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村婦 순이의 ‘남편 찾아 삼만리’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된 베트남 전쟁 영화 <님은 먼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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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4호 이우인⁄ 2008.07.07 17:47:15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수많은 장병들 속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 한 여인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이 영화를 찍기로 결심했다.”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이 1971년의 베트남전을 무대로 하여 만든 전쟁 휴먼 드라마 <님은 먼 곳에> 제작보고회에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7월 1일 서울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제작보고회는 개그우먼 김미화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이준익 감독의 첫 여자 주인공 수애를 비롯하여 이 감독의 페르소나 정진영과 이 영화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젊은 배우 정경호가 함께했다. 수많은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 회장을 둘러본 김미화는 “수많은 제작보고회, 언론시사회를 다녀봤지만, 오늘처럼 취재진으로 가득 메워진 적은 없었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면서 기자들과 수다를 떨다 들어온 이준익 감독은 2005년 말 <왕의 남자>로 1200만 관객 신화를 일군 스타 감독이지만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했다. 반대편 입장에 선 기자들에게 농담을 던지며 미소 짓는 그의 모습에서 긴장과 떨림은 느낄 수 없었다. 이 감독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자신의 배우들도 개그에 동참하도록 유도했다. 김미화까지 가세하여, 극 중 가수로 분한 수애에게 즉석 노래를 시키기도 했다. “예전에는 음치, 몸치였지만, 지금은 자신감을 찾았다”고 밝힌 수애는 노래 요청에 망설임 없이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 한 구절을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중저음으로 열창해 환호를 받았다. 이 감독은 <님은 먼 곳에>가 탄생하게 된 계기가 한 장의 흑백사진이었음을 고백했다. 사진 속의 여인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베트남전 당시 위문공연을 간 한 여인이 장병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수 차례 베트남 위문공연을 갔던 가수 현미는 영상을 통해 “당시에는 여자 팬티를 가지고 있으면 죽지 않는다는 미신이 있었다. 그래서 100장 넘게 들고 가 군인들에게 뿌리기도 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제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된 베트남 참전 용사 여러 명의 증언도 뒤따랐다. 한 노인은 “베트남에 도착했을 때, 사방에서 총성이 울렸다. 귀가 멍했다. 그제서야 전쟁터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1969년에 베트남전에서 살아 돌아온 또 다른 노인은 “내가 베트남전에 갔을 때, 어머니는 무릎으로 걸어다녔다고 했다. 허구헌날 울어 눈물이 앞을 가렸기 때문이란다”라며 지난날을 술회했다. 끝으로, 이 감독은 “기술시사 때 스태프들과 함께 봤는데, 스태프들이 본분을 잊고 영화에 빠져 울었다”며, “내가 만든 영화지만 잘 만들었다. 보고 절대 후회 안 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7월 24일 개봉. ■전쟁·사람·사랑에 관한 이야기…줄거리 “니, 내 사랑하나?” 어느 시골의 평범한 맏며느리 ‘순이’는 매달 시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군대에 간 남편 ‘상길’의 면회를 간다. 그러나 상길은 순이에게 “잘 지냈느냐”는 살가운 말 한마디 없다. ‘혼인’이라는 억지 인연에 묶여 있던 어느 날, 취한 상길이 순이에게 묻는다. “니, 내 사랑하나?” “남편 찾아 삼만 리” 상길의 물음에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온 순이는 다음달에도 여느 때처럼 면회를 가지만, 상길이 베트남전에 자원해 갔다는 소식을 통보받는다. 하나뿐인 내 아들을 찾아오라며 등 떠미는 시어머니를 뒤로 하고, 순이는 행방조차 알 길 없는 남편을 찾아 베트남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베트남만 갈 수 있다면 뭐든지” 그러나 시골뜨기 여자 순이가 전쟁이 한창인 베트남에 갈 방법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정만’ 일행과 마주친 순이는 베트남 전쟁 위문공연단 보컬이 되면 베트남에 갈 수 있다는 정만의 말에 ‘써니’란 예명으로 위장하여 화염과 총성이 가득한 베트남으로 뛰어든다. ■님은 여기에…등장인물 소개 “남편 만나러 왔어요”…순이 역, 수애 영화 <가족>으로 청룡영화상 등 유수의 영화제 신인여우상을 휩쓸며 화려하게 스크린에 데뷔한 수애는 이후 몇 편의 작품에서 청순한 매력으로 관객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여성을 주인공으로 처음 내세운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 곳에>에서 주인공인 ‘순이’로 분해 강렬한 색깔을 발산하는 배우로 거듭난다. 