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현대차가 무너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미 올해 말 외국사의 인수설이 퍼져나가고 있는 상태다. 이는 오너 정몽구 회장의 법정 실형 구형, 환율 하락 및 경기침체 등 어두운 국가 경제 현황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노조의 잦은 파업이다. 그러나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거의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현대차그룹은 노조와 정치권 등에 아무리 심하게 흔들리더라도 망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노릇. 하지만 노조로 인한 국민들의 현대차 보이콧 운동이 사회적 합의 수준으로 확산돼 가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해 생기고 있는 틈새를 노려 미쓰비시·로터스 등 외국사들이 한국 상륙을 속속 시도하고 있어 내년부터 국내 시장도 지켜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 현대차 노조의 이번 한미 FTA 불법파업과 그에대한 국민여론, 그리고 현대차의 현황 등을 짚어봤다. [본문] 최근 국민 정서를 기준으로 볼 때 경제·사회적인 공공의 적으로 지목될 곳은 어디일까? 우선 산업계로 본다면 대부업과 카드업 등 여신금융업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노동계에서도 그같은 공공의 적이 있을까? 최근 국민들이 이맛살을 찌푸리는 수준을 넘어 대놓고 반대 거부 시위 및 보이콧 운동까지 보이는 곳은 단연 현대자동차. 이달 초 불법파업으로 인해 드디어 현대차 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상태다. ■금속노련, 현대차보다 서민경제가 더 중요 현대차의 노조 집행부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련에서 주관하는 한미FTA반대를 위한 파업시위를 강행한다는 방침을 굳혔다. 그러나 이번 파업은 조합원들 조차 강력히 반대하는 것. 조합원들은 “노조의 권익 및 생존권과 전혀 관계없는 일로 인한 파업은 회사의 대외 경쟁력에도 문제를 일으킬 뿐 아니라 전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노조 집행부 및 금속노련의 입장은 단호하다. 금속노련의 박근태 부위원장은 지난 20일 “현대차 노조의 내부 분위기는 알고 있다”며 “하지만 현대차보다 서민경제가 더 중요하다”면서 파업강행 및 현대차 노조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권했다. ■조합원마저 반대하는 반FTA 파업강행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파업강행을 결정한 뒤 조합원들이 최대한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파업을 반대하는 측은 전경련·현대차 경영진 뿐 아니라 울산 시민단체연합 등 일반 국민들이 소비자의 입장에서 파업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보다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대의원을 포함한 중간간부들과 일반 평 조합원들의 절대다수가 이번 파업에 반대한다는 것. 특히 전직 노조 소위원회 의장을 지낸 바 있는 중간 간부 A씨는 “파업 결정은 조합원 총회를 통해야 한다”며 “지금 세상은 온통 현대차에 대한 비난 일색이며 이는 가족과 친지도 마찬가지”라며 이번 파업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또 평조합원 B씨는 “우리가 언제까지 민주노총·금속노련의 얼굴마담이어야 하느냐”며 강한 불만을 토로한 대자보를 붙였다. 현대차 경영진도 이번파업을 간곡하게 말리고 있다. 윤여철 사장은 지난 18일 이날 전 직원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을 통해 “또다시 파업에 나선다면 그때는 우리가 설 땅조차 잃게 될 것”이라며 “솔직히 한미 FTA 체결로 가장 큰 혜택을 받는 현대차가 오히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정치파업에 나선다면 과연 어떤 사람들이 이해해 주겠느냐”면서 “우리 회사만 정치파업에 나서 피해는 피해대로 보고 여론의 뭇매만 맞게 되는 것은 아닌지 너무 걱정된다”는 말로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또 울산의 140여 시민 사회 경제단체로 구성된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범시민협의회는 이두철 공동위원장을 포함한 임원 13명이 현대차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명분없는 정치파업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며 “국민의 지지를 잃은 노조는 구성원들 모두 일자리를 지켜낼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들, “배부른 현대차 사지 말자” 또한 울산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네티즌들은 “불법 정치파업으로 사회불안을 조성하는 현대차는 필요없다”며 정치 파업을 강행할 경우 반 현대차 운동을 다시 시작하자는 움직임이 힘을 얻고있다. 그리고 이같은 현대차 보이콧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 홈페이지 중 고객의 소리 게시판에는 한 국내 영업소에 근무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필자는 “랜터카 사장님에게 지난 3개월간 공을 들인 끝에 150여대의 차량을 납품하기로 확답을 받았지만 ‘정치파업이나 하는 현대차와는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이유를 대며 하루아침에 경쟁업체에게 물량을 빼앗겼다”고 호소했다. 또 A/S팀에서 자동차 수리업무를 담당하는 한 조합원은 “수리 받으러 들어오는 고객마다 이렇게 좋은 직장에서 무슨 파업이냐며 욕부터 한다”며 노조 홈페이지에 고충을 털어놨다. ■막무가내 노조, 국제경쟁력 스스로 소멸 본래 한미FTA의 체결로 인한 최대 수혜자는 현대자동차이다. 현대차는 FTA 발효 이후 관세 장벽이 높아지게 되면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미국 및 NAFTA 국가 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호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노조의 파업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현대차를 사느니 차라리 외제차를 사겠다”는 식의 반 현대차 정서가 널리 퍼지게 되면 역으로 미국의 중저가 자동차로 인해 국내 시장을 빼앗길 위험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합법과 불법을 막론한 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해외 수출물량까지 차질을 빚게 되면 국제적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뿐만아니라 올 해 말을 기점으로 일본의 미쓰비시 자동차, 영국의 로터스 자동차 등이 한국 상륙을 위해 대우자동차판매 등과 교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미국자동차 및 미쓰비시·로터스 등은 기존 벤츠·롤스로이스 등 상류층을 타깃으로 한 고급 외제차가 아닌 서민형 자동차 시장을 노리고 있어 국내 자동차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시피 한 현대차 그룹의 점유율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자동차업계의 한 전문가는 “현대차가 미쓰비시나 벤츠 등과 겨뤘을 때 중저가형 자동차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며 “하지만 자신의 경쟁력을 스스로 까먹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 낙오는 당연한 수순 아닌가”라고 걱정을 나타냈다. ■증권가, 현대차, 매각 등 소문 무성 이같은 상황에서 증권가에서는 내년에 현대차가 M&A 시장에 대형 매물로 나올 것이며 아마도 GM 등에서 인수를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소문의 근원은 서울대학교 임종원 교수와 현대자동차 자문그룹·임 교수는 지난 19일 열린 정몽구 회장 공판장에서 “앞으로 현대자동차는 해외자본에게 날로 먹힐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와관련 현대차 자문그룹의 한 관계자는 M&A를 노리는 가장 유력한 세력으로 GM을 상정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증권가 관계자들도 “자문그룹에서도 상당히 높은 실현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대차의 노사관계가 변하지 않는 한 정 회장의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현대차의 부도 및 M&A 위기는 계속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현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