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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신문고시’ 손봐야 할 때

조중동 확실하게 신문고시 위반, “규제 강화해야”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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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호 박성훈⁄ 2008.05.19 17:26:57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3개 주요 일간지의 대다수 신문지국이 독자에게 경품과 무가지 등을 제공해 신문고시를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4월 29일과 30일 양일에 걸쳐 조선·중앙·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 4개사의 서울지역 지국을 각각 40곳씩 선정해 신문고시 위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중앙일보과 동아일보의 신문고시 위반율은 100%였으며, 조선일보는 97.5%(39곳)였다. 실상 3개 주요 일간지는 전부 신문고시를 위반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겨레신문도 40곳 중 16곳이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써 상기 4개 신문사의 신문고시 위반율은 84.4%에 달했다. 위반 유형별로 보면 무가지 4개월 이상 제공이 56곳으로 가장 많았다. 동아가 27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조선(14곳)과 중앙(11곳)이 뒤를 이었다. 신문고시 위반 정도가 가장 심한 무가지 4개월 이상과 경품 제공에 해당하는 지국도 55곳이나 됐다. 중앙이 23곳이었으며, 조선과 동아는 각각 21곳과 11곳이었다. 상품권 대신 현금 5만 원을 제공한 지국도 총 3곳이나 있었다. 특히 중앙일보 지국 8곳은 무가지와 경품, 구독료 할인 등을 포함한 혜택이 17만9,000원으로 1년 신문구독료(18만 원)와 맞먹었다. 한겨레의 위반사례는 무가지 3개월 제공(9곳)이 가장 많았다. 민언련 관계자는 “백용호 공정위원장의 발언이 혼탁한 신문시장의 경품경쟁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신문고시를 더욱 철저히 적용하는 것이 공정위의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신고포상제가 유명무실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매달 실시해 온 신문고시 위반 실태 조사에서는, 신고포상제가 실시된 2005년 9월 당시 신문고시 위반율이 잠깐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지난해 11월부터 다시 80%까지 올랐고, 현재에 와서는 위반율이 90% 가까이 이르는 것으로 잠정 추산되고 있다. ■공정위 단속 결과를 보면 신문고시는 ‘신문법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각 신문사는 연간 구독료에서 20%가 초과되는 경품과 무가지를 구독자에게 증정할 수 없고, 위반시 과징금 부과 및 형사고발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즉, 연간 구독료가 18만 원(월 1만5000원)이면 경품과 무가지를 합쳐 3만6000원을 넘으면 안 된다. 경품 없이 무가지만 3개월 제공해도 처벌기준을 넘는다. 신문고시는 살인 사건으로까지 번진 독자 확장 경쟁 등 신문시장의 극심한 혼탁상을 바로잡기 위해 1996년 처음 제정됐다. 그러나 98년 12월, 당시 규제개혁위원회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며 폐지했다가, 2001년 7월 부활했다. 신문고시를 가장 많이 어긴 신문사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이다. 최근 한국기자협회가 공정위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4년부터 4년 간 신문고시 위반건수 537건 가운데 조·중·동이 445건으로 전체의 82.9%를 차지했다. 또 이 기간에 부과된 과징금 17억6490만원 가운데 조·중·동이 16억6420만 원으로 94.3%에 이르렀다. ■백용호 공정위장 “신문고시 개정 검토” 신문고시는 2001년 10월 신문협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율규약안에 의해 제정됐고, 처음에는 신문협회가 언론사 간의 부당 경쟁을 감독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던 중 2003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사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권을 가져가면서 경품·무가지 제공 같은 신문고시를 위반한 언론사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제재를 강화했다. 그러다 지난 4월 말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신문고시의 문제점이 여기저기서 제기돼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는 모든 소관 법령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고, 신문고시도 이에 포함된 것이다. 백 위원장은 “아직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신문협회와 상의하고, 여론을 수렴해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해 신문고시를 폐지 또는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언론단체, “신문 경품경쟁에 기름 부은 격” 그러나 이에 대한 각 언론단체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우리는 조중동에만 편중돼 있는 신문시장의 상황을 접하며 백 위원장의 ‘신문고시 재검토’ 발언은 가뜩이나 혼탁한 신문시장의 경품경쟁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성토했다. 신문고시는 신문시장의 경쟁을 보장하고 촉진하는 ‘최소한의 룰’이고, 공정위가 할 일은 신문고시를 더욱 철저하게 적용해 불법경품으로 시장질서를 흐리는 신문 본사와 지국들을 단속하는 일이라는 의견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각 지역 지부를 비롯한 진보 계열의 언론 단체들과 함께 신문시장의 경품을 감시하고, 시민들에게 경품의 폐해와 신문고시의 정당성을 알리는 일에 주력할 계획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번 신문고시 완화 및 폐지를 시사하는 발언이 새 정권이 들어서는데 공헌한 ‘특정 언론에 대한 보은 조치’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문고시의 재검토보다 그간의 시행착오를 점검해 수정, 보완할 것을 연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자협회는 “만약 신문고시가 폐지된다면, 불특정 다수에게 막대한 피해를 양산하는 속에서 그 수혜자만큼은 명백해진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또 “주요 신문사들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직접, 간접적으로 현 정권의 탄생에 큰 기여를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편으로 이들 신문들은 신문고시를 무력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들이 가진 언론 권력을 최대한 활용해 왔다. 이들 입장에서는 신문고시 폐지를 고마운 선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정부의 처사를 비난했다. ■과징금 부과액 왜 줄었나 공정위가 부과한 신문고시 과징금은 2004년 2억여 원에서 신고포상금제가 시행된 2005년 6억여 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2006년 2억5000여만 원, 지난해 3000여만 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또 민주언론시민연합 독자감시단 조사를 보면, 신고포상금제가 도입된 2005년 4월 조·중·동 지국의 신문고시 위반율은 평균 5.7%에 머물렀지만, 이듬해 3월엔 92.5%에 이르렀다. 공정위의 감시가 점차 느슨해졌다는 얘기다. 더욱이 과징금은 지국에 부과돼 본사는 처벌을 피하고 있다. 공정위는 조·중·동 본사에 각 1차례씩 과징금을 부과했을 뿐이다. 김동조 신문판매연대 위원장은 “신문판매시장이 혼탁해진 것은 공정위의 직무유기 때문”이라며 “공정위가 적극 개입해 본사를 직권조사해야 신문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고시가 폐지되면 신문사의 불·탈법 판촉행위는 일반 상품처럼 ‘경품고시’의 적용을 받는다. 이럴 경우 경품은 판매대금의 10%를 넘지 못하지만, 무가지는 무한대로 뿌릴 수 있다. 게다가 연 매출액 20억 원 이하 사업자에겐 적용되지 않아, 대다수 지국은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정연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신문업은 신문지 판매업이 아니라 신문의 내용으로 승부하는 산업”이라며 “일반 상품처럼 경품고시의 적용을 받아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은주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은 “2001년 10월, 신문협회 자율에 맡긴 뒤 조·중·동의 불·탈법 판촉이 급증했다”며 “공정위는 신문고시를 폐지할 게 아니라 제대로 적용하고 더욱 더 강화해야 신문시장의 질서가 바로잡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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