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6월 19일 청와대에서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로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려 사과했다. 이날 대통령의 기자회견 요지는 이렇다. 첫째,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해서는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가 절대 수입될 수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이 추가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쇠고기 고시를 보류하고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겠노라고 잘라 말했다. 둘째, 대선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셋째, 말 많고 탈 많던 인적 쇄신과 관련해서는 청와대 인사를 대폭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내각 개편에 대해서는 국회청문회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국회 등원 이후로 미루겠다고 유보했다. 넷째,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서는 공기업 개혁을 국민 의사를 물어 하나하나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가스·물·전기·의료보험 등은 애초부터 민영화할 계획이 전혀 없었다고 못을 박았다. 다섯째,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밝히면서 급격한 고유가 등으로 서민생활이 어려우므로 서민경제 활성화와 물가안정을 최우선하는 쪽으로 국정운용 방향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그러면서 취임 1년 내에 변화와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해 대통령에 당선된 뒤 마음이 급했다고 고백하고, 아무리 시급한 국가적 현안이라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잘 챙겼어야 했다고 술회했다. 쇠고기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는 대통령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성난 민심을 달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마련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의 강도는 5월 22일의 ‘송구’에서 ‘뼈저린 반성’과 ‘자책’으로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우리는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저렇게밖에는 할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과 함께 그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쇠고기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재협상하겠다”고 잘랐어야 한다. 그것이 촛불을 거둬들이는 유일무이한 정답임을 이 대통령이 정녕 몰랐을까? 둘째, 대운하 입장을 밝히면서 조건을 단 “국민이 반대하면”이라는 전제는 볼썽사납다. 그냥 “대운하 절대로 추진하지 않겠다”면 그만일 것을 혹을 다는 바람에 빛이 바랬다. 셋째, 인적 쇄신은 후속조치를 두고 볼 일이나, 내각 개편은 하루라도 미룰 일이 아니다. 국회 청문회 절차와 상관없이 개각 명단을 지금 당장 밝혀야 한다. 넷째, 공기업 민영화는 전체적인 일정을 내놓았어야 했다. 정권 출범 4개월을 지내놓고 이제와서 “국민의 의사를 물어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발언은 생뚱맞다. 그렇다면 인수위 시절까지 통틀어 지금까지 6개월 동안 손을 놓고 있었단 말인가? 다섯째, 서민경제와 관련해서는 대통령 이하 전체 고위 공직자들이 서민 곁으로 내려와 그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고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서민들이 대통령과 ‘한통속’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6월 10일 촛불시위 때 청와대 뒷산에 올라 “수없이 저 자신을 돌이켜보며 질책했다”고 했다. 이제 이 대통령이 그 뒷산에서 내려와 촛불을 들고 광화문 촛불집회에 앞장설 수는 없을까? 이 대통령은 오늘 그 해답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