게 된다.

전시 전경_파리 오페라 극장의 천장화와 이스라엘 하다사 메디컬 센터의 12개 스테인드글라스.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판화로 제작된 삽화들로 이어진 공간을 지나고 나면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파리 오페라 극장의 천장화와 이스라엘 하다사 메디컬 센터의 12개 스테인드글라스가 대형 프로젝션과 사운드를 통해 실감 나게 재해석된다. 실제로 샤갈은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던 미술가이기도 하다. 1930년대부터 시작된 성서 시리즈와 후기의 스테인드글라스 작업, 그리고 샤갈 예술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색채의 시학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다. 고개를 들어 천장화를 바라보는 순간, 색채가 공간 전체를 감싸고 빛은 감정의 흐름처럼 흔들려 마치 그의 회화처럼 시간과 기억을 부드럽게 뒤섞는다.

 Marc Chagall, Le Coq Violet, 1966-1972, Oil, gouache and ink on canvas. © Chagall ®, by SIAE 2025.

스테인드글라스 공간을 지나면, 이번에 한국에서 최초 공개된 7점의 작품 중 한 점이 등장한다. 서커스는 샤갈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익숙한 주제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서커스를 굉장히 좋아했다. 서커스에는 우리 인간의 희로애락이 다 들어 있다. 아름답고 화려한 순간들이지만 그 뒤에서 처절하게 노력했던 단원들의 모습들 모두 함께 담아낸 것이 서커스다. 그래서 샤갈은 평생 동안 이 서커스 연작을 아주 오랫동안 그려냈다. 서커스 연작에는 광대, 신부, 염소, 마치 서커스를 하듯 거꾸로 매달려 있는 수탉의 모습도 보인다. 수탉은 남성성의 상징이며 동시에 샤갈 본인을 상징하면서, 마치 자신도 극장 안에 함께 온전히 즐기고 있는 듯한 모습을 표현한다.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이어진 공간에는 작가의 컬러 석판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출애굽기를 석판화로 담은 시리즈에는 하나님을 만나기 전후 모세의 모습을 구분해 표현했다. 작가는 이 모세의 이야기들을 함께 그려나가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히틀러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담아내기도 했다. 모세가 하나님께 기도해 바닷길을 열어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했던 것처럼 당시 인류를 구원해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라는 기록을 화가로서 작품 안에 남겼다.

전시 전경_판화 작업 제작 과정 소개 공간.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샤갈은 색채의 예술가로 알려져 있지만 판화, 성경 이야기, 홍보 포스터까지 제작했다. 관련해 그가 판화 작업을 어떻게 이어왔는지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전시의 마지막 섹션은 꽃의 향연으로 마무리된다. 꽃은 샤갈에게 사랑하는 여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샤갈의 그림 속에서 꽃은 굉장히 자주 등장하는 존재였다. 또 꽃을 보면 항상 꽃 아래 화병이 있다. 화병이 있는 꽃들은 언제 어디로든 옮겨질 수 있는데, 샤갈 본인도 유대인으로서 평생 다양한 지역들을 이주했다. 이 꽃과 함께 밝게 웃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평생 그가 가장 사랑했던 벨라의 얼굴도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벨라는 뉴욕에서 두 사람이 생활하고 파리로 돌아오던 찰나 갑작스레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세상을 떠난 벨라를 그리워하며 1946년 꽃과 함께 그녀를 표현한 작업도 볼 수 있다.

 

마지막 섹션 ‘꽃’의 전시 공간 중앙에는 거울이 있는데, 샤갈 자신의 이야기와 작품들을 꽃 속에 담고 이 작품들과 함께 있는 관람객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볼 수 있는 신비로운 순간을 선물한다.

전시 전경. 사진=예술의전당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은 20세기 미술사에서 가장 시적인 화가로 불린다. 이 유대인 화가는 파리, 베를린, 뉴욕, 예루살렘 등지를 오가며 국경과 언어, 시대를 초월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전통과 혁신, 신화와 현실, 색채와 영성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은 단순한 회화를 넘어 ‘보이는 시(詩)’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번 전시는 무엇보다 샤갈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전통적인 연대기 흐름이 아닌, 샤갈 "정신의 차원"으로 구성함으로써 그의 작업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우주로 느낄 수 있도록 시도했다.

Marc Chagall, Souvenir de la Flûte enchantée, 1976, Tempera, oil and sawdust on canvas. © Chagall ®, by SIAE 2025.

이번 전시는 샤갈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전시인 만큼 풍성함을 더하는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들도 마련된다. 어린이들이 전시를 친근하게 경험하고 창의적 사고로 샤갈을 이해하도록 돕는 어린이 특화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일반 도슨트 해설은 평일 3회 운영되며, 프라이빗 해설도 이용할 수 있다. 교육프로그램과 프라이빗 해설은 전시 상세페이지에 안내된 방법을 따라 예약할 수 있으며, 상세한 작품 설명을 담은 오디오가이드는 모바일 앱과 현장 기기 대여로 운영된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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