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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 훨훨 날아라”

서울시,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산림청도 ‘자활영림단’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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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1호 박성훈⁄ 2009.10.27 14:51:01

겨울이 다가오면서 노숙인의 거리생활 청산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는 이들을 위해 살 곳과 일자리를 제공하며, 산림청은 ‘자활영림단’을 운영한다. 또한 노숙자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노숙인들을 ‘무기력한 낙오자’에서 인생의 개척자로 바꾸는 다양한 자활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하루 4시간 일하면 일당 2만2000원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서울의 노숙자는 9월 말 현재 3026명이다. 이 가운데 보호시설(쉼터) 생활자는 1952명, 상담보호센터 하루 평균 방문자는 406명이고, 거리생활인은 668명이다. 시가 주관하는 일자리 사업은 일할 수 있는 노숙인에게 건설 현장 일, 녹지 관리, 공원 및 시설물 청소, 복지업무 보조 같은 일자리를 제공한다. 몸이 불편하고 고령자라면 4시간 일에 하루 2만2000원 일당을 지급한다. 하루 8시간 일하면 6만 원을 받을 수 있다. 특별자활사업은 근로 능력이 미약한 노숙인, 또는 거리생활자 중 쪽방 생활자에게 시설 주변 환경정비 및 단순취로·급식보조 같은 일자리를 준다. 신용회복 지원하는 ‘노숙인 신용 리스타트’ 노숙인들의 주거를 위해서는 ‘자활의 집’이 운영된다. 2년 간 전세 주택을 지원하고, 가구당 4000만 원 이하의 전세권도 설정해준다. 현재까지 140가구를 넘어서고 있다. 주택공사에서는 매입임대주택을 지원한다. 2년 간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하는데, 보증금은 250만~350만 원 선이고, 관리비는 본인이 내야 한다. 의지만 있다면 ‘노숙인 신용 리스타트’를 통해 신용회복도 가능하다. 신용 리스타트는 개인파산에 대한 면책, 채무 조정(채무 이자 탕감, 원금 30% 삭감 등), 건강보험료 결손처리 같은 신용회복 과정을 거쳐 자활·자립 기반을 마련해준다. 신용 리스타트 사업의 혜택은 지난해 396명(140억1600만 원)이 받았고, 올해에도 이미 149명이 면책됐다. 서울시는 쉼터 입소 노숙인들의 저축을 장려하고 체계적인 금전 관리를 하도록 올해 12월에 노숙인 상담보호센터 방문자와 쉼터 생활자를 대상으로 ‘노숙인 저축왕 선발대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노숙인 저축왕에 도전하려면 월 저축액 20만 원 이상에 주택청약저축 가입자여야 한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올해 저축대회에서는 우수저축자 7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입소 노숙인 95명이 대회에 응모하여 우수저축자 34명이 선정됐고 반응도 좋아 올해 수상자를 늘리기로 한 것이다. 당시 응모했던 노숙인 95명의 저축액은 4억2000만 원이었다. 이 사업을 통해 21개 쉼터 노숙인들이 저축한 총액도 10억7000만 원에 이르렀다. 서울시 복지국 관계자는 “특별자활사업에서는 지원을 받은 뒤 쪽방이라도 구하고 주민등록을 살리는 등 스스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거리 인생에서 내 집 마련 꿈꾸기까지 자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노숙인들은 처지가 각양각색이지만 강한 자활 의지를 통해 자립에 성공한 이들이 많다.

