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성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내분비학 전임, 인제대 백병원 산부인과 외래 조교수 역임) 누군가를 사귀고 싶은가? 고객의 마음에 들고 싶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싶은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왜 제약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잘 생겼을까. 약을 소개하러 오는 사람들인데 왜 제품에 대한 열정보다는 인물 위주로 사람을 보내는 것일까. 왜 맥주 광고에는 젊은 남자들이 웃통을 벗고 뛰고, 젊은 여자는 가슴선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춤을 출까. 맥주와 웃통-가슴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길래…. 핸드폰-차 광고에는 왜 이런 상품의 성능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을 것 같은, 가장 섹시한 모습의 배우가 나와서 섹시한 표정을 짓지? 차를 소개하는 레이싱걸은 가슴이 모두 크다. 가슴 큰 것과 차는 무슨 상관일까. 가슴이 큰 여자가 좋아하는 차가 잘 팔리나? 이 모두는 사람들의 눈빛을 끌려는 것이 목적이다. 일단 눈이 끌려야, 선전하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귀에 들어오니까. 일단 성적으로 끌리게 해야 한다. 비싼 물건일수록 성적 끌림을 철두철미하게 활용한다. 성적으로 끌리지 않으면 대개 광고든, 연애든 실패한다. 흔히 영화를 보면 손수건이나 지갑, 수첩을 떨어뜨리면 다음에 만날 기회가 생긴다. 이런저런 이유로 몇 번 부딪히거나 만나다 보면 미운 정, 고운 정이 생기면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것을 보게 된다. 즉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다. 사람을 자꾸 만나다 보면, 혹시 이게 운명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어쨌든 자주 보면 정들게 된다. 끌려서 자주 보게 될까, 아니면 자주 보니 끌리게 되는 걸까? 실험해 보니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야 마음의 거리도 가까워져’ 끌림에는 자주 보는 게 중요하다는 실험-조사 결과가 있다. 한 조사에선 1년 기간 동안 결혼한 5000쌍을 조사했다. 절반 이상이 가까운 거리에 살던 남녀였다. 가까이 살면 결혼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즉 물리적인 거리와 마음의 거리는 같다는 결론이다. 만약 누군가와 결혼하고 싶다면 그 사람이 사는 동네로 이사를 가야 한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강남 사는 사람과 결혼을 시키려고 이사를 가는 사람도 주위에서 보긴 했다. 약간 다르면서 비슷한 실험도 있다. 학교 교실에서 어떤 사람이 인기 있는지 조사했더니 가운데 앉는 학생, 특히 학생들이 다니는 통로의 가운데쯤 앉는 사람이 맨앞이나 맨뒤에 앉은 학생보다 친구가 훨씬 많았다. 즉 자주 보고 낯익으면 좋아지고 친해진다는 이야기다. 여자들은 자신들이 섹스를 하는 이유로 생화학적 끌림을 첫손에 꼽는다. 성적 끌림은 모든 문학 작품과 영화 속 위대한 사랑의 주제이며, 노래-시의 주제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다른 사람이 끌리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끌림이 있어야 누군가를 유혹해 나의 유전자를 자손에게 전달할 수 있다. 동물의 세계든, 인간의 세계든 끌림이 있어야 만날 기회가 생기고 결혼이 되고, 자손 번식이 된다. 끌어당기려면 우선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눈빛 교환이 중요하다. 30분 동안 서로에 대해 사적 대화를 주고받은 다음 4분 정도 서로의 눈을 응시하도록 요구하는 실험을 했다. 그랬더니 웬걸, 실험에 참여한 상대방에게 강하게 끌렸다며 완전히 모르는 사람인데도 결혼까지 신청한 사람이 생겼다. 이처럼 쳐다보는 행위는 중요하다. 