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현⁄ 2025.12.03 17:21:17
넥슨이 ‘마비노기 모바일’에 단종된 전설 패션장비를 유저 간 거래할 수 있는 ‘웨카 경매장’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12세 이용가 게임에 금지된 환금성·사행성 구조를 사실상 구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웨카 경매장은 아이템 등록과 입찰을 모두 신규 재화 ‘웨카’로만 진행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단종 아이템을 미끼로 환불도 불가능한 현금성 재화를 구매하게 만들어, 이용자의 돈을 게임 안에 묶어두는 ‘강제 소비 유도형 BM’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 일정 판매·구매 실적을 달성하면 ‘웨카 상품권 선물하기’ 기능이 열려 웨카를 다른 이용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기면서, 외부 현금 거래로 이어지는 반(半)환금형 구조를 게임사 스스로 마련했다는 비판이 한층 더 커지고 있다.
마비노기 모바일, 단종 전설템 앞세워 신규 현금성 재화 소비 유도
지난 11월 17일 진행한 공식 유튜브 방송 ‘캠파 LIVE’는 마비노기 모바일이 2025년 게임대상을 수상한 뒤 처음 마련된 소통 자리였다. 이날 이진훈 디렉터는 12월 4일 ‘웨카 경매장’을 오픈해, 판매 중지된 전설 패션장비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웨카 경매장’ 도입 배경에는 새롭게 공개된 재화 ‘웨카’가 있다. 전설 패션장비를 경매장에 등록하려면 ‘패션장비 포장지’(990 웨카)가 필요하고, 경매 입찰도 웨카만 가능하다.
웨카는 캐시샵에서 판매되는 ‘미가공 웨카 원석’을 구매해 변환하거나, 경매장에서 판매·구매 실적을 쌓아 골드 등급을 달성한 이용자가 데카 거래소에 올린 웨카 상품권을 구매하거나, 골드 등급 이용자로부터 선물받는 방식으로만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경매장 오픈 초반에는 골드 등급 이용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초기 웨카를 확보하는 방법은 사실상 현금으로 ‘미가공 웨카 원석’을 구매하는 것뿐이다.
웨카는 기존 재화(M캐시·골드·데카)와 달리 공식 사용처가 ‘웨카 경매장’과 ‘웨카샵’으로만 제한돼 있다. 특히 경매장이 단 7일간 운영되는 이벤트성 시장인 만큼, 웨카를 실제로 소모할 수 있는 공간은 극도로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한 번 구매한 웨카를 경매장에서 소모하지 못하면 사실상 애물단지로 남게 된다. 이로 인해 한 번 경매장에 발을 들인 이용자는 낙찰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 웨카를 계속 추가 구매해 입찰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끝내 모든 입찰에서 실패한 상태로 경매장이 닫히면 웨카는 웨카샵 외에는 사용처가 없다. 결국 이용자는 원치 않는 소비를 강요받거나, 언제 다시 열릴지 알 수 없는 다음 웨카 경매장을 기다리며 재화를 게임 안에 묵혀둘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웨카 경매장’은 단종된 전설급 패션장비를 미끼로 이용자의 현금을 웨카라는 내부 재화로 전환해 게임 안에 묶어두는 구조로 작용한다. 이번 발표가 넥슨의 수익 극대화를 위한 공격적 BM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경매장에서 일정 판매·구매 실적을 채워 골드 등급 이상이 되면 ‘웨카 상품권 선물하기’ 기능이 해금되고, 이를 통해 보유한 웨카를 다른 이용자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다.
‘선물하기’ 기능이 열리면, 전설 패션장비 판매로 대량의 웨카를 확보한 이용자는 외부 채널을 통해 웨카를 현금과 직접 맞교환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게임 내 현금성 재화를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통로가 공식적으로 열린 셈이다.
결국 ‘웨카 상품권 선물하기’ 기능이 작동하는 순간 웨카는 게임 내 재화임에도 외부 현금 가치와 직접 연결된다. 이로써 “전설 패션장비 판매 → 웨카 확보 → 상품권 선물 기능 해금 → 외부 현금 거래”로 이어지는 반(半)환금형 루프가 자연스럽게 완성된다.
현재 마비노기 모바일은 12세 이용가 게임으로 청소년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유료 재화와 고가 희소 아이템을 결합한 경매 시스템은 사실상 환금성·사행성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웨카 경매장’ 관련 공식 질의서 제출
위법성 판단과 연결되는 핵심은 웨카가 사실상 ‘현금성 재화’라는 점이다. 웨카는 캐시샵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데카 거래소에 매물이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확보 가능해 명목상 ‘유·무료 혼용 재화’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유료 구매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이러한 구조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등급분류 과정에서 가장 엄격하게 심사하는 사행성 판단 요소와 정면으로 맞닿아 있다. 특히 유료 재화를 거래 화폐로 사용, 유료 재화를 이용한 아이템 거래 시스템, 아이템 등이 현금화 가능한 구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게임산업법 시행규칙 제8조 제3항에서도 “게임물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이 환전되거나 환전이 용이한지 여부”를 사행성 판단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어, 웨카 경매장은 등급분류 기준상 사행성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문화 법률사무소의 이철우 대표 변호사는 “이러한 재화를 사용한 유저 간 거래소 및 경매장은 현행 게임법 및 게임위 등급분류기준, 그리고 행정법원 해석에 따르면 사행성 조장의 우려가 있어서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급 상향없이 '웨카 경매장'을 추가하여 운영을 강행한다면 현행 게임산업법 제32조를 위반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철우 변호사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웨카'의 획득 경로를 유료로 획득할 수 없도록 조정하거나, 사전에 게임물관리위원회 등에 등급분류신청을 하여 등급분류절차를 거친 판정을 받고 그에 따라 서비스해야 하는 상황”이라 강조했다.
실제로 많은 유저들이 웨카 경매장 도입으로 인해 청소년 보호법 및 게임산업법 위반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게임물관리위원회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민원 제기자들은 “이번 조치는 단순한 운영 변경이 아니라, 유료 재화를 기반으로 한 아이템 거래 구조를 도입해 환금 가능성을 높인 행위이며, 12세 이용가 게임에서 금지되는 사행성 요소가 강화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며, 관계기관의 조사를 촉구했다.
제출된 민원에는 ▲직권조사 및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등급 재분류 심사 착수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조정 ▲불법 운영에 대한 고발 등의 요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도 게임물관리위원회에 “12세 이용가 게임에 유료 재화를 사용한 경매 시스템을 별도의 등급 재분류나 내용수정 신고 없이 추가한 것이 적법한지”, “해당 기능 도입 시 게임 등급이 어떻게 조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공식 해석을 요구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한국게임이용자협회 이철우 회장은 “웨카 경매장은 등급분류 기준 위반 여부는 물론, 한정 판매 마케팅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동일 아이템을 다시 획득하는 방법을 추가했다는 점에서도 이용자들 사이에서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우 회장은 “웨카 경매장은 유저 간 입찰 경쟁을 유도하면서 새로운 유료 재화를 생성하고, 사실상 거래 수수료까지 취하는 이중 수익 구조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화경제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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