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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세계 3위’ 국중박, 문턱 높이는 유료화가 정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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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 2026.04.08 09:49:34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지난 3월 말, 영국 미술 전문 매체 ‘아트 뉴스페이퍼’가 발표한 ‘2025년 세계 박물관 관람객 조사’는 많은 한국인들을 놀라게 했다.

루브르 박물관(약 904만 명, 1위), 바티칸 박물관(약 693만 명, 2위)에 이어 대한민국의 국립중앙박물관 일명 ‘국중박’이 연간 관람객 650만 7483명으로 당당히 3위에 오른 것. 전년도의 378만 9000명(세계 8위)보다 무려 70% 이상 급증한 수치였다.

비록 이 집계는 중국의 여러 박물관들이 제외된 것이긴 하지만, 아시아에 위치한 박물관이 영국 박물관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제치고 3위를 차지한 것은 유례없는 성과임에 틀림없다. ‘아트 뉴스페이퍼’ 측도 “가장 눈부신 증가세는 한국에서 나타났다”고 놀라움을 표현했다.

밤마다 보랏빛으로 물드는 용산의 거대한 유리 건물 ‘국중박’이 세계의 쟁쟁한 박물관들을 제치고 수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일단은 ‘K-Pop 데몬 헌터스’를 위시해 한층 강해진 ‘K-컬처’의 글로벌 열풍이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다양한 콘텐츠가 한국 역사와 유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다보니, 외국인은 물론 국내 관람객들 사이에서도 꼭 한번 방문해야할 ‘핫 스팟’이 됐다는 것. 이미 올해 1분기 방문객 수는 202만 명을 돌파해,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두번째 요인은 ‘과감한 혁신’이다. 서구의 거대 박물관들이 수많은 전시 물품들의 물량 공세에 집중한 반면, 국중박은 ‘관람 경험의 확장’에 집중했다. 넓은 공간에 국보인 반가사유상 2점만 배치하고, 일체의 설명이 없어 오롯이 유물 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사유의 방’, 조선 왕실의 외규장각 입구를 그대로 구현한 것 같은 우아한 품격의 ‘외규장각 의궤실’ 등 차별화된 전시 공간과 다양한 체험형 전시,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창의적인 ‘뮷즈’ 판매 등 기존의 박물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과감한 혁신이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국중박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분위기지만, 최근 ‘유료화’를 두고 다양한 입장이 충돌하며 논쟁이 불붙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국중박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전면 무료화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재명 정부 기획예산처가 “여건이나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낮게 유지된 부담금을 적정 수준으로 현실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하자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무료 관람’이 조만간 종료된다는 보도가 쏟아지자, 기획예산처 측은 “결정된 건 없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유료화 논쟁은 잦아들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유료화 찬성 측은 수익자 부담 원칙과 재정 효율성을 강조한다. 루브르, 메트로폴리탄 등 세계 주요 박물관 대부분이 유료인 현실에서, 연간 650만 명이 방문하는 거대 시설을 세금만으로 운영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이보다는 입장료 수입을 전시 질 향상, 보존 강화, 시설 확충에 재투자하면 관람객들의 만족도를 훨씬 높일 수 있고, 일종의 과밀화 완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게 사실이다.

반면, 유료화 반대 측은 문화향유권 침해를 우려한다. 국립박물관은 국민의 학습과 정체성 형성을 위한 공공재로, 유료화는 저소득층, 학생, 노인,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떨어뜨려 문화 불평등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관람객 감소 가능성, 특히 국내 관객 중심으로 높아진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해법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무료’라는 상징성은 유지하면서, 운영 수익은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 ‘부분 유료화’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시설 출입 및 기본적인 관람은 무료로 하되, 특별 전시나 체험 프로그램 등은 유료화하는 방안이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문화향유권’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경제적 상황, 신체적 조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향유할 권리를 말한다. 이런 규정들을 사문화하지 않으면서도 재정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정부와 문화계가 좀더 고심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문화경제 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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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국중박  아트 뉴스페이퍼  K-컬처  유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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