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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사회, 그들은 일하고 싶다

사회는 고령화…노년 일자리는 별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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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호 박성훈⁄ 2008.05.06 15:31:53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달려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00년에 7.2%에 달해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으며, 10여 년 뒤면 65세 이상의 인구비율이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65세 노인인구 비율 20% 이상)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노인인구의 증가는 사회 전반적으로 노인부양의식이 희미해짐에 따라 가족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게다가, 사회복지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국가 경쟁력의 위협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사회의 노인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빈곤과 고독 등의 개인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경제적인 어려움과 함께 소일거리가 없어 삶의 의미를 잃고 있는 노인의 비율이 전체의 50%를 넘는다. 요즘의 노인들은 의학기술의 발전과 영양상태의 개선으로 70대가 넘어도 몸이 대부분 건강해 사회생활을 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 그러나 고질적인 경제침체로 인해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정년퇴임 연령을 낮추는 추세라 노인실업은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노동력의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나는 우리 한국경제의 현실을 고려하면, 60세 이상 고령자의 취업이 당장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 한국 근로자 근속기간, 길어야 11년 한국의 준고령 근로자(50대 안팎)들이 직장에서 퇴출되는 시기는 OECD 회원국의 평균 퇴임시기에 비해 이른 편에 속한다. OECD가 발간한 ‘한국의 고령화와 고용정책’ 보고서에 의하면, ‘사오정’,‘오륙도’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조기퇴직 추세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이나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의 50∼54세 남성 근로자는 회사에 평균 18∼22년 간 근속하는 반면, 같은 연령대의 한국 근로자는 11년도 채 안돼 퇴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OECD는 “한국에는 일본·프랑스·독일과 달리 평생직장이라는 제도가 없음을 알 수 있다”면서 “한국은 오히려 매우 유동적인 노동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이나 영국에 더 가깝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45∼49세 이후 한국 노동자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영국이나 미국보다도 매우 빠른 속도로 감소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특히, 한국 여성들은 모든 연령대에서 다른 회원국들에 비해 근속연수가 훨씬 짧다. 지난해 우리 통계청이 집계한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중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30.5%에 그친다. 그나마 노인 취업자 중 절반 정도는 농림어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임금근로자 비율은 취업자 중 30.9%에 그친다. 상용근로자 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받는 저임금 직종에서 일하는 경우가 전체 연령에서는 24.5%였으나, 60세 이상 근로자에서는 59.8%, 50∼59세에서는 37.6%에 달했다.

■ ‘큰 그림’ 없는 노인 취업대책 우리 정부도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노인들의 취업을 촉진하는 사업이 중앙정부적 차원이 아닌 지자체별로 그 필요에 따라 노인취업센터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노인에게 임금을 제공해 경제적 도움을 주고, 지역의 사정과 특색에 맞는 취업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일시적이고 단발적인 사업이라 실상 노인들에게 지속적인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자리의 공급이 고령층의 많은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처지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노인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지방 노인취업센터의 관계자는 “해당 지자체에서도 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여러 방도로 강구하고 있으나, 모든 노인들에게 일자리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무리”라고 전했다. 지자체별로 시행하는 일자리 창출사업이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노인 취업정책에 일관성이나 계획성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 정년 상향조정 및 연공임금제 개혁 급선무 이 같은 급속한 고령화 추세에서 노인 취업난을 해결하려면 정년퇴직 연령을 높이는 일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기업고용에 있어서 연령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 미약하다. 현재 고용법에는 노인을 차별할 수 없다는 권고조항을 두고 있지만, 명확한 제재 조항이 없다. 또한, 한국에서는 정년퇴직 연령이 60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도 권고조항일 뿐 구속력이 없다. 