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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다문화사회 살색 편견 없애야

2020년 5명중 1명 혼혈인, ‘다문화국가’에 걸맞는 제도·인식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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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5호 박성훈⁄ 2008.09.23 18:13:02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로 ‘다문화사회’를 꼽을 수 있다. 결혼이민자와 이주노동자의 유입이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굳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신혼부부 10쌍 가운데 한 쌍이 국제결혼일 정도로 다문화가족이 크게 늘었다. 국제결혼은 다문화가정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만들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혼혈아동의 수도 급속히 늘어 ‘코시안’(Kosian, 코리안과 아시안의 합성어), ‘아메라시안’(Amerasian,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동), ‘라이따이한’(來-大韓,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동), ‘디아스포라’(고대 그리스어로 ‘넘어’(Dia)와 ‘씨뿌리다’(Speiro)의 합성어. 외세에 의한 강제 집단이주를 뜻했지만, 현재는 외국에 살면서 집단적인 정체성을 강하게 유지하는 이들을 일컬음)와 같은 신조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제 한국도 본격적인 다문화사회에 진입했다. 다문화사회의 흐름은 지금의 한국 사회를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정체성이었던 단일민족주의와 순수혈통주의의 견고한 벽을 허물고 있다. 우리가 별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였던 단일민족의 정체성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감을 표시하는 주장들도 나온다. 일찍이 삼국시대와 고려·조선을 거치면서 한반도는 이미 다민족국가가 됐다는 것이다. 한국의 성씨 275개 가운데 136개가 귀화한 성씨라는 사실도 근거로 제시된다. 중국과의 끝없는 무력분쟁, 100년 동안의 몽골 지배, 임진왜란·병자호란 등을 통해 이민족과의 혼혈이 이미 이뤄졌다는 얘기다. 다문화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순혈주의에 기반한 단일민족제일주의가 재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10년간 3배 늘어난 국제결혼 현재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이미 전체 인구의 1.5%를 넘어 2%에 육박한다. 2005년에는 혼인의 14%가 국제결혼이었고, 농촌에서는 3분의 1이 국제결혼을 한다. 보건복지가족부와 행정안전부·통계청 등에 따르면, 1998년부터 최근 10년 간 우리나라의 총 결혼은 330만9550건이며, 이 중 국제결혼은 24만8631건으로 7.51%를 차지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은 17만7492명, 한국 여성과 결혼한 외국인 남성은 7만1139명이었다. 외국인과의 결혼은 1998년 1만2188건에서 2007년 3만8491건으로 10년 간 3배 이상 늘었다. 국제결혼의 증가로 결혼이민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결혼이민자는 2007년 5월 말 12만6955명에서 올해 5월 말 현재 14만4385명으로 13.7% 증가했다. 이 중 국적 취득자는 4만1672명, 미취득자는 10만2217명이다. 성별로는 여성이 12만7683명(88.4%)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남성은 1만6702명(11.6%)에 그쳤다. ■ 인신매매식 결혼중개, 인권문제 심각 글로벌 개방시대에 다문화가족은 국가 경쟁의 동력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서럽다. 한국의 국제결혼은 대부분 중매로 이루어지고, 이 또한 친구나 아는 사람의 소개를 받기보다는 국제결혼 중개업체가 개입해서 진행된다. 그러면서 인권침해나 인신매매와 같은 불법사례가 발생한다. 간혹, 종교기관의 주선으로 국제결혼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이 또한 같은 문제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국제결혼이 성사되는 과정에는 국제결혼 중개업체의 역할이 지대한데, 인권침해적 광고행위와 부실한 맞선 과정 등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일부 한국 국제결혼자는 자신이 마치 막대한 금액을 들여 결혼이민자를 사 온 것처럼 대하기도 한다. 또, 한국에 건너와서 취업하려는 이민자와 금품을 받고 혼인을 약속한 한국인 사이에‘위장결혼’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결혼 후에는 언어·문화적 갈등으로 인해 가족 간 불화도 발생한다. 