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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뮤지컬 배우 최정원

연극 <피아프>로 샹송 가수 변신…“저를 통해 피아프의 삶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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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2호 이우인⁄ 2009.11.03 10:03:24

<장미빛 인생>(La Vie En Rose), <사랑의 찬가>(Hymne a L'amour),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아>(Non, Je Ne Regretterien) 등 주옥 같은 프랑스 샹송들이 연극에서 그대로 되살아난다. 11월 5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피아프>는 영국의 극작가 팜 젬스가 1978년에 발표한 작품을 한국 무대로 옮겨온 것으로,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부터 20세기 최고의 여가수로 인정받았던 인생 절정의 순간까지 그녀가 살아왔던 극적인 삶을 보여준다. 국내 초연 피아프 역은 뮤지컬 디바 최정원(41)이 연기한다. 프랑스가 가장 사랑한 여인과 한국 관객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배우가 하나가 된다는 점은 <피아프>를 궁금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이다. 열정이 넘치는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수많은 관객을 열광케 하는 배우 최정원이 과연 불행한 삶을 살다 간 여인의 얼굴을 하고 옷을 입고 구슬픈 목소리로 샹송을 부를 수 있을까? 최정원이 연기하는 피아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런저런 의문을 품고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최정원을 만났다. 첫 공연을 열흘 앞둔 그녀는 피아프에 푹 빠져 있었다. 인터뷰 도중 피아프의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신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피아프의 인생과 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눈가에 이슬이 촉촉이 맺혀 금세 진지해졌다. 한국의 ‘피아프’ 최정원이 말하는 피아프의 삶과 사랑 그리고 노래에 대해 들어봤다. <피아프>는 어떤 작품인가요? <피아프>는 에디트 피아프의 일생을 다룬 연극이에요. 18살 때부터 죽기 전인 47세 때까지, 그녀의 생을 그립니다. 또 피아프가 생전에 불렀던 노래 20곡이 무대 위에 흐릅니다. 그 중 5곡은 제가 전곡을 다 부르구요. 그녀의 일생을 말하면서 노래와 사랑을 말하지 않을 수 없어요. 피아프가 죽기 직전에 가진 인터뷰를 읽었는데 “사랑은 경이롭고 신비하며 또 비극적인 것, 사랑은 노래를 하게 만드는 힘, 나에게 노래 없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고 사랑이 없는 노래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말했어요. 정말 피아프의 인생은 사랑으로 가득했던 것 같아요. 스스로 피아프와 닮았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처음엔 피아프의 겉모습만 보고 “내가 피아프를 어떻게 연기할까” 고민했죠. 그녀는 147cm도 안 되는 단신이지만 저는 170cm의 장신이고, 그녀에겐 상처가 많지만 저는 그녀만큼 진한 상처를 느껴본 적이 없으니까요. 저는 ‘긍정주의’인데다 늘 뮤지컬과 행복한 사랑을 나누고 있거든요. 그런데 <피아프>의 대본을 읽고 그녀에 대해 조사하다 보니, 그녀가 사랑 없이 못 사는 것처럼 저 역시 무대 없이는 못 산다는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피아프는 마약에 찌들고 척추가 부러진 상태에서도 마이크 앞에 서기만 하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고 해요. 마이크 앞에서 몇 번이나 쓰러져 사람들이 말렸지만, 그래도 노래하겠다고 고집을 피웠대요. 저 역이 무대를 떠나면 너무 아프거든요. 정말 죽을 것 같아요. 그리고 무대에서 열광하는 관객들을 보면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비나 비욘세가 하루에 버는 개런티보다 훨씬 많은 행복을 저는 무대에서 느끼고 있어요. 그런(노래와 무대에 대한 열정) 부분에서는 피아프와 많이 닮은 것 같아요. 피아프는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 성공에 이른 여성이기도 합니다. 최정원 씨가 지금의 자리에 서도록 도와준 사람을 꼽는다면요? 지금 피아프에 빠져 있기 때문에 극에 등장하는 인물과 제 주위 사람들을 접목하게 되는데요. 우선, 신시컴퍼니(뮤지컬 제작사)의 박명성 대표는 르플레와 비슷해요. 르플레가 있어 피아프가 있듯이, 저 역시 박명성 대표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또 피아프가 재기할 수 있게 격려해준 레이몽은 남경주 오빠 같아요. 경주 오빠는 20년 넘게 알고 지낸 저의 ‘소울메이트’이죠. 레이몽처럼 오빠 역시 저를 매일 붙들고 가르쳐줬어요. 그리고 피아프의 사랑이자 그녀를 떠난 이브 몽탕은 젊은 여자가 생겨 떠나간 제 추억 속의 한 남자와 같습니다. 이름은 말 못해요(웃음). 마지막으로, 테오는 묵묵히 바라봐주는 느낌이 제 신랑과 같아요. 테오는 피아프보다 26살이나 어린 남자라는 점이 신랑과 아주 다르지만요(웃음).