특히, 그는 노래 잘하는 순이를 연기하기 위해 두 달 간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영화에 흐르는 기존의 70년대 노래를 수애 버전으로 재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 “한 몫 잡는 일이 유일한 목적”…정만 역, 정진영 이준익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릴 만큼 <황산벌> <왕의 남자> <즐거운 인생> 등 이 감독의 작품에 단골로 출연한 배우 정진영. 그는 이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이번 영화에서 날카로운 얼굴 뒤에 감춰진 사람 냄새 나는 베트남 위문공연단 단장 ‘정만’으로 분해 배우 정진영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준다. “거기 가면 죽을 수도 있어요”…용득 역, 정경호 KBS2 인기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철부지 소년 같은 가수 역을 맡아 많은 누나들의 심장을 두드린 정경호. 이후 그는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폭력써클> 등 영화로 진출, 폭넓은 연기에 도전했다. 이번 영화에서 위문공연단의 멤버 ‘용득’으로 분한 정경호는 외적인 변화는 물론, 사람에 대한 분노와 이국의 낯섦, 전쟁의 혼란 속에서 살아 숨쉬는 용득의 모습을 정경호 스타일로 녹여냈다. “니, 내 사랑하나?”…상길 역, 엄태웅(특별출연) 가수 겸 배우 엄정화의 남동생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연기자로 데뷔한 엄태웅은 <실미도> <가족의 탄생>에 이어 올해 초 400만 관객을 돌파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까지 살아 있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배우 엄태웅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님은 먼 곳에>에 특별출연한 엄태웅은 순이의 남편이자 전쟁의 참혹함 속에 한없이 나약한 자기 존재를 깨닫는 ‘상길’로 분해 전쟁터 속 거친 군인의 외향적 변화를 통해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선보인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Q&A Q. 처음으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가 전쟁영화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또, 전쟁영화 하면 남성·영웅 중심인데, 이 영화는 어떤 시선으로 담은 영화인가? = 지금까지 대부분의 전쟁영화들은 남성적 입장에서 극명한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왔다. 그래서 남성 중심의 전쟁영화를 또 다시 선보이는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남성 위주의 전쟁영화는 각자의 대립만을 부각시키지만,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다 똑같은 군인일 뿐이다. (이준익) Q. 주인공 ‘순이’를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 순이라는 캐릭터가 노래를 굉장히 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노래에 욕심을 부렸다. 노래도 잘하고 싶었고, 춤도 잘 추고 싶었다. 감독님이 ‘가무’보다 순이의 감정이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배우로서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두 달 동안 트레이닝을 받았다. 순이는 대사가 별로 없는 캐릭터인데, 감독님이 대사나 표정보다는 영화에서 순이의 생각을 관객에게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기로 생각을 보여주는 일은 정말 어려웠다. (수애) Q. 이준익 감독의 페르소나라 불릴 만큼 여러 작품을 함께 해왔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예전과 다르게 느낌 점이 있다면? = <황산벌>을 함께 할 때는 이준익 감독에 대해 1,000만 흥행은 상상할 수 없었고, <달마야 놀자>를 함께 하면서부터 감독님과 영화사 식구들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요즘은 내가 감독님의 덕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이 감독은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이지만,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늘 궁금하고 기대되는 감독이다. 이번 영화도 그러한 기대와 관심의 연장선에 있다. (정진영) Q. 영화를 통해 폭음과 총성이 가득한 전쟁의 현장을 경험했는데, 어땠는가? = 바로 옆에서 폭탄이 터지고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촬영임에도 불구하고 이 참혹한 현장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무서웠다. (정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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