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후 좌편향 역사관을 수정해야 한다는 우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방부가 시대착오적 발상을 하면서까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사실마저 왜곡하려 하여 국민들로부터 반감을 사고 있다. 국방부는 교육과학기술부에 고교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개선요구를 했다. 물론,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국방부에게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지 묻고 싶다. 지금 국방부 실권자들이 지난 80년대 광주항쟁 진압에 나섰거나 관련했던 초기장교 출신들이어서 그런지 의심스럽다. 특히, 국방부가 요구한 개정 내용 중에는 소가 웃을 일이 있다. 제주 4.3항쟁을 ‘대규모 좌익세력의 반란 진압 과정 속에 주동세력의 선동에 속은 양민들도 다수 희생된 사건’으로 기술토록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관계기관과 4.3 관련 단체들이 오랜 기간 숙의한 끝에 국회의 협의까지 거쳐 이뤄진 정부의 공식적 사과였다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부의 행위를 부인한다면 이는 국가의 연속성과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국방부는 “전두환 정부는 권력을 동원한 강압정치를 했다”는 부문에 대해서도 “전두환 정부는 민주와 민족을 내세운 일부 친북적 좌파의 활동을 차단하는 여러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요구했다. 광주항쟁은 10여 년 전 한나라당의 전신인 김영삼 정권에서 공식 기념일로 제정한 것이다. 물론 YS가 그 당시 하나회를 해체하면서까지 역사 바로 세우기를 했다. 이에 대해 야당들은 국방부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역사부정이며 국방부가 해서는 안 될 일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국방부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국방부의 돌발행동은 평상시에는 발언을 하지 못하다가 현 정부의 분위기에 편승한 것이며 국방부의 역사상이 극우반공·독재인 것은 아닌지 의심받을 만하다. 역사라는 것은 어느 편을 든다는 차원을 떠나서 진실에 기초하여 기술해야 하는 것이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기술하는 것은 이미 역사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어느 교수는 “국방부의 요구는 반공만화 똘이장군의 반복으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강해지자,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우리나라는 87년을 전환점으로 민주화가 이뤄지고 성숙 단계에 도달하고 있다”며 “역사를 돌이켜서 다시 해석할 수 없다”며 국방부의 요구를 거절했다.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21세기를 향해 나아가야 할 판에 역사의 시계를 다시 되돌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국방을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는 국방부가 교육과학기술부의 영역에 대해 “콩 놔라 팥 놔라” 할 필요는 없다. 국방부의 반역사적 사건을 보면서 역사는 총부리에서 나온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