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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한국과 미국의 협상결과는 ‘77:8’

범국본, 한미FTA 협상 평가보고서 발표
정부, “흑백논리에 치우친 보고서 믿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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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5호 ⁄ 2007.07.03 10:15:36

지난 4월 2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 결과를 둘러싼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애초 정부는 협상 초기부터 ‘개방 불가피론’, ‘선진국 진입론’ 등을 들어 한미FTA를 강행했지만, 시민단체들은 ‘졸속 협상론’, ‘협상 필패론’ 등을 이유로 협상을 반대해왔다. 협상이 진행되면서 시민단체들의 반대 여론이 거셌고, 고 허세욱씨가 한미FTA에 반대하며 분신한 뒤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공청회 한 번 없이 시작해서 끝을 맺은 한미FTA. 과연 정부 주장대로 미래를 위한 선택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아니면 미국식 시장근본주의를 맹목적으로 추종한 결과일 뿐일까? 이런 가운데 한미FTA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전국 3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한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24일 ‘한미FTA 협상 종합평가 및 분과별 평가 1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미FTA가 우리 경제와 사회 전반에 미칠 막대한 영향을 반영하듯 1차 보고서 쪽수만 A4용지 82쪽에 달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이해영 한신대 교수를 비롯해 각 분야별 전문가 20명이 참여했고, 협상 결과에 대한 총평과 12개 분과에 대한 주요 협상 타결 내용 등을 담고 있다. ■‘77:8’, 초라한 협상결과 범국본이 지난해 8월 외교통상부가 국회에 제출한 ‘한·미간 협상 목표’의 반영 여부를 근거로 이번 협상 결과를 분석한 내용을 살펴보면, 대체로 한미FTA 협상결과는 ‘미국의 완승’으로 평가할 수 있다. 88개의 협상 쟁점 가운데, 조건부를 포함한 미국 측 요구대로 반영된 것은 64개로 전체의 77%에 달한 반면 한국 측 요구가 관철된 경우는 조건이 붙은 것을 포함해도 7개(8%)에 그쳤다. 한편 한미 양국이 절충을 이룬 쟁점은 14%(12개)로 나타났다. 범국본은 “정부가 한미FTA 협상 타결된 후에도 협상 정보를 객관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협상 성과를 부풀려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다”고 밝혔다. 범국본 1차 보고서에 언급된 분과별 협상 결과를 살펴보면, ‘상품무역분야’ 가운데 무역구제 분과에서 미국의 반덤핑제도의 개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자동차분야는 미국의 관세철폐를 얻기 위해 ‘세제 개편’, ‘신속한 분쟁해결 절차 합의’ 등 미국이 맺은 어떤 FTA에서도 유래가 없는 불리한 조건으로 타결이 이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초 가장 큰 이익이 기대됐던 섬유분야의 협상 결과도 정부 주장대로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정부는 협상 타결 뒤 ‘대미 수출액 기준 61%의 섬유의류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 원사를 사용한 섬유의류에 대해서는 한국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른바 ‘얀 포워드’를 적용하지 않은 예외품목은 6~11개의 품목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농업분야에서도 쌀을 제외한 모든 품목이 사실상 개방됐다. 논란이 됐던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와 관련해서도 ‘뼈있는 쇠고기는 위험하다’고 국민에게 발표한 바 있는 정부가 이제는 ‘뼈 있는 쇠고기를 먹어도 된다’고 말을 바꾸고 있는 양상이다.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문제 역시 정부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협상 결과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한반도 역외가공 지역위원회’를 설치하되 한반도 비핵화 진전, 남북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 환경 및 노동기준 등을 고려하여 심사해 추후에 결정하도록 합의했다. 범국본 보고서는 “정부의 낙관적 주장과는 달리 도리어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문제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의약품분야에서 신약과 관련한 협상결과는 ‘A7 최저가 보장’만 조건부로 수용하고 나머지 미국의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해 약가인상 및 특허 추가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국민과 정부가 떠안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자·서비스 기타 분야에서도 지적재산권은 저작권 기간을 50년에서 70년으로 늘리는 등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지재권 제도는 덩치가 가장 큰 미국의 소수 독점기업들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구축해 놓은 제도이고, 이를 위한 핵심적인 장치들은 한미 FTA에서 그대로 수용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를 두고 ‘제도 선진화’라고 포장하는 것은 프로레슬러가 입는 옷을 중학생이 입고 이제 옷에 맞게 몸이 커질 것이라고 좋아하는 꼴과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투자자국가소송제는 법무부 등 관계부처의 우려와 법률전문가들의 위헌 의견에도 불구하고 도입키로 합의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범국본은 “설사 간접 수용에서 부동산·조세가 예외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공공정책이 헌법에 없는 ‘간접수용’ 개념에 의해 제약 당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 정부, “범국본 평가 믿을 수 없다” 범국본의 이같은 평가 보고서에 대해 정부는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FTA체결지원단은 26일 “범국본 측은 한미FTA와 관련된 쟁점을 분석하면서 시종일관 편향된 시각으로 협상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한 채 잘못된 정보에 기초하여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미FTA체결지원단은 “더구나 협상이라는 것은 어느 한 측의 일방적 수용이 아니고 양측의 입장을 적절히 수용하고 조화시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번 한미FTA협상 결과가 도출된 것인 만큼 범국본의 평가는 양측입장의 조화를 무시한 지나친 흑백논리로 접근했다”고 혹평했다. 한미FTA체결지원단은 “예를 들어 ‘개성공단 생산제품 원산지인정’과 ‘무역구제’는 협상초기부터 미국이 논의조차도 꺼려했던 분야로 이마저도 미국안이 관철된 것처럼 평가하는 것은 아전인수로 밖에는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미FTA체결지원단은 “우리나라의 제도를 좀 더 투명하게 하고 선진화하기 위한 것이 한미FTA 추진의 목적”이라면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규정 및 표준 등의 제·개정 과정의 투명성 등 외국인투자 환경개선을 위한 각종 조치들마저도 미국안이 관철되었다는 식의 평가는 무리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 “그럼 대통령 말대로 밤을 새서 토론해봅시다” 범국본은 이번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한미FTA 협상단에게 끝장 토론을 공개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협상 타결에 앞서 ‘협상이 끝나면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반대하는 이들과 무릎을 맞대고 밤을 새워서라도 토론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범국본은 “협상 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 방송 3사와 함께 ‘한미FTA 총론 및 분야별 끝장토론’을 개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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