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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에 대한 맹세가 진정 나라를 위한 충성심인가?

평화인권연대, 국기 사랑에 앞서 개인 존엄성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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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4호 ⁄ 2007.07.02 15:35:42

지난달 26일 오후 늦은 시각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오는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 국기법’ 제정에 대해 반대하는 문화시위가 벌어졌다. 평화인권연대의 주최로 벌어진 이번 문화시위는 최근 행정자치부가 대한민국 국기법에 경례와 맹세를 법률에 명시하겠다는 발표에 국기와 국가보다는 개인의 존엄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반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진행된 것이다. 이날 시위에서 평화인권연대는 “주로 1970~80년대 행해졌던 일제의 잔재인 ‘국기게양식과 하강식’을 기억하냐”며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동작그만’ 상태로 얼어붙어 맹세를 강요받던 그 ‘맹세 천국 불신 용공’의 ‘이상한 나라의 경례스’로 살아왔던 우리들의 현재를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존엄성과 자유를 빼앗고 강압적으로 이뤄왔다고 주장하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TV 코미디 프로를 인용, 풍자한 ‘맹세 퍼먹어’, ‘왜이러니? 왜이러니?’ 등의 소재로 퍼포먼스를 진행해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인권활동가 네트워크 소속 19살 K군은 “중학교 때 한 친구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는다고 선생님께 심하게 구타당하는 모습을 봤다”며 “그때 그 아이의 존엄성보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중요시 여기는 선생님의 모습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물론 국가가 있기에 국민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하나하나의 국민의 자유와 존엄성이 무시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기에 이번 시위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광화문 사거리 행진을 하던 평화인권연대가 갑자기 이순신 장군 앞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 ‘돌발퍼포먼스’를 보여 시민들에게 이들의 행위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마련됐다. 아래글은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를 반대하는 학생들이 반대 이유에 대해 숨김없이 서술한 글이다. -------------박스처리--------------- 청소년이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 “모두 일어섯! 국기에 대해~~ 경례~엣!” 보통 이 사회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교육 받고 자란 사람치고 저 말을 들었을 때 아무 장면도 연상되지 않는 사람 없으리라. 그게 지금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이든, 다녔지만 더 이상 다니지 않는 청소년이든 어쨌든 초등학교는 의무였으며 신성한 의무교육의 초등교육에는 ‘애국심’이라는 교과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반복, 세뇌하는 과목을 배웠으리니……. 학교를 그냥 다녔던 청소년들이라면 12년간 받아온 반복학습에 의해 애국가만 나오면 자동으로 손은 가슴에, 눈은 국기로, 눈가엔 눈물 그렁그렁, 마음은 ‘쓸데없이 이런 거 왜하나?’ 라는 생각. 그렇다고 안 하자니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함부로 거부하진 못하고서, 전원이 매스게임 하듯 동시동작 착착! 잘도 맞는다. 이번에 시행령인가로 국기에 대한 맹세를 집어넣는다고 한다. 청소년이 아닌 사람이 듣기에도 징글맞은 소리이겠지만, 청소년들에게는 더 징글맞게 들린다. 이 사회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애국’을 부려먹기 편하다는 이유로 강요하고, 그들의 말에 따라 더 강도 높은 ‘애국’을 해봐야 자신의 인간성을 강도 같은 국가에 뺏긴다는 걸 잘 아니까. ‘애국’은 내신에도 들어가지 않는 종목이니까 그냥 거부하면 되지 않느냐고? 천만의 소리! ‘애국자이기 이전에 하나의 사람이어야 한다.’라는 이유로 거부하거나, 거부까진 아니더라도 애국을 조금 생각해보고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청소년을 ‘전형적’인 교사들은 이렇게 부른다. “이런 비국민새끼!” 거짓말이라고 생각해보면 그 기억 좀 더듬어 다시 생각해보라. 국기에 대한 경례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하는가? 뜻 해석하면 결국 “이런 비국민”이지. 국기에 대한 맹세가 일제의 잔재라느니 그런 소리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일본에서 하면 어떻고, 한국에서 하면 어때? 좀 일본에서 살았다느니, 한국에서 살았다느니 하는 걸 따지지 않고 서로 친구하면서 싸우지 않고, 경쟁하지 않고, 서로 필요한 걸 나누면서 살아가는 걸 바라는 사람에겐 “너는 한국민족이고, 너는 일본민족이니까 너넨 태어날 때부터 서로 경쟁해야 하는 운명인 거고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총칼 겨누고 싸워야 해. 게다가 이기기 위해선 한국민족은 한국민족끼리 뭉쳐야 하고, 일본민족은 일본민족끼리 뭉쳐야 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의 명령 따윈 필요 없다 이거다. ‘히틀러’, ‘히로히토’, ‘무솔리니’, ‘박정희’. 예로부터 애국을 사람들에게 강요하셨던 분들치고 평화로운 세상 만드신 분 없었더라.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더 많은 희생을 하고, 더 많은 생산을 해야 하는 도구로 취급했던 분들은 언제나 ‘애국’을 강요하셨다. 그렇게 사람들이 피땀 흘리면서 고생한 다음 이뤄낸 생산량 증가 등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지 못했다는 위대한 가르침을 몸소 실천한 건 좋은데, 이제 충분히 겪었으니 더 이상 ‘애국’이 인간을 얼마나 잔인하게 만들고 불행하게 만드는지 실험할 필요는 없다고 전한다. 젠장. 나는 청소년이다.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것이라곤, 얄딱꾸리한 로또번호같은 이상한 일렬번호로 나를 관리하고 사람들끼리 경쟁시키는 것 정도. 도대체, 나는 사람이란 말인가? 소모품이란 말인가? 다시 한 번 ‘청소년’으로써 말하자면 ‘정말 애국이 좋은 거라면 왜 강제하는지 모르겠다.’ 라는 식의 소극적인 질문을 넘어서, ‘역사 좀 보고 깨닫자. 인간을 인간이 아니라 소모품으로 보고 희생시키는 사회는 인간이 행복하지 못한 사회가 된다. 난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야!’ 라고 소리친다. 안 그래도 이 사회에서 이것저것으로 청소년들 괴롭히는 거 많아 싸울 거 많은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짓보다는 인간이 애국자이기 이전에 인간답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부터 먼저 생각해봐. -염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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