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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삐걱대는 요양보호사 제도

신고제로 요양보호사 교육기관 난립, 자격증 과잉 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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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2호 박성훈⁄ 2008.06.23 17:17:45

정부는 7월 1일부터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을 위해 신체활동 또는 가사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시행한다. 그러나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시행하는데 있어, 혜택을 받을 대상자가 전체 노인인구의 3.1%에 불과하여 대상자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 서비스의 특징상 비용이 저소득 노인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 서비스 대상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 충족률 부족, 서비스 수가체계, 지역 간 시설공급의 불균형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의 양성 및 교육기관 설치와 관련한 문제가 곳곳에서 지적되면서 제도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전문성을 구비한 요양보호인력 확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요양보호사란 치매·중풍 같은 노인성 질환자를 돌보는 요양보험 현장 서비스 인력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대인 서비스임에도 요양보호사 양성 교육기관이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과다한 요양보호사가 배출되는 부작용은 요양 서비스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신고제 따른 교육기관 난립 및 부실교육 정부는 요양보호사들을 양성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위해 국가자격증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이 신고제로 설립되면서, 교육환경이 열악한 교육기관들의 신청을 제어할 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교육기관의 난립과 수강생 유치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이러한 교육기관에서 배출된 요양보호사의 전문성에 의구심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지난 4, 5월 전국 16개 시도에 대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교육기관 설립 신청 건수와 허가기관의 신고필증 교부 수가 같거나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광주·울산·경북·충북·충남·전북·제주 등 8개 시·도의 경우, 교육기관 등록이 신청하는 족족 모두 수리되어 신고필증이 교부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시·도에서도 91% 가량의 교육기관에 신고필증이 교부됐다. 16개 시·도 전체 평균적으로 신청한 기관의 95%에 신고필증이 교부된 것이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등록을 신청한 기관들에게 설립요건상의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대부분 등록필증을 교부해 주고 있다. 현재 교육기관 설치 주체는 노인복지법에 의해 강의실, 실기연습실 등 시설기준과 학습교구기준, 인력기준의 설치기준을 충족하여 해당 지자체에 신고하면, 서류누락 여부만 확인하고 신고필증을 교부하고 있다. 사실상 교육기관 설치기준만 충족하면 교육 수요와 상관없이 교육기관 신청을 계속해서 받을 수밖에 없다. 어떤 교육기관들은 교육생을 모으기 위해 ‘결석해도 자격증을 준다’고 꼬드기거나, 서류에만 전임강사를 두기도 한다. 교육기관 설립에 600만∼1,000만 원만 들이면 되므로, 수강생을 40명만 확보해도 손해는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간호학원, 간병인 유료소개소 등이 이쪽으로 몰리고 있다. ■영리기관 대다수, 교육기관 선별장치 부재 또한, 등록절차를 마친 교육기관들이 교육할 여건을 제대로 갖추었는지, 현장실사를 제대로 거치고 있는지도 확인할 길이 없다. 교육기관을 통해 이론 및 실기·실습 교육활동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필수과정으로 되어 있는 실습교육도 실습지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실습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은 100곳이 넘지만, 정작 교육생들이 현장실습할 수 있는 기관은 33곳(2007년 기준)에 불과해 실습의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실습교육기관은 73곳이고 이 기관을 통해 교육받은 수료생과 수강생이 지난 3월까지 4,335명인데 비해, 실습지는 교육기관 수를 약간 넘는 87곳에 불과해 충분한 훈련이 힘들 수밖에 없다. 또한, 전체 시도의 요양보호사 신고필 교육기관의 숫자를 보면, 일반기관(학원, 개인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부산은 신고 교육기관의 73%가 일반기관이고, 광주와 강원 지역도 절반 이상이 일반기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전의 경우는 학원과 개인이 전체 교육기관의 73%를 차지하고 있다. 대학이나 복지시설 등의 기관에서 운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렇게 요양보호사 양성 교육기관의 상당수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부실교육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요양보호사 과다 배출, 서비스 질 저하 우려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의 난립은 요양보호사 인력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인력의 과다배출의 문제를 야기한다. 노인요양 및 재가시설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시행되면서부터 요양보호사를 의무적으로 채용하게 돼 있다. 정부에서는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운영을 통해 창출되는 요양보호사의 일자리가 5만 개는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에서 한 달만 교육을 진행해도 교육 이수자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결국 수많은 요양보호사들이 자격증을 교부받고도 실업을 면치 못할 위기에 놓였다. 경실련 조사결과, 광주 지역에서는 5월까지 30개의 교육기관에서 1급 2,847명, 2급 40명 총 2,887명에 대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교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지역의 요양보호사 수요가 2,200여 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는 점을 보면, 이들 교육기관에서 추가로 배출하는 인력과 나머지 교육기관에서 배출할 교육 이수생 전부를 고려할 때 앞으로 수요를 훨씬 넘는 인력의 과다배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상황은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주의 경우도 신고수리 교육기관 총 14개소 가운데 4월 현재 요양보호사 245명을 배출한 교육기관은 6개소라고 한다. 충남의 경우도 44개의 신고수리 기관 중 8개 기관에서 배출한 인력만 517명이어서 자격증 발급의 수는 인력수요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1·2급 급수 나누기 실효성 없어 또한, 요양보호사 자격이 1, 2급으로 나누어져 있는 구분도 별 실효성이 없는 듯하다. 이는 1급 240시간, 2급 120시간의 수업분량으로 급수가 결정되는데, 이들의 업무분담도 명확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교육현장을 통해 확인되고 있는데, 실제 시·도의 요양보호사 배출현황을 보면, 2급 과정에 등록된 사람이 아예 없는 지역(부산·충북·전남)이 있거나, 1급 교육에 대부분 몰리고 있어, 사실상 이원화 체계가 현실에서 유명무실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일각에서는 요양보호사의 급수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담당 공무원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과 관리 감독의 부실화 우려도 문제다. 교육기관의 난립과 교육생의 과다배출은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의 관리와 자격증 발급 업무를 맡은 담당 공무원에게 업무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교육기관 등록 신청과 자격증 발급 신청으로 인해 심한 업무의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실련에 의하면, 담당 공무원 1인이 수십여 개, 많게는 백여 개가 넘는 교육기관을 담당해야 하고, 수백 건에 이르는 자격증 발급업무를 맡는다. 이는 관리 감독의 부실화를 가져와 보건복지가족부조차도 교육기관의 운영현황과 자격증 발급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어지게 된다. ■제도 시행 눈앞, 대책 시급하다 복지부는 ‘요양보호사 양성지침(안)’을 통해 요양보호사 제도화 추진배경을 “정신적·신체적인 원인으로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의 신체·가사 및 일상생활지원 서비스를 담당하는 요양전문 인력 양성을 통해 질 높은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살펴보았듯이, 요양보호사의 제도화가 이뤄진 이후 교육기관의 난립에 의한 부실교육과 요양보호사 과잉배출에 따른 부작용 등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질 높은 요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양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복지부가 종전의 노인복지법상 가정봉사원 및 생활지도원보다 기능·지식 수준을 강화하여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복지수준을 제고한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요양보호사 교육양성 과정에서 비전문적인 가족요양을 계획적인 전문요양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경실련이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복지부와 지자체 담당자 모두 구체적인 현황파악조차 어려운 현실임을 확인하면서 더욱 뚜렷해졌다. 그럼에도 제도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책임을 따지기에 앞서 요양보호사 양성 교육에서 나타난 실태와 문제점을 신속히 점검하고 원칙을 수립하여 이의 적극적인 개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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