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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연착륙’ 발등의 불

로스쿨 입학 경쟁률 5.48대1에 불과, 2007년 사법고시 응시율은 23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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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호 박성훈⁄ 2008.07.16 10:11:19

지난 4월, 서울대에서 있었던 2009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 설명회. 행사가 있던 강당의 400여 개 좌석은 설명회 시작 30여분 전에 이미 꽉 찬 상태였다. 좌석 뿐만 아니라 통로 계단도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당시 강당 안에는 대학 재학생을 비롯해 졸업생, 고시준비생, 학원 강사, 직장인에다 심지어 70대 할아버지까지 자리를 잡았다. 참석자들의 질문도 끊임없이 쏟아졌다. “영어 성적이 높을수록 좋나요”, “모든 대학을 동일한 수준에서 반영하나요”, “해외에서 교육을 받거나 연수를 한 경력이 있으면 가산점은 없나요”… 내년에 첫 문을 여는 로스쿨에 쏠린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 법학적성시험 실질 경쟁률 3대1에 머물러 하지만, 당장 오는 8월 치러지는 법학적성시험(LEET)에 원서를 접수한 인원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로스쿨 흥행은 가시적인 수준에 들어온 것 같지는 않다. 2013년까지 유지된다던 사법시험을 2016년까지 유지하기로 하는 등 기존 사법계가 로스쿨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여전히 사시가 낫다는 시각과 함께 로스쿨에 대한 불안감이 퍼져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17일 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법학적성시험을 치르겠다고 원서를 접수한 인원은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1만960명이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응시료를 23만 원으로 책정하면서 기준으로 삼았던 1만5,000명에 4,000명 이상 모자라며, 올해 2만3,000명을 넘은 사법고시 응시생 수의 반에도 못 미친다. 결정된 로스쿨 입학 정원 기준이 2,000명이기 때문에 경쟁률은 5.48대1 정도였다. 하지만, 통상 원서를 접수하고도 수험장에 나타나지 않는 지원자가 많은 점과 로스쿨 준비에 적극적이지 않은 수험생을 감안하면 실질 경쟁률은 3대1 수준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07년의 사법고시에서 2만3438명이 1차 시험에 응시해 약 23대1의 경쟁률을 보인 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저조한 수치이다. ■ “로스쿨 잠재수요 충분하다”는 분석도 기대에 부풀어 우후죽순처럼 경쟁적으로 문을 열었던 로스쿨 학원도 서서히 열기가 식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6일 학원가에 따르면, 법학적성시험(LEET) 준비학원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역 부근과 신촌 일대 로스쿨 학원가는 수강생 부족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고, 일부 학원은 벌써 매물로 나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굳이 학원을 다니지 않고 독학이나 스터디 모임을 통해 공부하는 준비생이 많은 점도 관련 학원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로스쿨 입학 수요는 여전하다는 게 대부분의 입장이다. 각 대학들이 발표한 전형기준에 따르면, LEET의 반영률이 40%에 이르기 때문에 출제경향과 자신의 취약점 등을 두루 감안해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쟁률이 낮은 이번의 LEET 원서접수 결과로 로스쿨 열기가 식었다고 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법학적성시험 준비를 해 올해 입학이 아닌 내년이나 내후년을 기약하는 입시생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유웨이 서울로스쿨학원 직원 김병윤 씨는 “최소한 3개월 정도는 공부하고 올해 합격해서 내년 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많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문제풀이반 등 실전에 대비하는 수강생들이 주로 늘고 있는 추세이고 앞으로도 더 많이 늘어나리라 기대된다”고 전했다. 그는 “경쟁률이 낮다는 보도가 정확한 기준에 의한 정보는 아닌 것 같다. 또한, 당장 법학적성시험을 보려는 사람들이 적다고 로스쿨 열기가 식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인 면이 있다. 우리나라에 로스쿨 수요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법률 서비스 향상 위해 로스쿨 불가피 로스쿨 입학이 당장에 각광을 받든 못 받든, 우리나라에 로스쿨 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로스쿨 제도 도입 취지로 돌아가서 답을 찾는 것이 마땅하다. 로스쿨 제도의 취지는 크게 두 가지, 즉 법률시장에서 경쟁을 유도하고 법률 서비스 수혜자를 확대하는 측면과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 측면이다. 현재 우리나라 변호업계의 실정에서는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받기 힘들고, 변호사 선임료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비싸다. 현재 충분한 법률 서비스를 공급하기에는 변호사 숫자가 여전히 적기 때문이다. 변호사 1만 명 시대라고 해봐야 변호사 1인당 국민 수는 약 4800명에 이른다. 200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의 평균 변호사 1인당 인구수가 1482명임을 볼 때 3배 이상 많은 숫자이다. 