그 결과, 정년퇴직 연령을 60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전체의 10%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변재관 원장은 “기업들이 숙련된 기술을 지닌 고령 근로자들을 그냥 내보내는 것은 고용자 입장에서도 큰 손실”이라고 전했다. 또한, 연수(年數)에 따라 임금을 책정하는 방식의 연공임금체계의 개혁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우리 사회의 기업문화 속에 뿌리 깊은 관행으로 남아 있는 연공임금체계가 고령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의 개선을 위해 일부 기업에서는 임금피크제가 시행되고 있기도 하다. 임금피크제도란 임금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중고령 장기 근속자들이 계속 근무를 원할 경우 연차적으로 임금을 감소시키거나 일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급여체계를 설계하는 제도이다. 정년 이후에도 퇴직하지 않는 대신 상한임금을 유지하거나 1차년도에는 직전보수의 80%, 2차 년도에는 60% 등의 방식으로 임금을 줄여 나가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현재 기업은행이나 신용보증기금과 같은 금융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급여제도를 개혁하는 일은 쉽지 않다. 청년 일자리 수요가 많은 우리나라의 취업시장 구조에서 능률이 떨어지는 직원에게 계속 임금을 주고 사용한다는 것은 사용자에게 부담이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임금피크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효과적인 방법은 정년퇴직 활용을 강제로 제한함으로써 고령 근로자를 해고하기 어려워진 사용자에게 임금제도를 직무급,성과급 위주로 개혁하도록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변재관 원장은 “고령 근로자들이 임금 수준을 적절한 수준으로 낮추는데 동의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고령 근로자의 취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노년 취업대책, 일본에게 배운다 일찍이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게서 노인취업과 관련하여 배울 점이 많다. ‘2007년 일본 고령사회백서’에 따르면, 일본의 65~69세 인구 중 49.5%가 취업상태이다. 실례로, 일본 금속제조업체인 지요다코교의 경우 60세가 종업원 정년이지만, 본인이 원하면 최장 70세까지 일할 수 있다. 이 회사 사원 중 11명이 60세 이상이며, 최고령자는 71세다. 일본에서는 노인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고 있으며, 상당수 노년층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 일본 야마나시현에서는 2005년부터 ‘할머니·할아버지 파견’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노인들에게 일정 보수를 주고 시내 아동센터나 보육원 등의 교육기관에 파견해 아이들을 교육하도록 하는 일종의 ‘교사파견’ 사업인데, 현재 노인 40~50명 정도가 이 제도에 등록해 돈도 벌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노인 개인으로서는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사회는 노인들이 다년간 쌓아온 인생의 경험을 전수받을 수 있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일본의 노인들은 여가생활을 즐기고,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한국의 노인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려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과 대조적이다. 일본 지바현 나가레야마 시는 자원봉사단체인 ‘시민서로돕기넷’을 운영하고 있는데, 회원 187명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60대다. 또한, 일본 노인들의 클럽·단체 활동 참가율이 한국에 비해 높다는 점은 일본 노인들이 여가를 즐기기 위한 경제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일본에서는 60세 이상 노인 중 54.8%가 각종 단체활동에 참여하면서 여가시간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들이 참여하는 단체는 건강·스포츠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취미생활, 지역행사 등을 위한 사례도 있다. 이에 비해 한국 노인들의 사회단체 참여율은 29.9%에 머물렀으며, 종류별로는 사교단체에 참여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고, 종교단체가 그 뒤를 이었다. ■ 일본 정부 ‘고령인구도 국가 노동력’ 이 같은 상황에서도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고령자 취업대책을 내놓는 등 노인취업 문제의 해결을 위해 부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사회 전반적인 노동력 확보를 위해 ‘전원 참가형 사회’라는 슬로건을 내건 취업지원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65세 이상 고령자를 근로현장에 투입하는 안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고령인구들도 국가 노동력의 일부로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노인들을 소외계층으로 분류해 일방적으로 사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현실과 대조적이다. 또한, 일본 후생성은 2010년까지 근로자가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비율을 현재의 11.9%에서 20%까지 확대하고, 고령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실버인재센터의 회원을 76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일정기간 정규직에 취업한 경력이 없어도 개인의 근로 능력을 정부가 보장하는 잡 카드(job card) 제도를 고령자에게도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일본 정부에서는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규정한 기업의 비율이 현재의 37%에서 50%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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