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구⁄ 2023.10.16 10:04:53
100년 만에 복원된 경복궁 광화문 앞 월대(越臺)가 15일 공개됐다. 더불어 검정 바탕에 금빛 글씨로 쓴 현판도 새로 달았다.
문화재청은 이날 저녁 광화문 앞 광장에서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로써 일제강점기 시절 철거되고 훼손당한 광화문 일대가 100여 년 만에 제모습을 찾았다.
이번 행사는 2006년 ‘광화문 제 모습 찾기’를 시작으로 그간 추진해온 월대와 현판 복원이 마무리됐음을 국민에게 알리는 자리다. 행사 슬로건은 ‘광화문 월대 새길맞이’로 정했다.
먼저, 오후 5시에는 광화문과 관련한 이야기를 알려주는 ‘광화문답’이 식전행사로 진행됐다. 이어 오후 6시 본행사에선 ‘광화등(燈)’ 점등식과 함께 월대와 현판이 공개됐다. 이 자리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응천 문화재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사전 신청 국민 500명이 함께했다.
월대는 궁궐 정전(正殿)과 같이 중요한 건물 앞에 넓게 설치한 대(臺)다. 중요한 국가 행사가 있을 때 왕과 백성이 소통하는 장소로 쓰였다. 궁궐 정문에 난간석을 두르고 기단을 쌓은 경우는 광화문 월대가 유일하다. 일제강점기 시절인 1920년대에는 전차 철로를 설치하며 훼손됐고 도로로도 사용됐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9월부터 올 4월까지 집중 발굴작업을 벌여 일제강점기 시절 훼철된 옛터를 드러냈다.
한가운데 어도(임금의 길)의 너비는 7m에 달하며, 어도 앞부분 끝에는 상서로운 동물의 조각상인 ‘서수상’ 두 점이 자리하고 있다. 이 서수상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수집했던 작품으로, 삼성가(家) 유족이 기증했다. 기존 광화문 옆의 해태(해치)상도 복원된 월대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날 공개된 새 현판은 고종 때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 임태영이 한자로 쓴 글씨를 검은색 바탕에 금빛 글자로 새긴 것이다. 광화문(光化門)은 ‘왕의 덕이 온 나라를 비춘다’는 뜻이다. 임진왜란 때 불탔다가 흥선대원군 때 다시 지어졌고, 이후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훼손됐다. 2010년 광화문이 현재 자리로 옮기며 현판을 새로 만들었을 당시 복원 석 달 만에 갈라져 부실 복원 논란을 빚었다. 이번 재제작 과정에선 글씨 색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문화재청은 기존대로 흰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현판을 만들 계획이었지만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이 소장한 1893년 사진 자료와 경복궁 중건 당시 기록인 ‘영건일기(營建日記)’ 등에선 검은 바탕에 금색 글씨였다는 근거가 나오자 이를 바탕으로 복원이 이뤄졌다. 문화재청은 나무에 글씨를 조각한 뒤 동판을 글자 모양대로 잘라 붙이고 금박을 입히는 방식으로 복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