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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보호법,대수술 요(要)

보호법 시행 1년 후 비정규직 줄었으나 실직자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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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1호 박성훈⁄ 2008.06.16 15:54:05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된 지 만 1년이 다 돼가고 있다. 2006년 11월 비정규직 보호법이 처음 통과됐을 당시 노동계는 흥분했다. 2년 1개월 간의 긴 여야 논쟁 끝에 맺어진 비정규직 보호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지켜보던 혹자는 비정규직의 승리라고 자축하기도 했고, 오히려 고용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 이들도 있었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법안, 차별금지와 시정절차에 관한 법안, 파견근로자에 대한 법안 등이 그것이다. 이 법으로 인해 기간제를 직종에 상관 없이 쓸 수 있으나, 사용기간이 2년으로 제한되고, 2년 초과 때 무기계약으로 간주된다. 차별금지와 시정절차에 관한 법은 노동현장에서 동등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임금과 근로조건에 있어서) 차별을 금지하도록 했다. 파견근로자에 관한 법에서는 2년이 지나면 사용사업주는 고용의무를 지게 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파견근로자 1인당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도록 해 강제력을 주었다. 이 법안에는 기간제 근로자 고용의 사유 제한과 같은 조치들이 누락되는 바람에 비정규직을 보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법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반면, 비정규직 차별시정 절차에서 사용자에게 차별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을 지워 노동계에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했다. ■법 시행 후 비정규직 더 열악해져 여하튼, 법이 시행된 작년 7월 1일부터 1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비정규직 전체 규모는 감소한 것으로 보이나,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는 훨씬 더 열악해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 및 임금 등에 관한 정부의 공식 통계인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2008년 3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3만5000명이 줄었고, 정규직은 39만3000명이 늘었다.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는 563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2.3% 줄어든 수치이다. 이는 언뜻 보기에 상황이 한층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줄어든 수치는 비정규직 보호법의 주 대상인 기간제 근로자가 32만1000명이나 줄어든데 따른 결과일 뿐 실질적인 수치의 감소는 아니었다. 실제로 비정규직 근로자 중 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직은 1년 전에 비해 20만9000명 줄어든 159만6000명에 불과했다. 반면, 계약기간이 1개월 이상~1년 미만인 임시직은 16만7000명이나 늘었다. 통계청과 전문가들도 비정규직 10명 가운데 2명 정도만 정규직으로 전환됐을 뿐, 정규직 증가분의 나머지는 신규 취업이나 이직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한다. 비정규직의 사용 제한 때문에 기업들이 비정규직 대신 정규직을 뽑기보다는 오히려 비정규직의 채용 규모를 줄인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렇게 줄어든 비정규직 근로자 중 정규직으로 이동한 사람의 숫자를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 김현애 고용통계팀장도 “기업의 신규채용이 활발하지 않은 측면도 있고, 비정규직 보호법에 의한 부분도 같이 복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는 입법 단계에서 경영계가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감소와 실업률 증가 등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우려를 현실화시킨 것에 불과했다. 줄어든 기간제 근로자의 일부는 보호법의 그늘 아래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간제 근로자는 법의 영향으로 실직자가 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그를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하는데, 정규직이 늘어나는 것은 회사로서는 부담이며, 2년 이내에 해고를 하는데 법적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보호법으로 인해 비정규직의 고용 사정이 악화되었음을 의미한다. 법이 제정되지 않았다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을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비정규직의 월 평균 임금은 127만 원으로 전년보다 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입장에선 일자리도 줄어들고 임금도 깎인 셈이다. “임금근로자의 지난 1분기 월 평균 임금은 181만 1,000원으로 지난해보다 5% 늘어났다. 전체 임금 추산을 볼 때 정규직은 6% 증가한 반면, 비정규직은 0.1%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비전형은 9.6%, 기간제는 6.6%, 시간제는 3% 증가했다. 