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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CCTV 공화국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찍는다

범인검거 결정적 단서 제공… 사생활 침해 논란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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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3호 성승제⁄ 2008.04.14 18:02:42

최근 범죄를 노리는 사건 사고가 잇따르면서 대한민국이 폐쇄회로(CC)TV 공화국으로 전락하고 있다. 각종 사건 사고 예방과 범죄 수사에 효과적이라는 사례가 곳곳에서 입증되면서 서울·경기 지역에 CCTV는 이제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 품목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시민 감시를 통해 범죄 예방이 가능하다는 취지 때문이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아파트 주변에 CCTV 늘리기에 나서고 있고, 관련 업체는 물 만난 고기처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사생활 노출과 늘 감시당한다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알게 모르게 나를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유쾌한 기분은 분명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국에서 CCTV가 가장 많이 있다는 서울 강남구 주민들은 어떨까?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살고 있는 직장인 김종혁 씨를 통해 CCTV 노출 현황과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종혁(남·34) 씨는 오전 7시에 어김없이 출근길에 오른다. 김 씨가 집을 나서 직장에 출근하고 퇴근 후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하루를 추적한 결과 CCTV에 45 차례 찍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는 “강남 아파트를 벗어나 거리에 나서도 곳곳에서 CCTV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며 “누군가 어디서 세밀하게 감시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카메라에 찍히는 것일까? 우선, 김 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부터 CCTV의 감시는 시작된다. 엘리베이터를 나와 아파트 단지에 접어들면, 전체 40여 대의 카메라가 매 순간순간을 감시한다. 아파트 내부에서 찍히는 카메라는 평균 5회 정도다. 다시, 출근을 위해 지하철 2호선 교대역을 향하는 순간 도로 곳곳에 강남구청이 설치한 카메라에 노출되며, 지하철 내부로 들어서면 지하철공사에서 설치한 CCTV가 김 씨의 모습을 찍는다. 즉, 김 씨가 집에서 나와 지하철로 이동하는 동선의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는 셈이다. CCTV 감시는 사무실에서도 이어진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대형 금융사에 다니는 김 씨의 모습은 사무실에 도착한 순간에도 수십여 번 CCTV 카메라에 노출된다. 퇴근 후 다시 집으로 향할 때 역시 출근할 때와 비슷하게 카메라에 노출되면서 김 씨가 하루 동안 언제 출근하고 언제 퇴근했는지를 금방 파악할 수 있다. 만약, 김 씨가 점심시간에 편의점에 가거나 퇴근 후 대형 할인점·백화점 등을 방문할 경우 CCTV 노출 횟수는 더 증가한다. 김 씨는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CCTV가 점차 늘어나면서 행동마저 조심스러워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이자 감시 필요자로 보는 끔찍한 일들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 범죄예방 효과… 전국에 CCTV 확대 열풍 그러나 김 씨의 우려를 비웃듯 서울시와 각 지자체는 최근 CCTV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CCTV의 증설에 앞장선 곳은 서울시다. 서울시는 2010년까지 시내 568개 모든 초등학교 주변에 CCTV를 설치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700대씩 매년 늘려 2010년까지 2140대를 추가 설치하는데, 이를 위해 1000억 원의 예산을 투자한다. 서울에서 CCTV가 가장 많은 지역인 강남에는 총 412대의 CCTV가 있다. 강남구 역시 올해까지 CCTV 50대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처음 CCTV를 구로 확대할 때에는 비판 여론도 있었지만, 최근 여성을 노린 각종 범죄 사건이 잇따르면서 환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번 CCTV 추가 설치도 대부분 구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부산·광주·고양시 등 지자체들도 앞다퉈 CCTV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주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4087곳에 설치한 CCTV를 9200여 대 늘려 전국적으로 1만3302곳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최근 CCTV가 급증한 이유는 역시 성폭행·성추행·납치 등 여성과 어린이를 노린 범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 첨단기술 도입된 CCTV 대거 출시 CCTV를 도입하겠다는 지자체의 계획으로 관련 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또 보다 지능화되고 최첨단 시스템을 도입한 CCTV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최근 사용하는 CCTV는 사흘마다 한 번씩 녹화 테이프를 갈아 줘야 하는 과거의 감시 시스템이 아니다. 아날로그 방식의 CCTV와 달리, 요즘은 디지털 방식 비디오 레코더 ‘DVR(Digital Video Recorder)’를 쓴다. DVR는 별도의 하드 디스크가 있어 1~2개월분 영상을 자동으로 녹화한다. 하드디스크가 꽉 차면 먼저 녹화됐던 영상을 지우고 그 위에 새 영상을 녹화한다. 화질 조절도 가능하다. 보통 초당 3~5프레임이 찍히도록 설정해 두는데, 더 많은 프레임을 담을수록 화질이 좋아지는 반면 녹화 기간은 짧아진다. DVR 1대에 설치할 수 있는 카메라 수도 4대·9대·16대로 다양하며, 카메라 성능에 따라서도 화질이 달라진다. 보안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산 사건은 화질이 좋은 걸로 봐서 초당 5~10프레임 정도가 녹화되도록 설정해 둔 것 같다”며 “우리나라 DVR 기술은 세계 시장에서도 상위권으로, 국내 CCTV도 80% 이상 DVR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DVR로 녹화된 영상은 검색도 간편하다. 기존의 CCTV 영상을 검색하려면 일일이 테이프를 재생해 봐야 하지만, DVR는 일시만 입력하면 해당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고, USB나 CD 라이터 등을 이용해 별도 보관도 가능하다. DVR 자체 가격만 130만~200만 원 정도며, 카메라 가격도 대당 10만 원 이하부터 10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최근에는 선명한 화면은 물론 영화에서나 봐 왔던 기술도 속속 실현되고 있다. 이 모든 기술을 선도하는 것이 바로 아이디스·코디콤·아구스 등 한국 업체들이다. 사람의 움직임이 있을 때만 기계가 작동한다든가, 화면에 많은 사람이 움직이고 있을 때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1명을 찾아낼 수 있는 등 영상분석 소프트웨어 기술은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외부 침입자가 확인되면 고객 휴대폰으로 바로 문자를 보내 주거나, 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해 휴대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최근 속속 선보이고 있다. CCTV 업체 관계자는 “화면에서 배회하는 사람만을 찾아내는 로이터링 기술도 개발 중”이라며 “2년 전에 개발한 통합관제 서버 솔루션은 국민은행 등에서 활용하고 있는데, 국민은행 전국 지점에 설치된 모든 CCTV를 본점에서 원격으로 관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CCTV는 사후대책” 사생활 침해 논란 CCTV 추가 설치가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사생활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직장인은 누구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루 평균 40~50여 차례나 CCTV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사생활 침해 위험은 물론 범죄 예방 및 범인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CCTV 설치 목적, 촬영 범위 등에 대한 규제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또, CCTV의 증가만으로 어린이들이나 여성들의 안전을 보호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경찰 관계자는 “CCTV 확대 설치는 어찌 보면 사후대책”이라며 “사전 안전보장을 위해서는 전 국민이 나서서 범죄에 대한 민감성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CCTV 관계자 역시 “설치뿐만 아니라 향후 관리도 철저히 해서 함부로 범죄를 저지르면 안되겠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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