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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임대차보호법 개정 그래도 서민은 힘들다

수도권 6,000만원 이하 전세금 우선변제, 상가 임대료 인상률은 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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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2호 박성훈⁄ 2008.06.23 17:18:20

신혼부부 박철수 씨와 김영희 씨는 충남 천안에서 전세금 3,200만 원에 연립주택을 얻어 살았다. 그러다 지난달 집주인이 부도를 맞으면서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됐다. 이에 따라 박 씨와 김 씨는 전세금을 한 푼도 변제받지 못한 채 집에서 쫓겨났다. 다른 곳으로 집을 옮기면 고스란히 받을 수 있었던 전세금을 받지 못한 이유는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우선변제금액이 턱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충남과 같은 지방의 임대차 주택에 대해서는 3,000만 원 이하의 전세금에 한해서만 우선변제를 해주고 있다. 박 씨와 김 씨는 한도액을 초과하는 단돈 200만 원 때문에 3,200만 원이라는 거금을 한 순간에 잃게 됐다. 하지만, 이번에 법이 개정됨으로써 충남을 비롯한 지방 지역에서 우선변제를 받는 보증금 기준이 4,000만 원으로 확대되어 박 씨와 김 씨 같은 소액 세입자에 대한 보호가 강화된다. ■부동산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 법무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변제를 받을 수 있는 주택 임차인의 범위를 보다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우선변제금액을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임대료 증액한도를 축소해서 보호받는 대상 임차상가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우선변제금의 증액과 확대된 적용범위를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서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 일정한 보증금으로 입주한 소액 임차인은 임차한 집이 경매되더라도 일정한 금액(우선변제금, 동법 시행령에서 지역별로 규정)은 다른 권리자에 우선하여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보호 대상이 되는 전세금 기준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과밀억제구역의 경우 4,000만 원 이하에서 6,000만 원 이하로 올렸다. 수도권 과밀억제구역이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규정된 ‘인구와 산업이 지나치게 집중되었거나 집중될 우려가 있어 이전하거나 정비할 필요가 있는 지역’으로 서울을 비롯해 의정부·구리·남양주(호평동 등 일부 지역)·하남·고양·수원·성남·안양·부천·광명·과천·의왕·군포·반월을 제외한 시흥 등이다. 또한, 광역시에 대해서는 3,500만 원 이하에서 5,000만 원 이하로 1,500만 원 올렸다. 나머지 지방에 대해서는 3000만 원 이하에서 4000만 원 이하로 1000만 원을 올렸다. 아울러,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금액이 수도권 과밀억제구역은 1,6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광역시는 1,400만 원에서 1,700만 원, 나머지 지역은 1,200만 원에서 1,400만 원으로 각각 올렸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서울·수도권에서 전세보증금 6,000만 원 이하의 가격에 전세를 계약한 세입자는 집 주인의 부도로 살고 있는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은행권의 담보대출보다 전세권 순위가 밀리는 상황에서도 2,000만 원까지는 법에 의해 돌려받을 수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도 개정해 이 법의 보호를 받는 영세상인의 대상을 늘렸다. 이 개정안은 5년 간 임대계약 유지를 보장받을 수 있는 대상을 환산보증금액(보증금+월세×100) 기준으로 서울은 2억4,000만 원에서 2억6,000만 원으로, 수도권 과밀억제지역은 1억9,000만 원에서 2억1,000만 원으로, 광역시는 1억5,000만 원에서 1억6,000만 원, 나머지 지역은 1억4,0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각각 높게 책정했다. 또, 건물주가 올릴 수 있는 연간 임대료 인상률 한도도 12%에서 9%로 낮췄다.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6월에 입법예고하고, 법제처 심사를 거쳐 7월까지는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 회부하여 효력을 발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개정 부작용 최소화할 것” 이 개정안은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불안정성을 감안해서 금융계·부동산업계의 최고 실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개정연구반을 구성하여 실물경제의 동향과 시장의 요구를 반영했다고 전한다. 