따라서, 선진국 수준에 맞추려면 지금보다 3배 이상의 변호사가 배출되어야 하는 셈이다. 변호사들의 지나친 지역 편중도 풀어야 할 숙제다. 변호사 1만 명 가운데 6200여 명이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이며, 단 한 명의 변호사도 없는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전국적으로 약 5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우리의 변호사 1인당 소송 건수는 189건으로 미국 15.6건, 영국 13.8건, 일본 24.3건에 비하면 너무 많아 국민이 제대로 법률 서비스를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법률 서비스 확대 및 향상과 향후 법률시장의 개방 등에 대비하고 법률 서비스의 양질화·다양화·균등화를 위해 변호사를 수도권과 지방에 골고루 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다양한 사회·경제 현상에 맞춰 전문변호사를 양성할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로스쿨 도입이 연착륙해야 한다는 데 이의의 여지는 없다. 과거에는 법정에서만 법률 지식이 필요했지만, 글로벌 시대에는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등 변호사가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사 전문직으로의 직역 확대는 해당 자격·면허소지자 및 관련 단체들의 반대로 발목이 묶여 있고, 전문변호사 교육은 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이에 대해, 김현성 서울변회 재무이사는 “불황의 원인이 변호사 숫자의 급증에 있는 이상 변호사 단체만의 노력으로는 역부족”이라며 “앞으로 로스쿨 등으로 늘어나는 변호사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행정고시 폐지와 함께 정부기관의 변호사 채용을 의무화하고 유사직종 간의 업무를 조정하는 등 입법적인 결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일본, 2004년 로스쿨 도입, 첫 졸업생 배출 우리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는 시점에서, 먼저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의 선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도 변호사 수를 증가시켜 법률 서비스를 높이려는 차원에서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지난 2004년부터 시행된 로스쿨은 첫 졸업생을 이미 법조계에 배출했다. 하토야마 법무상은 지난해 가을 주간지 아사히를 통해 “로스쿨은 연간 법조계 입문 변호사 수를 현재 1500명에서 3000명으로 증가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은 정부가 로스쿨 졸업 정원은 규제하지 않은 채, 변호사 합격자 수를 소수로 제한하면서 로스쿨 졸업자 누적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졸업생들은 더 많아지기 때문에 변호사에 합격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힘들어지고 있다. 마치, 교원자격증 소지자가 넘쳐나 교원 임용시험을 통과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계의 상황이 일본 법조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법고시 합격의 문은 제한돼 있는 가운데 로스쿨 졸업생이 넘치면서 로스쿨 지원자가 뚝 줄고 있다. 정원 미달 사태까지 발생하자, 일부 로스쿨은 자진해서 문부과학성에 정원 감축 신청서를 내기도 한다. 또 장학금 등 우수학생 유치전도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는 변호사 자격시험에서 합격자 수를 더욱 줄일 방침임을 시사했다. 하토야마 법무상은 “더 많은 변호사는 더 많은 소송을 야기할 것이고 일본도 미국처럼 ‘소송사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몇몇 지역 변호사협회는 이미 그의 방침에 동의하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일부 변호사들은 프랑스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 일본이 3000명가량의 새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도입된 로스쿨 제도에 반발하고 있다. 도쿄·오사카가 아닌 지역 변호사들은 이미 로스쿨 졸업생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맡을 충분한 일거리가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로스쿨 도입을 통한 긍정적 효과가 가시화된 측면도 있다. 대도시에 변호사가 급증하면서 변호사의 지방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으며, 법조 이외의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로스쿨 졸업생도 늘고 있다. 시가(滋賀)현 나가하마(長濱)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변호사 제로’ 지역이었다. 그런데 이달 초 이변이 일어났다. 30대 중반의 변호사가 사무실을 개업한 것이다. 로스쿨 도입으로 대도시에 변호사가 넘쳐나자, 변호사들이 지방으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야스오카 오키하루(保岡興治) 중의원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2018년까지 변호사 수를 현재의 2배인 5만 명까지 늘릴 계획이어서 이런 현상은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호사의 진출 분야도 확대되고 있다. 법률사무소 취직이 어려워지자, 민간기업은 물론 공직사회까지 진출 분야를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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