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학원에 다니고 있는 중학생 절반 이상이 담배를 피운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해악론에는 100% 공감하면서도 담배를 피운다고 금방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이중적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한국금연연구소는 1월부터 2월 10일까지 40여일 동안 부산, 경남 소재 대형 학원에 다니는 중학생 289명을 상대로 담배에 대한 의식을 조사한 결과, 청소년들이 담배에 대해 갖고 있는 이중적 사고의 편차가 그야말로 ‘극과 극’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289명중 10%에 달하는 29명이 흡연자로 나타났고, 47%인 136명이 담배를 피워본 경험이 있었다. 담뱃값을 2만원으로 올린다면 담배를 끊겠느냐는 질문에 84%(243명)가 끊을 것이라고 답했으나, 16%(46명)는 그래도 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끊을 것이라고 대답한 243명 중 33%(80명)는 담배가 중독성이 강해서, 기타 5%(12명)는 완전(평생)금연에는 성공할 자신이 없을 것 같다고 응답했다. 한국금연연구소 최창목 소장은 “청소년들의 담배 접근이 가장 왕성한 시기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보다 세밀하게 담배에 대한 의식을 알아보기 위해 이번 조사를 실시했다”며 “중학생들의 담배 접근을 막는데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이어 “거의 모든 학원이 학력신장만을 중시해 학과교육에만 몰두, 인성교육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원은 잠재적 흡연위험군인 흡연경험 학생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학원생들의 흡연예방 교육에도 깊은 관심과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됐다”고 일침을 가했다.
■중학생 흡연자, 여고생 흡연자 증가 국내 중학생의 흡연율이 증가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가 5월 30일 내놓은 ‘2007년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7년 기준 우리나라 중학교 3학년의 흡연율은 12.2%를 기록했다. 지난 2005년 10.3%와 2006년 10.7%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성별로 보면 중3 남학생이 2005년 12.6%에서 2007년 15.6%로 증가했다. 중2 학생의 경우 2005년 8.4%이던 것이 2007년에는 9.1%로 높아졌고, 중1은 5.7%에서 5.9%로 소폭 증가했다. 중3 학생가운데 지난 한달 동안 매일 흡연을 한 사람의 비율도 2005년 2.9%에서 2007년 4.5%로 늘었다. 더 심각한 점은 여중·고생이 성인 여성보다 담배를 1.6배나 많이 피우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중학교 2학년부터 성인을 추월하는 여성 흡연율은 고등학교 3학년생의 경우 성인 여성의 2배를 훌쩍 뛰어 넘었다. 중3 여학생은 7.7%에서 8.3%로 늘어났다. 여중·고생의 평균 흡연율은 9.0%로 성인 여성(19~64세)의 평균 흡연율 5.5%를 1.64배 웃돌았다. 학년별로는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 5.2%로 성인 여성보다 낮았지만, 6.4%를 기록한 2학년부터 성인 여성의 평균 흡연율을 앞서기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은 8.3%, 고교 1학년은 10.4%, 고교 2학년은 11.3%, 고교 3학년은 13.2% 등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여중·고교생의 흡연율도 증가했다. 특히 여고생들은 성인 여성보다 평균 2배가량 흡연 비율이 높아 여성 흡연자의 증가 추세를 반영했다. ■주범은 인터넷 불법 담배 사이트 담배 유통은 국민의 건강과 상거래 질서를 위해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해외에서 운영되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담배가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담배 판매 사이트에서는 종류를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담배를 팔고 있다. 던힐라이트, 마일드세븐, 말보로 등 수입담배를 10보루나 50보루 또는 100보루 단위로 시중 소매가격보다 60~70% 가량 싼 가격에 팔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디스플러스, 레종, 더 원 등과 같은 국산담배는 10보루 단위로 시중가의 80% 선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보루 단위로 표기된 가격은 가게에서 사는 가격보다 훨씬 싸다. 외국산 담배의 경우 국내외 가격차이가 있긴 하지만 상당한 물량을 수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국내산 담배도 소매상 판매 마진이 10%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이트를 아무 곳에나 들어가도 마우스 ‘클릭’ 한 번이면 필리핀 등 해외에서 담배가 열흘 안에 배송된다. 이 같은 불법 홈페이지에서 파는 대부분의 담배들은 해외 반출이 금지된 제품이다. 이런 사이트들은 외국에서 담배를 들여와 파는 게 문제 없다고 구매자들을 안심시키지만, 사실은 모두 불법이다. KT&G의 공급을 받아 국내에서 해외로 배송한다는 담배 반출 사이트의 광고도 있으나, 이도 거짓이다. 