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이종구 박사의 건강 클리닉 (16)

소리 없는 살인자 고혈압

  •  

cnbnews 제90호 편집팀⁄ 2008.10.28 17:47:39

고혈압은 증상이 없는 병이다 고혈압은 ‘소리 없는 살인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아무 경고나 증상 없이 뇌출혈이나 심근경색증 또는 심부전증과 같은 무서운 합병증을 일으켜 우리의 목숨을 빼앗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혈압은 모든 질환 중에 유병률이 가장 높다. 성인인구의 약 4분의 1은 고혈압을 가지고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고혈압의 빈도는 증가하여 60세 이상에서는 절반 정도가 혈압이 높다. 흔히들 두통이 있거나 얼굴에 열이 오르면 혈압이 높아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고혈압은 증상이 없는 병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고혈압이 극도로 심해져 악성 고혈압이 생기면 심한 두통·구토 심지어는 의식혼탁이 올 수 있으나, 요사이는 이런 환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므로 혈압을 재보지 않고는 고혈압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미국의 건강조사에 의하면, 고혈압 환자의 31.6%는 자신이 고혈압이면서도 모르고 있으며, 15%는 고혈압인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 치료도 받지 않고, 26%는 치료를 받고 있지만 혈압이 제대로 조종되고 있지 않으며, 고혈압 환자 가운데 27%만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선진국인 미국의 현실이 이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에게 고혈압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알고 있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 정상혈압과 고혈압 혈압은 동맥 내에 발생하는 압력을 의미한다. 이 압력은 심장의 수축으로 피가 심장에서 동맥으로 방출되면서 발생한다. 혈압은 전신에 혈액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수압이 떨어지면 수돗물이 나오지 못하듯이, 혈압이 부족하면 동맥에 충분한 피가 흐르지 못하게 된다.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최고로 올라가면 이 혈압을 ‘최고혈압’ 또는 ‘수축기 혈압’이라 부른다. 심장이 수축을 끝내고 이완하기 시작하면서 혈압은 최저치로 내리는데 이것을 ‘최저혈압’ 또는 ‘이완기 혈압’이라 부른다. 1997년 미국의 국립보건원(NIH)이 발표한 기준에 의하면, 최고혈압 140mmHg, 최저혈압 90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도 같은 기준을 채택하였다. 이는 종전에 고혈압을 160/95mmHg 이상으로 규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많은 사람 특히 노인층에서는 최저혈압은 정상이지만 최고혈압이 상승될 수 있으며, 이때를 ‘고립성 수축기 고혈압’이라 부른다. 그리고 당뇨병 환자의 경우 최고혈압 130mmHg 이상, 최저혈압 80~85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규정하는 기준이 권장되고 있다. 그 이유는 당뇨병 환자에게 혈압이 그 이상을 초과할 때 심혈관질환의 발생률과 사망률이 현저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 혈압의 변동 혈압은 우리의 육체적 또는 정서적 변화에 따라 변동이 많다. 필자가 캐나다에서 수련의로 교육을 받을 때, 어떤 교수로부터 여자의 마음처럼 잘 변하는 것이 고혈압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우리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흥분하면 혈압과 맥박이 올라간다. 이런 현상은 필수적인 방어기능이기도 하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천적을 만나거나 위험을 느낄 때 자기방어를 위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이것이 심장을 더 빠르고 강하게 뛰게 하며, 심장에서 나오는 피의 방출량도 증가하여 혈압이 상승하게 된다. 혈압을 측정할 때 단순히 대화를 계속하면 혈압이 10~30mmHg까지 상승한다. 단순한 보행도 혈압을 20~30mmHg 증가시키며, 빠른 속도로 조깅을 하면 정상인도 최고혈압이 200mmHg 이상으로 상승한다. 