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학교 자율화 추진 어떻게 할 것인가

교육단체 보수·진보 성향별로 찬반 뚜렷

  •  

cnbnews 제67호 박성훈⁄ 2008.05.19 17:29:21

‘초중고 우열반 자율화’ ‘0교시 수업 부활’ 등으로 교육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4.15 학교자율화 정책’이 한 달이 지난 이 시점까지 사회적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학부모회 등 20여 개 교육·시민단체는 ‘4·15 공교육 포기정책 반대연석회의’라는 국민운동단체를 결성해 정부의 학교 자율화 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철야 단식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연석회의는 13일 교육과학기술부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은 학교 자율화 정책이 아니라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학교 교육을 더욱 황폐화하는 입시경쟁 교육”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매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미국산 쇠고기 협상 반대 촛불집회에서도 학교 자율화 정책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는 연일 불거져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15일에 발표된 학교자율화 방침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항들은 우열반 부활로 인식되고 있는 ‘수준별 이동수업 내실화 방안’, 종교 사학을 배려한 ‘종교교육 교육과정 지도 철저’, 지난 정부에서 추진돼 온 ‘보충수업 금지조항 및 방과 후 학교 운영계획 폐지’, 각급 학교에 대한 교원배치 권한을 현행 교육부 장관에서 시도 교육감으로 위임하는 ‘학급별 교원 및 보직교사 배치 기준’ 등이다. 이에 정부의 교육정책을 바라보는 교육단체들과 교육 전문가들의 입장을 정리해 보았다. ■학교 자율화…진보 ‘반대’, 보수 ‘찬성’ 학교 자율화를 기본으로 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보는 시각은 다분화돼 있다. 이를 크게 진보계열과 보수계열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와 같은 진보계열의 단체에서는 정부의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은 학교의 학원화와 정부의 책임 포기라며 학생 간의 무한 성적경쟁과 학교 간의 갈등을 조장할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또한, 방과 후 학교 운영계획과 학과지도 지침을 폐지하면 학교의 24시간 학원화를 정부가 앞장서서 부추기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각급 학교의 자율화를 실현하려면 학교별 교육과정과 학습의 다양화, 개별화 교육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교총과 자유주의교육연합 등 보수진영에서는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지방교육자치를 내실화한다는 기본방향에 동감하고 있다. 또한, 교육부 방침에 따라 규제해 온 수준별 이동 수업과 방과 후 학교 운영계획, 사설 모의고사 참여금지 등을 시도 교육청 및 학교가 결정하면 우열반 및 0교시 부활, 야간자율학습 확대 등의 역기능도 있을 수 있으므로 조례를 제정하거나 학교 운영위원회의 협의과정을 거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좋은교사운동,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등 중도개혁진영에서는 우열반 금지 등 교육부가 현재 폐지하기로 한 지침의 상당부분은 국가차원에서 보편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적절한 사안이므로 이를 없애는 것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국민적 합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가의 규제가 사라질 경우 전국의 모든 청소년들이 무한 입시경쟁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교육과정과 교과서 등 본질적 교육활동에 대해 자율화를 촉구하고 있다.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이인기 사무총장은 “교육계의 진보-보수 진영의 극단적 대립 속에 자율화 정책에 대한 편파적 이해가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중도 세력은 자율화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하면서도 교육의 시장화 정책에 대해서는 반대 색깔을 분명히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학교 자율화는 지식기반 사회에 합당한 교육과정과 교과서 제도를 정비하고 학교와 교육청이 국민과 학부모에게 교육적 책임을 다하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자율화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학교 자율화 확대를 위해 보다 포괄적인 정책대안의 제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규제 개혁 앞서 규제원인 먼저 해결해야 중앙대 김혜영 영어교육과 교수는 정부의 교육정책에 참교육의 철학이 우선된 문제해결 능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혜영 교수는 “우리나라는 교육의 본질이 변질되고 왜곡되기 시작한 지 오래됐다. 공교육의 신뢰나 역할에 대한 오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우리 고등교육에 있어서 가장 바로잡아야 할 부분은 우리가 반드시 학교에서 받아야 할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그릇된 오해를 푸는 일이라고 전한다. 김혜영 교수는 “어떠한 정책이든 참교육에 대한 철학이 우선돼야 하며 이를 통한 문제해결이 중요하다”면서 “우리나라를 바르게 이끌어야 할 인재를 교육하기 위해 고민하고 도와줘야 할 교육에 ‘자본주의 경쟁논리’, ‘교육의 상업화’를 끌어들이거나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규제를 무조건 풀기에 앞서 그 규제의 원인을 먼저 해결할 장치를 마련한 후 규제를 푸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추고 이를 자율적, 자생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지원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장에 보이는 성과가 없음을 비판받더라도 천천히 기초부터 다지는 체계성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보다 많은 사전 연구 및 전문가의 정책논의가 장기간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학원법인 한자문화원의 강수암 원장은 사교육 열풍의 근원을 특목고에서 찾는다. ‘특목고 진학은 곧 명문대 입학’이라는 생각이 학부모들 사이에 팽배해서, 이른 특목고 진학이 사교육 열풍의 주범으로 자리 잡게 됐다는 지적이다. 특목고로 자녀를 진학시키고 싶은 열망은 대부분의 부모가 가지고 있는 만큼, 어린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10명 중 7~8명은 한번 정도 관심을 갖고 도전을 시도해 보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강수암 원장은 “선행학습 위주의 특목고 준비학원은 학원등록부터 순서를 대기하거나 자격시험을 치러 이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또 다른 사교육 수요를 만들어 낸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이인규 사무총장은 “과거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서민을 위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참여와 분권의 교육공동체’라는 지난 정부의 정책 방향은 옳았지만, 이를 시행하기 위한 교육정책 수립에서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해 실패했던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율화, 입시경쟁 유발 우려도 이인규 사무총장은 교육과학부에서는 국민공통 기본교과의 교육목표와 질 관리에 대해서만 권한을 갖고, 나머지 업무들은 교육청에 이관하는 교육개혁을 주문했다. 또한, 기존의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를 무시험 자율학교 형태로 흡수해 계층간 위화감을 해소하고, 전체 일반학교를 매년 10%씩 자율학교로 전환해 10년 간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과시민사회 윤지희 대표 역시 이 사무총장과 같은 맥락에서 △생활권 교육자치 구현 △교육 바우처 제도의 확대 △자율학교 설립 적극 유인 △공모교장제 및 초빙교사제 전면 확대 △학교평가 의무화 △학교인증 및 컨설팅 제도의 확립 등 자율학교 전면화를 위한 보완 정책과제를 내놓았다. 윤지희 대표는 정부의 학교 자율화가 입시성적 경쟁을 유발하고 사교육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윤지희 대표는 “시도 교육감과 교육청에 대한 견제장치를 전혀 마련하지 못한 채 교육부 지침을 폐지했다”며 “시도 교육청의 기존 통제권과 막강한 권한에 오히려 더 많은 힘을 실은 꼴이므로 이에 대한 견제장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교총 이명균 정책실장은 “학교 자율화는 중앙집권 탈피, 지방 교육자치제 활성화, 학교단위 자율책임 운영구조 확립을 통한 공교육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당연한 조치”라고 전제했다. 다만 교육과학부 장관의 ‘포괄적 장학지도권’ 관련 지침 폐지만으로 이를 담보할 수 없으므로 교과부의 학교에 관한 행정 권한과 사무의 조정 등 세부보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언론 등 일부에서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에 대하여 학교의 학원화, 학교 현장의 서열화와 과열경쟁 심화 등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과대 주장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전했다.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