법무부는 서민보호에 부합하는 개정안을 도출하기 위해 서민주거권을 대변하는 시민단체를 연구반에 포함시켰고, 국토해양부 등 관련 부처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서울에서만 약 25만 전세 가구가 추가로 우선변제 대상에 포함된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으로 서민 임차인들의 주거안정에 기여하고, 영세상인들이 임대료 인상 걱정을 덜고 마음 놓고 생업에 종사할 수는 있는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한, “전문가의 참여와 시장동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주택·상가 임대차 시장의 불안요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마련하였기 때문에 개정으로 인한 부작용이 최소화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영세한 서민 임차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무부의 취지와 노력은 가상하다. 하지만, 정부에서 상향 책정한 6,000만 원이라는 보증금 액수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그 수치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수도권에서 전셋집 6000만원? 정부는 시행령 개정으로 서울·수도권을 기준으로 전체 임차가구 가운데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임대가구 수가 전체의 50%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런데 서울·수도권에서 전셋집을 얻으려면 아파트는 고사하고, 빌라나 연립주택의 전세도 1억 원 가까이 드는 현실에서, 수도권에 사는 전체 서민 세입자들 절반의 주택보증금이 6,000만 원 이하라는 수치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이 같은 정부의 추산은 과거의 통계에 기준한 것으로 왜곡이 불가피한 수치이다. 정부는 6,000만 원 이하의 전세보증금 가구수를 2006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조사한 주거실태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산정했다고 전했다. 임차인 가운데 아파트 비율보다는 단독주택이나 연립 등의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보아 실제 6,000만 원 보증금의 임차인 비중이 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매년 전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시세에서 2년 전에 만들어진 보고서를 가지고 산출한 수치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더욱이, 정부의 조사결과는 전반적으로 가격이 보수적으로 반영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더 신뢰성이 낮아진다. 2005년부터 2007년 중반까지 2년 동안 만에도 전세보증금과 상가 임대료는 물가상승률의 2~3배 이상 폭등을 거듭했고, 2001년 법률제정 이후 지난 7년 동안에는 전세보증금과 상가 임대료가 2배 이상 인상되었다. 법에서의 인상폭과 부동산 임대료의 인상폭이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다. ■해결 현안 산적, 개정안 이대로 좋은가 또한, 주택 경매시 근저당이 많이 잡힌 주택의 후순위에 있는 세입자는 임대 아파트 세입자처럼 우선해서 경매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게다가, 대상과 범위가 늘어난다 해도 이미 담보물권이 설정된 주택은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미 빈손으로 나온 세입자들에게 당장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점도 한계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개정내용에서 임대료 연12% 인상률을 하향 조정한다는 조항은 환영할 일이나, 임대료 과다인상이 문제가 되고 있는 주요 도심지역의 상가 세입자는 여전히 이 법의 보호대상에서 빠졌다는 문제가 있다. 보증금에 월차임의 100배수를 더해 계산하는 환산보증금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서울지역의 경우 환산보증금 2억4,000만 원이라는 금액은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차임이 220만 원 정도 되면 나오는 금액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점포를 열려면 이 정도의 보증금과 월차임을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결국, 이 범위를 벗어나는 대다수의 세입자는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법무부는 민생과 관련되어 경제사정의 변동을 법령에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는 점검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토해양부와 연계하여 전문적이고 상시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주기적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최우선변제금액의 기준과 변제금액의 증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상가임대차보호법의 환산보증금 제도의 개선이 지속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보신당은 법무부가 세입자 보호를 위해 상가의 경우 환산보증금 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상가와 비영리법인을 보호하라는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또한, 임대료 등 차임 인상률을 현행 연12%에서 연5%까지로 제한하고 △실질적 권한을 가진 분쟁조정위 설치 △임차건물의 개·보수 비용 청구권 보장 △철거 및 재건축을 통한 임대인 계약갱신 거절시 보상기준 마련 등을 도입하는 안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주택임대차에도 △10년 간 세입자 계약갱신 요구권 보장 및 전월세 인상률 5% 상한제 보장 △경매시 세입자 우선매수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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