‘에디트 피아프’ 하면 영화 <라비앙로즈>가 떠오릅니다. 영화와 연극의 차이가 있다면요? 영화에서는 어린 피아프의 나이에 맞게 어린 배우 2명과 성인 배우가 출연하는 반면, 무대 위에선 저 혼자 연기합니다. 또 영화는 틈틈이 물을 마시고 싶을 때 마실 수 있지만, 연극은 두 시간 동안 무대 위에서 옷도 갈아입고 화장실 조절도 해야 하죠. 그리고 영화에서는 피아프가 살던 시대를 많이 왔다갔다 하지만, 연극에서는 첫 장면만 나이 든 피아프로 출연하고 나머지는 18살의 피아프에서 시작됩니다. 영화보다 더 좋은 점은 피아프가 키스하고 노래하고 사랑하는 모습들을 눈앞에서 라이브로 볼 수 있다는 점이죠. 네이버에서 ‘최정원’을 검색하면 뮤지컬 배우 최정원보다 배우 최정원이 메인으로 나오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시카고>를 할 때는 제가 메인이었는걸요(웃음). 근데 최정원 세 명(UN 출신 최정원 포함)이 모두 닭띠인 거 아세요? 두 사람이 81년생이고, 저는 69년생 닭띠거든요. 너무 재밌죠. 그런데 솔직히 제겐 이런 꿈이 있어요. 지금보다 더 유명해져서 어떤 언론에도 나오지 않고 무대에만 서고 싶은 꿈 말이죠. 조용필 씨는 1년에 딱 한 번씩 콘서트를 하는데, 그분이 가진 티켓 파워는 정말 대단해요. 저 역시 조용필 씨처럼 대중이 제가 어떻게 지내는지 무슨 역할을 하는지 모르게 해서 신비감을 주고 싶어요. ‘최정원은 누구와도 인터뷰하지 않고 어떤 작품을 준비하는지도 알 수 없지만 무대에 가면 볼 수 있다.’ 만일 이 꿈이 현실이 된다면 책임감 때문에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아이 같은 발상인가요(웃음)? 박해미 씨와 라이벌이라는 일각의 반응, 어떻게 생각하나요?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다면 할 수 있지만, 박해미 씨와는 색깔부터가 다른 걸요. 물론, 잘하는 사람과 무대에 서는 건 저 역시 원하는 일입니다. <시카고>를 할 때도 옥주현 씨가 잘하기 때문에 같이 하고 싶었어요. 무대는 특별한 공간이어서 나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나 혼자가 아닌 나만큼 잘하는 배우들과 함께해야 비로소 ‘올레!’가 나오는 거죠.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지 20년째인데, 뮤지컬 배우로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만족하나요? 축복받았다 생각하고 감사하죠. 다시 태어나도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구요. 제 인생에서 가장 탁월한 선택을 꼽는다면 아이도 결혼도 아닌 배우의 일인 것 같아요. 뮤지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뮤지컬 배우처럼 제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고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희열을 주는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오늘처럼 좋은 인터뷰를 하고, 곧 연습실에서 연기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얼마 전에 영화 <페임>을 봤는데, 극 중에서 어떤 여학생이 성공이 무어냐고 물으니까 “자기가 생각하는 성공한 사람은 돈을 많이 벌고 권력과 명예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매일 아침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다”라는 대사가 나왔어요. 저 역시 매일 아침 연습할 생각에, 딸 수아에게 샐러드를 만들어줄 생각에 너무 행복합니다. 명예나 권력은 없어도 저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생각해요. 저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생각이죠. 그런 긍정의 힘과 행복감, 늘 감사하는 마음은 제가 다양한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원천이기도 하구요. <피아프>를 통해 관객에게 꼭 부각시키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팜 젬스가 쓴 대본 안에서 충실히 하려고 해요. 피아프를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저를 통해 그녀를 보여드리고 싶구요. 피아프의 위대하고 드라마틱한 일생을 느껴보세요. 저를 통해 그녀가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끝으로, 예비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깊어가는 가을과 다가오는 초겨울에 <피아프>를 다시 한국에서 보는 걸로 행복감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공연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껴진다고 하는데요. <라비앙로즈>를 꼭 한 번 보고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극 사이사이 저의 노래로 피아프를 더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게 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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