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이끌 우리 어린이들이 심각한 비만 문제에 직면해 있다. 최근 소아비만의 발생률이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나라당 정책토론회에서 인용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1997년에는 아동의 비만율이 5.8%에 머물렀으나, 2005년에는 9.7%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7년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학생 건강검사에서도,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의 비만율은 전체의 약 12%에 이른다고 보고하고 있다. 특히, 고도비만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012년까지 6,360억 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예방 대책을 세운 것도 이런 위기의식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인구 중 17억 명을 과체중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서는 이미 1998년 비만을 현대인들에게 유행병처럼 급속히 퍼지는 만성질환으로 규정한 바 있다. 가난했던 옛날에는 살이 좀 찌더라도 ‘장군감’이라 예뻐하기도 했지만, 요즘엔 비만아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따뜻하지 못하다. 넉넉하게 먹는 것이 미덕이었던 우리 문화에서 갑자기 통통한 아이가 사회문제로 등장하게 된 원인은 그만큼 아이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성장기 비만, 지방세포 수 늘린다 소아비만은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고, 다양한 성인질환이 동반될 수 있다. 성인병으로 여겨지던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등의 질환들이 비만을 가진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비만 어린이들의 뱃살은 고혈압·고혈당·혈액응고장애 등 장차 성인이 돼서 나타나는 대사증후군의 주범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성인비만의 경우 지방세포의 수가 아닌 지방세포의 크기만 커지지만, 성장기 비만은 지방세포 수까지 늘어나게 되어 더욱 큰 주의가 요구된다. 한번 늘어난 지방세포 수는 줄어들지 않아 평생 비만 위험을 갖게 된다. 특히, 소아·청소년의 비만은 성장에도 영향을 주어, 외모로 느끼는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 같은 정신적 질환까지 올 수 있고, 소극적 성격에다 자신감까지 낮아서 성격 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아직도 많이 먹으면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각종 연구보고에 따르면, 비만 아이들은 덩치는 크지만 상대적으로 성장기가 짧아 어른이 되면 키가 작은 경우가 많으며, 여자 아이는 생리가 빨리 오면서 폐경도 정상인보다 빨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살 찌면 나중에 키 큰다’… 잘못된 속설 한의학에서는 우리 몸속 비장의 기능이 저하되어 비장에 습기가 정체되거나 혹은 기혈순환이 잘 되지 않아 몸 안의 노폐물이 원활하게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으면 비만이 발생한다고 전하고 있다. 이솝한의원 김기철 원장은 “살이 키로 간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지만, 문제는 체질적으로 살이 키로 가지 않는 경우와 지방이 과다 축적된 경우”라며 “과도한 지방축적은 성조숙증을 불러와 아이들의 성장기간을 단축해 키를 작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아이가 고도비만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비만으로 우리 몸에 필요 이상 피하지방이 쌓이면 키가 자라는 데 가장 중요한 대퇴골과 무릎뼈·정강이뼈에 무리를 줘 키 성장에 방해가 된다. 특히, 과도한 지방은 칼슘이 뼛속으로 이동하는 것을 방해하여 결국 몸집이 커도 뼈가 부실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과다 축적된 지방은 호르몬 분비에도 교란을 일으켜 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도록 하는데, 이는 사춘기를 앞당기고 성장판이 빨리 닫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김기철 원장은 “아이가 살이 많이 쪘다면 무리한 다이어트를 시킬 것이 아니라, 우선 전문의를 찾아 비만 여부와 성장판 검사를 반드시 받아보아야 한다”며 “성장이 일찍 멈추고 최종 키도 작을 것으로 예측되면 성장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비만 치료…망가진 체중조절 시스템 ‘리셋’해야 과거에는 비만을 식탐이 많고 게을러서 생기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대의학의 발달로 비만은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우리 몸의 체중조절 시스템에 결함이 생겨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뇌에서 자기 체중으로 세팅해 놓은 세트포인트가 상향 조정된 결과로 보고 있다. 