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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참사] 총기 난사 사건이 남긴 과제

사회 부유층에 대한 분노가 대량 참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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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호 ⁄ 2007.07.03 10:26:49

“너희가 피를 뿌리게 만들었다.” “때가 왔을 때 나는 그 일을 했다. 나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짓을 저지르지 말았어야 했다.” “너는 평생동안 티끌만한 고통도 느껴보지 못했다.” “내가 떠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달아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아이들과 형제 자매들을 위해 한 일이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인 조승희(23)씨가 미국 NBC 방송에 보낸 동영상에서 한 말이다. 조 씨는 1차로 기숙사생 2명을 살해하고 약 2시간 후 강의동으로 장소를 옮겨 2차 범행을 강행하기 전까지 자신의 범행의도를 담은 1,800자 분량의 멀티미디어 매니페스토(선언문)를 우편으로 NBC에 송고했다. 이에 18일 오후 6시 반(동부현지시각. 한국시간 19일 오전 7시 반) 공개된 조 씨의 사진과 동영상으로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범행 도중 방송사에 우편물 보내 사망자 33명을 포함해 총 62명의 사상자를 낸 버지니아 참사는 조 씨와 같은 사회적 외톨이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있다. 조 씨의 범행동기가 쾌락주의를 즐기는 부유층에 대한 반감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 씨는 우편물을 통해 “벤츠로도 만족 못한다. 금목걸이도 충분치 않았다. 너희들의 방탕함도 쾌락주의를 모두 채워주지는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자살한 그의 숙소에서 발견된 메모에서도 “부잣집 아이들”(rich kids) “방탕”(debauchery) “기만적 허풍쟁이들”(deceitful charlatans)을 비난해 그의 정신세계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

중요한 것은 조 씨의 이번 범행이 충분히 예고돼 있었다는 점이다. 조 씨는 2005년에 스토킹 행각에 대한 경찰조사를 받은 바 있고, 우울증을 포함한 자살우려로 정신과 치료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영문학과에 재학 중이던 조 씨는 창작수업에서 전기톱·카지노 등이 등장하는 음울하고 해괴한 내용의 희곡을 제출하기도 했다. 의붓아버지를 망치로 공격해 질식사 시키거나, 성적으로 자신을 괴롭히던 교사를 스토킹 해 살해하는 내용들이다. 이에 조 씨와 같은 수업을 들은 이언 맥팔레인은 “그의 희곡은 마치 악몽 같았다”고 평가했으며, 이번 총기난사 사건의 주범이 아시아계로 알려졌을 때 조 씨의 소행임을 확신했다고 전했다. ■내가 봐 온 제일 심각한 외톨이 이어 경찰은 버지니아 참사에 따른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 씨의 창작수업을 지도해 온 루신다 로이 교수가 조 씨의 흉물스러운 창작 에세이를 토대로 대학 경찰당국에 위험성을 경고했던 사실이 드러난 것. 그러나 미국 ABC 방송과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 인터넷판에 따르면 경찰 당국은 이와 같은 내용의 창작물을 검토하고도 로이 교수의 우려를 무시했다. 특히 로이 교수는 ABC와의 인터뷰에서 “22년간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지도해 온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봐 온 사람 중에서 제일 심각한 외톨이였다”고 조 씨를 평가해 이번 사건은 예고된 참사임을 방증했다. 이와 함께 조 씨의 부모도 학교생활에 부적응한 그를 도와 달라고 대학친구들에게 요청한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조 씨는 부유층이나 기만적 허풍쟁이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상을 ‘너(you)’라고 지칭하며 “너희가 나를 코너로 모는 바람에 내겐 선택할 수 있는 길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며 범죄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유언이나 다름없는 동영상 메시지에서 조 씨는 “너희는 오늘과 같은 일을 피할 수천억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내 피를 뿌리게 만들었다”며 자신의 적들을 비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회 부적응자에 관심 봇물 기대 그러면서 8년 전 컬럼바인 고교에서 총기난사로 12명을 목숨의 잃게 한 범인들을 자신의 형제로 지칭하며 자신처럼 사회적 불만을 가진 이들을 옹호했다. 특히 조 씨는 사전에 조준사격을 연습하는 등 치밀한 범행계획을 세워 자신의 범행에 확고한 의지가 있었음을 나타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미국 교포사회는 물론 사회 부적응자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우리 정부는 이번 사건이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이나 한국인에 대한 편견확대 등 한·미간 현안차질에만 전전긍긍할 뿐이었다. 이번 총기 난사사건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만큼 재발방지 등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지난 2005년 군부대에서 발생한 GP 총기난사 사건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최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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