그러므로 혈압은 안정된 상태에서 측정해야 하며, 몸과 마음이 괴로울 때 재는 혈압은 자기의 혈압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낮과 밤에 혈압이 변한다. 수면 중에는 낮보다 최고혈압이 20~40mmHg 정도 떨어진다. 수면 중에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없고 모든 대사기능이 저하된 상태라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잠이 깨면서 혈압과 맥박수는 증가하기 시작한다. 잠이 깨면서 그날 할 일에 대비하기 위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므로 아침 6~9시 사이가 하루 중 혈압이 제일 높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아침 시간에 뇌졸중과 협심증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 계절과 주위의 온도도 혈압에 변화를 준다. 날씨가 추워지면 체온을 보존하기 위해 말초혈관이 수축하여 이것이 혈류의 저항성을 증가시킴으로써 혈압을 상승시킨다. 반면에, 주위 온도가 상승하면 열을 발산하기 위해 말초혈관이 이완하고 이것은 혈류의 저항성을 감소시킴으로써 혈압을 떨어뜨린다. 그리하여 여름과 겨울에 최고혈압은 3~5mmHg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추운 겨울 날씨에도 옷을 따뜻하게 입고 마스크를 사용하면 혈압상승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 ■ 혈압의 측정 혈압은 보통 앉은 자세에서 측정하지만, 누운 상태나 일어선 자세에서도 측정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전문가들은 5분간의 안정을 취한 후 앉은 자세에서 혈압을 측정하도록 권하고 있다. 혈압은 약 2분 간격으로 두 번 측정하는 것이 좋다. 만일, 첫 번째와 두 번째의 혈압에 10/5mmHg 이상의 차이가 날 때는 다시 한 번 측정하고 3개 모두 또는 마지막 2개의 평균혈압을 자기 혈압으로 보면 된다. 혈압을 측정하기 전에 충분한 휴식기간을 두지 않으면 첫 번째 혈압과 두 번째 혈압에 10mmHg 이상의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럴 때는 두 번째와 세 번째 혈압의 평균치가 정확한 혈압이라고 할 수 있다. 혈압을 양팔에서 재면 최고혈압이 약 10mmHg 정도의 차이가 날 수 있다. 20mmHg 이상의 차이가 나면 한쪽 팔의 동맥이 좁아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 때는 높은 쪽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정확하다. 다리에 혈액순환이 부족하여 다리가 차갑거나 걸을 때 다리가 아파서 걸을 수 없는 현상이 생기면 다리도 혈압을 재보는 것이 좋다. 이럴 때 다리의 혈압은 팔의 혈압과 같거나, 10mmHg 더 높다. 그러나 다리의 혈압이 팔의 혈압보다 20mmHg 이상 낮으면 하지의 동맥경화증이 있을 수 있다. 혈압을 측정할 때는 전통적으로 수은혈압기가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전자혈압기가 개발되면서 두 가지 방법 모두 사용하고 있다. ■ 수은혈압기 이 혈압기는 주로 병원에서 사용되며, 팔의 상부(상완부)에 압박대(커프)를 감고 팔꿈치 부위의 동맥에서 발생하는 혈관음을 청진기로 들으면서 측정한다. 이때 압박대는 심장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이것은 팔을 책상 위에 올리면 된다. 맥박이 만져지지 않을 때까지 압박대에 공기를 주입하고, 그 후 공기를 서서히 빼면서 동맥에서 발생하는 최고혈압과 최저혈압을 측정한다. 이때 공기를 너무 빨리 빼면 혈압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으므로, 공기를 서서히 빼야 한다. 이 방법은 가장 정확한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수동으로 공기를 서서히 빼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공기를 빼면서 제일 처음으로 혈관음이 들리는 시점이 최고혈압이며, 제일 마지막으로 들리는 시점이 최저혈압이다. ■ 전자혈압기 최근에는 전자혈압기가 많이 발전하여 이것으로도 혈압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그 동안 주로 일본 제품을 사용해 왔으나, 일부 국산품도 수입품 못지 않게 정확하다. 전자혈압기는 타인의 도움 없이 자기의 혈압을 측정할 수 있으며, 압박대로부터 공기를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뺄 수 있기 때문에 혈압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전자혈압기는 고장이 날 경우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수은혈압기와 비교하여 정확성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