비만이 개인의 의지력이 약해서 생기는 게 아니란 얘기다. 비만치료 전문의 박용우 박사는 “어느 나라 못지않게 외모에 관심이 높고 다이어트 열풍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비만인구가 증가하는 이유는 비만의 원인을 많이 먹고 안 움직여서 생긴 문제로 쉽게 생각하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이 경우 해법은 적게 먹고 신체 활동량을 늘리는 것인데, 이렇게 간단하면 비만인구는 흡연인구가 줄어들듯이 해마다 감소해야 하는데, 결과는 정반대라는 것이다. 박용우 원장은 “망가진 체중조절 시스템을 정상으로 돌리고 상향 조정된 세트포인트를 원래인 상태로 ‘리셋’해야 근본적으로 비만이 치료될 수 있다” 고 말한다. 체중조절 시스템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정제가공식품을 피하고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며,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조절, 규칙적인 운동이 병행되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적절한 약물치료도 받아야 한다. 박용우 원장은 “최근 체중의 변동이 심하거나, 손발이 차고 쉽게 피로를 느끼거나, 예전과 달리 몸이 잘 붓는 증상이 나타나면, 내 몸의 체중조절 시스템이 흔들리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전문가를 찾아 체중의 증가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탄수화물·지방 중독 조심해야 비만의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는 비만 환자들이 특정 음식에 집착한다는 점이다. 미국 비만학회에 따르면, 비만 환자의 약 75%가 특정 음식에 중독되어 있다고 할 정도로 특정 음식 중독자 가운데 비만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특정 음식 중독의 경우 식습관 교정이 어렵고 치료에 대한 반응도 느려 비만 치료가 매우 힘들다. 특정 음식 중독자들은 대부분 단순한 금지나 새로운 시도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워, 중독에서 벗어나는 대처방법들과 아울러 회복에 대한 전문 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바른체한의원 김강식 원장은 한 칼럼을 통해 “특정 음식 중독은 음식의 과다 섭취만으로 비만이 되기 쉽고 영양소의 불균형을 유발하며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건강상의 문제를 가져오게 된다”며 “거식증·폭식증 등 또 다른 식이장애를 유발하기 쉬우므로 시급히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가장 대표적인 음식 중독은 탄수화물 중독과 지방 중독이다. 케이크·쿠키·도넛·과자·빵·햄버거, 피자 등 밀가루와 설탕을 원료로 하는 음식이나 초콜릿 등 단 맛이 강하게 나는 음식들이 주원인인데, 설탕·과당·젖당 등의 단순당은 섭취하면 바로 혈당을 높여 몸에 활기를 불러일으키며 뇌하수체의 포만중추를 자극해 편안함을 준다. 그러나 단순당의 지속적인 섭취는 더 많은 양의 당을 요구하는 중독성을 만든다. 김 원장은 “당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당의 섭취를 중단하면 마음이 불안하고 힘들며 스스로 절제되지 않는데, 이는 니코틴이나 헤로인의 금단증상과 비슷하다. 실제로 단순당을 섭취했을 때 니코틴이나 헤로인을 섭취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뇌의 기쁨중추를 자극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 중독이란 인스턴트 식품, 기름기 많은 고기, 튀김 등 느끼하고 기름진 음식에 중독된 상태이며, 특히 트랜스 지방이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도 서구화된 식습관과 가공식품, 패스트 푸드, 인스턴트 식품의 증가로 지방 섭취가 크게 증가했다. 과다한 지방 섭취는 식욕을 조절하는 렙틴 호르몬의 이상을 가져와 식욕을 조절할 수 없게 만들고 뇌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의 분비를 활성화시켜, 지방을 섭취하지 않으면 우울해지고 욕구불만·강박증 등이 나타나게 된다. ■ 고른 음식섭취, 간식·디저트 피해야 비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특정 음식의 섭취량을 미리 정해놓아 거기에 맞추도록 노력하며, 체중을 조절하거나 섭취량을 줄이기에 앞서 음식의 종류를 바꾸도록 노력한다. 식사할 때는 세 끼 밥을 꼭 먹되 현미밥이나 잡곡밥을 먹는다든지, 반찬은 골고루 먹되 야채와 통곡식이나 콩·생선의 섭취를 늘린다든지, 중독성 음식들은 가급적 피하되 불가피할 경우에 섭취할 수 있는 최대 횟수를 미리 정해둔다든지, 간식이나 디저트는 먹지 않되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경우에는 물이나 녹차나 블랙 커피를 활용하고 채소를 먹는 등의 규칙을 정해두는 절제가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음식 중독자들은 자신이 중독되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중독의 심각성을 모른다. 따라서, 음식 중독 자가 테스트에서 중독이 의심되면, 스스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