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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법이 비정규노동자를 벼랑으로 내몰아

비정규직 30대 여성, 해고통보에 자살시도
12년 동안 일하던 학교, “비정규직법 때문에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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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4호 ⁄ 2007.07.02 15:36:17

7월 1일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법 시행 이전부터 곳곳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해고와 외주화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정규직법 때문에 해고통보를 받은 한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자살을 시도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성북구 소재 성신여고에서 12년 동안 학교 행정실에서 일하던 정수운 씨(34)는 지난 1월 25일 학교로부터 해고를 통보받았다. 학교 관계자가 정 씨에게 밝힌 해고 이유는 ‘비정규직법 때문’이었다. 즉,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금지되기 때문에 근로조건 개선을 해야하는 학교 측은 재정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포기한 것이다. 정 씨는 6개월이 넘도록 학교와 교육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해고의 부당함을 호소했고, 정 씨가 속한 전국공공서비스노조는 지난 3월 16일 학교장과의 교섭을 통해 계약해지를 철회하고 고용안정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를 묵살했고 지난 12일 ‘6월말로 해고될 것’을 정 씨에게 최종 통보했다. 결국 정 씨는 22일 0시 10분께 동료에게 “책임감,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주님이 보시면 가슴아프겠지만…이젠 그 모든 거…”라는 문자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보냈고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해 자살을 시도했다. 박진현 공공운수연맹 선전부장은 “현재 정 씨는 12시간 동안 혼수상태에 있다가 깨어나 회복중이지만 아직까지 정신적 충격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말 일하고 싶습니다” 벼랑으로 내몰린 정 씨가 자살 시도 하루 전에 쓴 호소문에는 그녀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선생님 그리고 학생 여러분, 학교에서 6월말 저를 해고한다고 들었습니다. 왜 제가 해고를 당해야 되는지 학교에서는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았고 교섭이나 답변도 하지 않습니다. 전 일하고 싶습니다. 12년동안 성신여고 행정실에서 근무했던 것처럼 계속해서 일하고 싶습니다. 정말 일하고 싶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호소문 가운데) 박창환 민주노동당 성북구지역위원회 위원장은 25일 성신여고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얼마나 힘들었으면 정 씨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라며 “아마도 정 씨의 가슴이 숯검정처럼 타고 들어갔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재영 민주노총 서울본부장도 “정 씨의 소식을 듣고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을 느꼈다”면서 “연대투쟁을 하면서도 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용자들은 7월 1일이 되면 당연히 비정규직을 해고해도 될 수 있는 것처럼 비정규직 노동자에 해고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며 비정규직법 때문에 오히려 해고로 내몰리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상황을 지적했다. 특히 민세원 전국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에겐 정 씨의 자살시도 소식이 남달랐다. 15년전 성신여고를 졸업한 그였다. 무엇보다 같은 해고노동자이면서, 여성노동자로서 오랫동안 복직을 위한 외로운 투쟁을 했던 비슷한 처지다. 민 지부장은 “학교나 재단이 교육자로서 인정받고 싶다면 이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노조는 “당사자에게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하며,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었던 해고를 철회하고 정규직 전환 등 고용안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학교, “3개월 치 급여 위로금으로 주겠다” 공공노조 등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정 씨에 대한 해고 철회 요구에 대해 28일 학교 측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학교 회계직원 계약을 끝내라고 결정했기 때문에 해고를 했다”라며 “희망퇴직 위로금으로 3개월 치 급여를 주겠다”고 답했다. 또한, 학교 측은 “정수운 조합원과 함께 계약해지 통보를 한 다른 3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에 동의했는데, 정수운 조합원만이 이를 거부했다”며 고용조정의 법적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리해고라는 법적 절차를 거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리해고는 근로기준법 31조에 따라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존재해야 한다. 공공노조는 “성신여고가 학교가 문을 닫을 정도의 긴박한 경영상 이유가 있는가”라며 “재단 전입금보다는 국고지원으로 대부분 운영되는 사립학교가 국고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고서야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을 리 없다”라고 반박했다. 비정규직법 때문에 12년 동안 일했던 직장에서 쫓겨난 여성비정규직 정 씨에게 3개월 치 급여가 과연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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