민흥식 KT&G 춘천지점장은 “제휴를 맺어서 했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사실”이라며 “자사는 수출계약을 맺어서 하기 때문에 그런 사항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갑당 600원에서 1,600원 정도 되는 세금은 국가가 아닌, 외국에서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흘러 들어가게 된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같은 불법 담배판매 사이트들이 청소년들의 담배 구입경로가 된다는데 있다. 이 같은 담배판매 사이트에는 성인인증 시스템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는 등 청소년들의 접근에 열려 있다. 대부분의 흡연 청소년들은 일반 편의점과 같은 담배 판매점에서는 담배를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나이를 속여 구입한다고 한다. 결국, 인터넷 담배 판매는 담배 산업의 질서를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흡연까지 부추기는 폐해를 낳고 있다. 도매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개인 고객이 가입만 하면 주문하고 제품을 발송 받는데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판매상은 이미 네티즌들 사이에서 담배를 싸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난 상태다. 재정경제부 국고국 이웅희 사무관은 “담배사업법상 허가받지 않은 소매인이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 라며 모두 수사당국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항이나 비행기에서 파는 면세 제품이 빠져 나왔을 수도 있지만, 그것 역시 물량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나돌고 있는 가짜 외국산 담배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단속기관, “담배 주문 걸러낼 길 없다” 이처럼, 담배 판매 사이트가 한때 사회 문제로 부각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성업 중인 이유는 단속할 방법이 없다며 관계 기관들이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판매 사이트가 외국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수사를 할 수 없다고 하고, 세관에서는 선물로 포장된 담배를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동작경찰서는 5월 27일 필리핀과 미국 등지에서 구입한 담배를 항공우편을 통해 한국으로 들여와 판매하는 인터넷 담배 판매 사이트 3곳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이트 운영자들은 외국과 우리나라의 담배 가격 차이를 이용해 이윤을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외국산 M 담배의 경우 국내 판매 가격은 한 보루에 2만5000원이지만 필리핀에서는 1만5000원이다. 여기에 항공 발송료 8000원을 합해도 한 보루당 2000원의 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담배를 판매하려면 담배 소매인으로 등록해야 하고, 우편이나 인터넷을 통한 판매는 금지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담배 판매 사이트는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성인 인증을 거치도록 하지만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담배를 주문하면 걸러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관세청도 실태 조사에 나섰다. 관세청 관계자는 “사이트 개설 현황과 운영자를 파악해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물 포장 형태로 해외에서 들어오는 담배를 단속하는 것은 현재의 체계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청소년 금연, 친구들끼리 도와야 급하게 선행돼야 할 문제는 이 같은 비선적 경로로 청소년들이 담배를 구할 수 있는 원천을 막는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청소년들이 자체적으로 금연노력을 하는데 있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이담배를 끊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영국의 유명한 학술지 Lancet에는 학교에서 영향력이 있는 학생이 친구들에게 금연을 권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브리스톨 대학의 로나 켑벨 박사는 영국 서부의 59개교에서 평균나이 13~15세 되는 학생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였다. 59개교 중 29개교를 대조군으로 하여 비교하였다. 실험군에 속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같은 반 학생들 중 영향력이 있는 학생들을 지명하게 한 후 이들을 선발하여 흡연의 피해와 금연방법에 대해 교육을 하였다. 선발된 학생 중에 흡연학생이 있어도 이들이 금연을 약속하면 교육대상자로 하였다.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조금씩 자연스럽게 담배에 대한 정보를 친구들에게 알리도록 하였다. 그 결과 대조군과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대조군 학교에 비해 실험군 학교에서 1년 후 학생들의 흡연시작률이 23%나 낮았고, 2년 후에도 흡연시작률이 15% 낮았다. 이러한 방법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면 많은 학생들이 담배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자는 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