하지만 비기간제의 임금이 15.6%나 감소하면서 비정규직의 임금 하락을 주도했다. ■경영계 “비정규직 보호에만 치중” 경영계에서는 이처럼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이후 비정규직의 고용 상황이 악화된 원인을 비정규직 보호법이 지나치게 비정규직의 보호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처음에 비정규직 보호법 제정 논의가 불거질 때만 해도 노동시장 유연화와 근로자 보호라는 두 가지 목적이 중요했으나, 국회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노조의 강력한 반대로 노동시장 유연화 목표가 실종되고 비정규직 규제만 남은 형국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간제 사용 기간에 대해서도 비정규직의 고용이나 기업의 입장, 경제 환경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결정해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정치적 논리에 의해 기존 3년에서 2년으로 단축되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상임부회장은 “비정규직 보호법 입법 단계에서부터 비정규직의 고용 상황 악화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고 할 수 있다”며 “보호법은 점차 중소·영세 기업에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도록 돼 있는데, 대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고 경영 환경도 열악한 중소기업의 사정을 감안한다면, 비정규직 보호법으로 인한 부작용은 현재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전했다. 그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고용의 유연성과 안정성의 어느 한쪽도 크게 해치지 않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념과 인기를 의식한 이상론적 방안이 아닌, 노동시장에 현실적으로 반영되어 일자리를 창출해 고용을 늘리고 그로써 실업률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부회장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보호는 불합리한 차별 해소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며 “기업의 자유로운 사용을 통해 노동시장 진입과 이동을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노동계, “법과 비정규직 실직 큰 상관 없다”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이후에도 임금근로자가 상용직 중심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법이 영향을 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제활동인구 고용형태별 부가조사’에서 법 시행 대상인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는 임금근로의 규모나 구성의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아 비정규직 법의 영향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비정규직 규모와 구성의 변화는 100인 미만의 소기업에서 주로 발생했다고 한다. 2007년 7월 비정규직 법이 시행될 당시 100~299인 기업에서 임금근로자는 소폭 감소하였으나, 이는 정규직이 감소하고 비정규직이 증가한 것으로,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이 비정규직 일자리를 감축하고 있는 결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노동계의 의견이다. 한국노동연구소 이병희 데이터센터 소장은 “1년 이상 근속한 임금근로자는 소폭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비정규직의 증가에 기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기존 비정규직 일자리를 계약해지, 간접고용으로의 전환,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으로의 전환 등의 반응이 아직까지 본격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용 가능한 고용통계에서 비정규직 법이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수익성의 장기 부진 상태에 있는 중소기업에서 향후 신규 채용 감소, 노동비용 상승 회피를 위해 비정규 근로자가 고용 불안에 직면하거나 근로조건이 더 열악한 고용형태로 내몰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소장은 “중소기업의 취약한 지불능력을 감안하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대한 재정적인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비정규직의 과다한 사용 및 이에 따라 실업 발생을 유발하는 기업에게는 고용보험 경험요율제 도입을 검토하며, 고용지원 서비스 및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통해 실직 근로자의 재취업을 촉진하여야 함을 주장했다. ■일본의 정규직 전환 일본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활성화돼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2008년 2월 실시한 ‘노동경제동향 조사’에 의하면, 지난 1년 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은 전체의 41%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으로의 전환비율이 높은 산업은 제조업과 음식점, 숙박업이었다. 이어 서비스업과 금융·보험업과 정보통신업 등 우리나라에서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기가 힘든 업종에서 정규직 전환을 많이 하고 있다. 운수업과 소·도매업, 부동산업, 건설업 등의 산업도 정규직 전환이 용이했다. 정규직 전환을 하는데 연령제한을 두고 있는 기업이 전체 기업의 약 21%로 낮았는데, 상한연령을 24세 이하로 두고 있는 기업비율은 1%, 25~29세는 4%, 30~34세는 7%, 35세 이상은 9%였다. 나머지 약 78%는 연령제한을 두고 있지 않았다. 앞으로 정규직 전환을 할 예정이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64%의 기업이 긍정적으로 답변하여 앞으로도 정규직 전환이 더 많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2008년 3월 16일부터 잡화전문 대기업인 로프트(Loft)는 계약사원과 파트타임 근로자 2,3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였다고 한다. 그 배경으로는 인력부족과 2008년 4월 1일부터 실행되는 파트타임 근로자법(정규직 전환 노력의무)의 대응이 주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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