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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하나회’ 경찰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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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9호 김원섭⁄ 2008.10.21 17:12:23

‘진학하고 싶은 1위 대학 경찰대학교’. 지난 70년대 군부시절 육군사관학교가 대학진학 준비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으나, 최근 들어 이 같은 현상이 역전된 상태다. 경찰대학 1기는 다른 대학의 81학번과 대등한데, 부이사관급인 경무관에 벌써 상당수가 승진했지만 다른 부처에서 81학번 서기관은 고시 출신 말고는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경찰대학 졸업이 국가고시 합격과 동일한 대우를 받고 있다. 특히, 경찰대 학생은 재학기간 중 학비·수당 등 일체의 경비를 국고에서 지급받고, 졸업 후 전경 소대장 등으로 근무하며 병역 특례를 받으면서, 동시에 그 기간을 경찰 근무경력으로도 인정받는 이중의 혜택과 함께, 졸업생 120명 전원이 7급 상당의 경위로 임용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경찰대학교가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폐지의 중심에 서고 있다. 특히, 경찰대학교는 지난 전두환 정권 때 군대의 특권층이었던 ‘하나회’조직처럼 변모, 또 다시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는 현재 경위 이상 간부 중 2300여 명이 경찰대 출신이고 매년 100명씩 늘고 있는 상태여서 이들이 요직에 오르는 10년 뒤면 1000명이 더 늘어 군대의 하나회처럼 조직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요직을 독식하면 총경 이상의 고위직 승진에서 병목현상이 심화돼, 비경찰대 출신들은 계급정년에 걸려 조기 퇴직하게 됨으로써 국가적으로도 큰 인력낭비다. 일부 대학교에도 경찰 관련 학과가 설치돼, 경찰대학 출신이라 해서 특혜를 줘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경찰대 출신들은 고교 졸업 후 다양한 가치관과 역사관을 체득할 기회도 없이 경찰대학에 입학, 합숙생활을 하면서 획일화된 교육과정에서 교육을 받은 후 별도의 공개된 자격시험도 없이 경찰간부로 임용되는데, 이러한 제도는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난센스이다. 특히, 획일화된 사고방식을 교육 받음으로써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민사회의 룰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고 있다. 또, 경찰업무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다원적 사고도 부족할 가능성이 높아, 경비와 진압을 제외한 정보·수사·방범 등 대민분야 경찰활동에도 지장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경찰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해 경찰청장 직위를 외부에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적이 있다. 경찰 출신이 아닌 인사가 경찰청장으로 임명되면 경찰조직 내의 순혈주의 폐해를 극복하고 경찰 혁신을 역동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대를 폐지하는 대신에, 사법시험 합격자의 대폭 증원으로 남아도는 우수 인력을 경찰로 특채해 고시 출신 특채자와 경감급 이상 간부 경찰관을 함께 교육시킬 경찰대학원 신설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세무공무원의 육성을 위해 설립한 세무대학이 세무행정의 질을 향상시키보다는 양적 팽창으로 부조리를 양산하여 폐지한 것처럼, 이명박 정부도 경찰대학의 존폐 여부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경찰의 나라’라는 영국도 모든 경찰관이 순경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찰직제도 다시 정비해 21세기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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