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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쌍방향 의사소통’이라굽쇼?

휴대전화 가입자 4천만명시대, 역설적 이면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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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호 ⁄ 2007.07.03 14:42:44

지난 11월 말을 기점으로 휴대전화 가입자 수 4,000만 시대가 본격적으ㄴ로 시작됐다. 96년 CDMA 서비스를 필두로 일반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휴대전화 보편화 속도는 98년 1,000만명, 99년 2,000만명, 2002년 3,000만명으로 급속히 진행돼왔다. 이같은 휴대전화 신규가입자수는 하루 평균 6,000명 안팎으로 최근에는 고3 학생들의 수능이 끝나 여전히 활발하게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전화 4,000만 시대는 한마디로 군인과 재감자(在監者)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이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전체 인구대비 휴대전화 가입률은 이미 80% 중반대를 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급속한 문명의 발전만큼 그 이기를 누림에 있어 얼마만큼 의사소통의 과정이 풍요로워졌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mobile telecommunication으로 해석되는 이동통신은 본디 고정된 위치가 아닌 장소에서 이동 중에 무선으로 통신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막 옹알이를 시작한 아기의 음성을 아빠에게 들려주려는 아내의 상황이 과거 TV 광고였음을 상기해 본다면 이동통신기술은 가히 혁신적이었다. 그런데 현재의 휴대전화는 통화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휴대전화 기능은 문자메시지·MP3 재생·카메라·동영상 통화·DMB·휴대인터넷 기능 등 날로 다양화되고 있다. ‘휴대전화 보편화’라는 문명의 이기의 부작용은 수능부정·불법위치 추적 등 사생활 침해·무선인터넷 중독·불법 스팸·불법 복제·음란 동영상·청소년의 무분별한 휴대전화 사용·과도한 사용료 부담으로 인한 청소년 자살 등의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휴대전화의 기능향상에도 불구, 가장 기본적인 human communication이 진화하고 있는 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는 점이다. 휴대전화 보편화로 인한 수많은 악영향 가운데서도 활발한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휴대전화가 오히려 의사소통의 장벽이 되어버린 현실은 더욱 우려된다. 음성통화의 자투리 전파를 활용하기 위해 고안된 문자메시지 서비스가 최근 음성통화 비율을 앞선 것처럼 주와 객이 전도되고 있는 형국이라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 휴대전화로 인해 원거리에서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됐지만 휴대전화가 오히려 의사소통을 단절시키는 예는 없을까. 과연 휴대전화가 과거에 비해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는데 얼마나 기여를 하고 있는 지 의문이다. ■“지금 운전 중이니까 나중에 다시 전화할께” 실제로 운전 중일 경우에는 걸려온 전화가 번거로울 수 있다. 그래서 다음으로 통화를 미루기 십상이지만, 운전이라는 핑계를 들어 의도적으로 통화를 회피하기에는 이만큼 훌륭한 수단이 없다. 물론 발신자표시 서비스 덕분에 받기 싫은 전화는 얼마든지 골라서 안 받을 수 있다. 휴대전화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공중전화를 걸기 위해 동전을 바꾸어야 했고, 혹여나 짝사랑이라도 하고 있으면 하루종일 전화번호판과 씨름하기도 했다. 사모하는 상대가 전화를 받더라도 용기 내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끊어버렸다는 내용의 과거 대중가요 ‘그건 너’와 같은 상황은 2000년대에는 불가하다. 요즘은 발신자번호표시 서비스로 누가 전화했는지 쉽게 알 수 있지 않은가. ‘여보세요’ 대신 ‘어디야’라며 전화를 받게 된 것도 발신자번호표시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관계를 가까워지게 했는가 혹은 멀어지게 했는가? 또한 ‘발신자표시제한’으로 설정된 전화라고 해도 원하는 경우 발신자표시제한으로 오는 전화의 수신을 차단할 수 있다. 특정번호 자체의 전화 수신 거부 또는 문자메시지 수신 거부도 가능하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도 하는 휴대전화의 이점은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과거에 가졌던 인간미 솔솔 풍기는 커뮤니케이션은 다소 축소되는 방향이다. ■ 문자메시지가 가진 일방성에 대한 통찰 특히 문자메시지만큼 일방적인 소통은 없다. 상대방이 답문자를 하지 않으면 발신자는 무기한 기다릴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문자수신자는 의도적으로 답문자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자를 받지 못했다고 핑계를 대면 그 뿐이다. 이는 업무적인 관계일 경우 책임회피의 전형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직장생활 5년 차인 L씨(29)는 “전화통화 보다 문자를 보내는 것이 가끔 편리하다고 느끼면서도 기계 뒤에 숨어서 말하는 것 같다”며 문자메시지에 대한 부정적인 소회를 밝혔다. 의사소통 이전에 기계라는 방어벽이 있어서 그 뒤에 쏙 숨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역으로 누군가로부터 문자를 받았을 때도 ‘달랑 문자 하나 보내오네’라고 인식돼 그렇게 살갑지는 못한 관계로 되어 버릴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문자메시지는 예의가 아니라는 인식까지 형성되고 있다. 최근에는 문자메시지를 넘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가 개발됐다. 쓰는 것(write to it)을 넘어 말하는 것(talk to it)으로 문자메시지가 진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메신저 수신자도 문자메시지에 대해 회신하지 않을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어 이면에 숨겨진 일방적이라는 굴레는 벗을 수 없을 듯하다. 이처럼 face to face 커뮤니케이션은 ear to ear 커뮤니케이션으로, 나아가 문자 커뮤니케이션으로 변화하고 있다. 소통의 변화 양상에 대한 이용자 중심의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 온 것이다. 그런데 휴대전화 없는 사람과 그의 주변사람들 중 누가 더 큰 불편을 느끼고 있을까. 스스로의 필요로 인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내게 전화를 해야만 하는 나 이외의 사람들에 의해 휴대전화를 갖는 측면도 있다. 더욱이 휴대전화가 인간관계를 과거보다 더 유대적으로 만들지 못한 상황이다. 자신이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전 국민이 휴대전화를 갖게 된 것은 이동통신사의 활발한 마케팅의 효과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최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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