이 같은 중매 풍토는 가정폭력·이혼 등의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한국인과 외국인 부부의 이혼은 2002년 1867건에서 2003년 2164건, 2004년 3400건, 2005년 4278건, 2006년 6280건, 2007년 8828건으로 매년 40% 이상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왜곡된 인권침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상담과 보호, 그리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 역시 보편적 서비스로 통합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는 ‘여성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의 인권보호 및 지원정책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독일에서처럼 가정폭력에 대해 경찰이 직접 개입하는 모델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가정폭력을 ‘사적인 공간’인 ‘가정’에 초점을 맞추어 주로 민간단체에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나, 대인 범죄인 ‘폭력’에 초점을 맞출 경우 공권력의 개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일반 한국인 가정’과 ‘결혼이민자 가정’을 구분할 필요 없이, 가정폭력에 대한 상담·보호·처벌이 엄중하게 집행되도록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제결혼 중개업체의 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의 단속과 송출국 정부의 단속 및 국제결혼 중개업계의 자율 규제 등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설 교수는 “주요 송출국과의 외교의제에 국제결혼 중개 관련 쟁점을 포함하여,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 국제결혼에 부정적인 한국사회 그런데도 국제결혼을 보는 시각은 여전히 자연스럽지 않다. 타문화에 배타적인 혈연중심의 우리 가족문화 탓이다. 2006년 말 복지부의 ‘결혼이민자 가족실태 조사’에서 결혼이민자 3명 가운데 1명이 차별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 여성에 대해서 좋지 않게 보는 시각이 여전하고, 혼혈인들은 알게 모르게 차별을 받는다. 선진국 남성과 결혼한 한국 여성이나 그 남편, 하인즈 워드처럼 성공한 자녀를 둔 어머니에 대해서는 관대한 반면, 가난한 나라에서 온 며느리들에 대해서는 낮추보는 시각이 더 많다. 그래서 남편이나 시댁의 학대에 시달리는 일도 더 잦다. 국제결혼여성총연합회 김예자 회장은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 여성은 자기 나라 사정에 정통해서 한국을 알리고 현지와 교류를 할 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남편들도 한국을 도와줄 국제화시대의 큰 자산인데, 이를 버려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충돌은 문화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며 “며느리들의 문화를 배우면서 우리나라의 문화도 더 풍성해지고 한국사회는 다문화시대에 더욱 앞서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난숙 복지부 다문화가족과장은 “결혼이민자가 늘면서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본격 진입하고 있지만, 사회적 편견 등으로 이들의 정착이 쉽지 않다”며 “다문화가족이 안정적으로 생활을 영위하고 이민자 자녀가 우리 사회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경이 사라지는 세계화시대에 단일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강조는 편협하고 배타적인 태도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국격을 높이려면 편견을 없애고 결혼이민자와 우리가 공동운명체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결혼이민자 위한 한국어·문화 교육 필요 결혼이민자의 한국사회 조기 적응 및 정착 지원을 현행보다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이나 프랑스·독일의 정부가 이민자에게 제공하는 사회통합 정책은 언어교육과 문화교육이라고 한다. 다문화주의를 추구하는 캐나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행 정책은 한국어와 적응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 내용과 시간이 부족하고, 외국인 배우자에게 한국어 교육을 의무로 부과하지 않고 있다. 한국어 교재도 내용이 비슷비슷한 ‘초급’ 수준이라 생활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아 예산 낭비만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결혼이민자 적응 교육의 교재는 전문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 이 전문성은 학문적 깊이를 뜻하는 게 아니라,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귀화자 또는 영주자 신분의 결혼이민자들이 적응 교육의 교사로 활동할 수 있는 문호도 개방되어야 한다. 설동훈 교수는 “관공서·병원·은행 등에 갔을 때 하는 대화 등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교재에 담는 작업이 필수적”이라며 “한국인과 한국사회의 기본적 가치관도 이 교재를 통해서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서 한국어 교사는 한국어교육학 전공자로만 제한할 게 아니라, 사회학·인류학·사회복지학·법학 등 사회과학적 지식을 함께 지닌 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설 교수는 “한국어 교육과 적응 교육을 같이 수강한 결혼이민자들은 자체 네트워크를 구성하도록 권장하여야 한다”며 “국적과 나이를 초월한 ‘동창회’와 ‘개별적 가족 모임’ 등은 그들이 한국사회에서 살아갈 때 매우 유용하게 동원할 수 있는 ‘사회적 자본’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20년이면 한국인 다섯 중 하나는 혼혈인이 된다. 그때 한국의 힘은 사위와 며느리들로 이어진 다른 나라의 문화를 얼마나 한국문화 속에 잘 융합하여 우리의 자산으로 만드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외국에 한국문화를 알리고 싶은 만큼, 외국문화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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