노숙인이었던 김모(58) 씨는 일용직 건설현장 잡부였다가 건설사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가 길거리생활을 정리하고 직업을 갖는 데는 4년이 흘렀다. 김 씨 가족은 지난 2005년 급작스레 다가온 경제적 어려움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빵 한 조각 사 먹을 돈도 없던 김 씨는 노숙인이 됐다. 5개월 정도의 노숙생활 끝에 김 씨는 상담보호센터를 찾았고, 이를 통해 그의 생활도 변하기 시작했다. 쉼터에 들어간 김 씨는 2007년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을 통해 지하철 9호선 건설공사에 투입됐고, 건설현장 잡부로 일했다. 여기서 고정적인 급여를 받아 저축도 시작했다. 그러다 김 씨는 주택공사에서 노숙인에게 제공하는 매입임대주택 입주 자격을 얻어 가족과 재결합하는 데 성공했다. 김 씨는 번 돈의 60%를 저축했고, 부인의 수입을 합해 한 달에 110만 원 가량을 저축하고 있다. 이제 내 집 마련의 꿈, 그리고 노후까지 10년을 설계하며 살고 있다. 농촌에서 고구마·풍뎅이 기르며 자립 설계 경기 양평군 용문면 화전리 서울시립 양평쉼터에서는 지체장애 4급 박모(35) 씨가 고구마를 재배하며 생활하고 있다. 장애로 왼쪽 팔을 거의 사용할 수 없지만, 밭일에는 열심이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쯤 쉼터에 입소했다. 주유소에서 일하다가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그는 가족들까지 외면해 집을 나왔다고 한다. 그는 지금 농사일을 배우며 자립을 꿈꾸고 있다. 같은 쉼터의 김모(49) 씨는 2002년부터 서울 영등포역과 청량리역 근처에서 노숙을 하다가 12월 양평쉼터의 가족이 됐다. 올 초부터 그는 장수풍뎅이 사육장에서 일하고 있다. 톱밥 아래에서 커가는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보며 자신의 곤충 가게를 열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빚 5000만 원을 지고 집을 나온 양모(37) 씨는 노숙인 신용 리스타트 사업을 통해 면책을 받고 새 삶을 시작했다. 2007년 쉼터에 입소할 당시 아이를 밴 사실혼 관계의 아내가 있었다. 그는 딸에게 쉼터 생활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살아가고 있다. 자활영림단에서 일하다 지방에 정착한 노숙인도 산림청의 자활영림단 사업 역시 많은 노숙인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울진·인제·봉화·영월 같은 강원도의 산림에서 국유림 조림 및 육림 사업, 간벌, 병해충 방제 사업 등을 벌이는 내용이다. 영림단 사업에 참여한 노숙인들 중에는 지방으로 간 뒤 그곳에 정착한 경우도 많다. 영림단에 참여한 노숙인 513명 중 귀가한 노숙인은 14명이며, 취업 9명, 현지 정착 25명, 결혼 4명 등으로 총 52명이 재활에 성공했다. 자활영림단이 운영하는 위탁시설인 비전트레이닝센터가 노숙인 쉼터 입소자를 대상으로 희망자를 모집한 뒤 상담 및 설명회를 거쳐 영림단 참여자를 결정했다. 산림청 숲 가꾸기 사업은 각 지방 산림청 산하 국유림 관리사무소별로 자활영림단 사업 등록을 거쳐 도급 계약을 체결한 뒤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한다. 서울시도 영림단원들의 조속한 자립을 돕기 위해 장비 유지비 등 운영비를 지원한다. 울진 자활영림단에서 활동하다 자활에 성공한 배모(49) 씨는 출판업에 종사하다 1998년 10월 정리해고된 뒤 서울에서 노숙자로 전락했다. 그러던 중 2000년 3월 배 씨는 숲 가꾸기 사업에 참여했으며, 지난 5년 동안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여 가족들에게 보낼 생활비를 마련해왔다. 그 결과, 가족관계도 IMF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고, 퇴소 뒤 정화조 업체를 인수해 현재 김포에서 가족과 함께 자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강모(60) 씨는 1996년 중반까지 영등포에서 전자대리점을 운영했으나 갑자기 부도가 나 방황을 하다가, 2001년 2월 정선 숲 가꾸기 현장에 참여했다. 영림단 활동을 통해 박 씨는 과거의 음주 및 낭비벽을 고치고 현재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봉화 자활영림단의 전모(45) 씨는 회사 부도로 일자리를 잃고 영등포역 근처 쪽방에 기거하다 2003년 7월 인제 자활영림단과 2004년 12월 봉화 자활영림단에 합류했다. 2007년 5월에는 산림기사 자격증을 취득해 동해시 동해 산림설계사무소에 취직하여 가족들과 함께 안정된 생활을 꾸려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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