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성곡미술관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 신정아(35)씨가 4년 동안 유치한 기업 후원금이 10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미술업계는 “배후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권력형 메세나’가 분명하다”는 반응이다. 검찰은 신 씨가 근무한 성곡미술관에 거액의 후원금이 들어오는 과정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영향력이 미쳤다는 정황이 포착되어 조사중이다. 만약 변 씨의 개입이 확인되면 ‘권력형 메세나’가 사법처리되는 첫 사례다. 후원기업들 중에 공적 자금을 지원받은 대우건설이 3년간 2억9000만원을 후원해 액수가 가장 많다. 당시 박세흠(현 주택공사 사장) 사장은 변 전 실장과 부산고 동창이다. 산업은행도 지난 3년간 총 7000만원을 후원했는데 김창록 총재가 변 전 실장과 고교 동기동창이다. 산업은행은 구입한 94점의 미술품 중 90점을 2005년 이후 사들였다. 서울 서부지검은 신 씨로부터 미술품을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구입하도록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 확인에 나섰다. 문화관광부는 미술품 구매를 촉구하는 공문을 다른 부처에 보내기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각 부처 미술품 관리 담당자 10여 명을 소환 해 부처로부터 미술품 구입 관련 서류를 건네받아 분석중이며, 특히 변 전 실장이 2005년 그림 2점을 4000만원에 구입하는 과정에 신 씨로부터 조언을 받았다는 단서를 잡고 조사중이다. 대기업메세나 활동은 최근 금호그룹 등 대기업들을 비롯해 금융기관·공기업 할 것 없이 붐을 이룰 정도였다. 신정아 씨가 근무했던 성곡미술관에 대한 기업후원 과정에 의혹이 제기되면서 앞으로 ‘메세나(문화예술에 대한 기업들의 지원)’ 활동의 위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전임 박세흠 사장의 관계 때문에 의혹을 받는 대우건설 관계자는 13일 “우리 회사는 문화예술 활동에 지원을 많이 해왔을 뿐 아니라 고(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이 생전에 기업메세나협의회 회장을 지냈던 터여서 이번 일로 영향받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모기업 관계자는 “문화예술 지원은 외형매출 규모에 비례해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대목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특별히 위축될 것이 없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사회공헌을 계속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이번 파문에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공연티켓을 판촉차원에서 배포하는 백화점 등 업계는 “이런 일이 터졌다고 마케팅 활동을 축소할 수는 없지 않으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모 자동차 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지원대상 선정을 더욱 까다롭게 할 것이며 그러다 보면 전체 지원규모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파문을 계기로 기업들의 메세나 지원 투명성과 합리성은 높아질 게 분명하다. 한 대기업 메세나 실무 담당자는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이 명확한 원칙과 기준보다는 외부의 청탁·압력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무 담당자들 또한 처음부터 어떻게 집행할지 정해 놓고 예산을 짠 것이 아니어서 손에 쥔 돈을 소진하기 위해 무턱대고 청탁 등을 수용하기도 한다”고 기업의 자성을 촉구했다. <조창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