만약 누군가를 유혹하고 싶으면 자꾸 그 사람을 쳐다보고 시선을 교환하라. 상대방에게 엄청난 위력이 발휘된다. 그 사람에게 내가 호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먼저 말을 걸고 차를 마시자고 하거나 춤을 추자고 얘기하거나, 섹스를 하자고 얘기할 수도 있다. 낯선 이성과 그윽하게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사랑의 느낌이 강렬하게 느껴진다고 많은 사람들이 증언했다. 시선 교환의 위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연습해라. 누군가와 시선을 교환하는 것을. 말을 않고 하면 신비로워서 좋다. 자주 만날 기회를 만들어라. 어떤 대학에서 조교 4명에게 한 학기동안 각기 20번, 15번, 10번, 5번을 수업에 들어가게 했다. 학기가 끝났을 때 “어떤 조교가 가장 좋은지”를 설문조사 했더니, 가장 수업에 많이 들어간 조교라는 답이 나왔다. 즉 접촉 횟수가 많아 더 익숙할수록 그 사람의 행동이 더 잘 예측되고, 더 편안하게 느껴지면서 사람도 좋아진다는 결론이다. 신비감도 성적 행동의 동기가 될 수 있다. 특히 남성이 여성에게 끌리는 것은 신비감 때문이다. 너무 친해서 미주알고주알 다 얘기하는 사이보다 약간의 여운을 남기고, 하고 싶은 말을 덜 하는 사이가 더 오래 간다. 지나치게 접촉하면 성적 끌림의 들불이 꺼져 버릴 수 있지만, 신비함은 불길을 더 부추길 수 있다. 성적으로 매력적인 특질들에는 신비스러움이 중요하다.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는 주요 조직적합유전자 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에 있다. 이는 6번 염색체에서 볼 수 있는데, 사람마다 이 MHC 유전자가 다르다. 유전적으로 가까운 친척과 번식을 하면 선천적 결손증이나 낮은 지능, 기타 문제들이 유발되면서 자식들에게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MHC 유전자가 상호보완적인 사람과 짝짓기를 하면 태어나는 자식의 면역 기능이 더 우수하다. 질병을 야기하는 다수의 기생충을 자식들이 더 효과적으로 물리칠 수 있게 된다. 여자는 냄새로 남자가 자기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 알아내는 놀라운 후각 갖고 있기 때문에 남자는 특히 냄새에 신경써야 한다 옛날 씨족사회에서는 이웃 마을의 건강한 남자가 방문을 하면 그 남자에게 자기의 여자를 내 주었다. 즉 여자들로 하여금 씨를 받게 한 것이다. 몽고나 알래스카 등 여러 민족이 이런 풍습을 가졌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다른 씨, 즉 MHC가 다른 남자와 결합해 태어나는 아이가 더 건강하고 영리함을 경험을 통해 알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종족을 더 발전시키려는 방법이었다. 같은 성씨를 쓰고 같은 마을에서 살면 거의 모두가 친인척이 된다. 다른 부족의 남자는 아무래도 MHC가 많이 달랐을 것이고, 더 우수한 자손을 만들 수 있다. 과학적으로 몰랐던 시대에도 경험적으로 이런 사실을 알고 전통이 내려온 것이다. 그런 유전적인 끌림이 있다. 주로 인간의 감각 중에서 가장 원시적인 후각이 이런 끌림을 탐지하는 역할을 한다. 실험을 했더니 여자가 “냄새가 좋아서” 어떤 남자와 섹스했다고 말할 때 그녀가 성행위에 나선 동기 이면에는 진화적 이유가 도사리고 있었다. 즉,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여자들은 유전적으로 화합할 수 있는 남자에게 끌린다. 실험 결과 여자들은 MHC 복합체가 자기와 상호 보완적인 남자의 체취에 성적으로 가장 끌린다고 대답했다. MHC 복합체가 자기와 비슷한 남자들에게는 냄새가 역겹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험 결과가 놀랍지만, 여자들은 면역 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유전자 복합체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도로 발달한 후각이 여성들의 성에 심오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즉 끌림은 유전적인 이유에 의해 후각이 좌우한다. 이처럼 끌림은 의도적인 노력에 의해, 혹은 본능에 의해 이루어진다. 누군가를 끌고 싶다면, 과학적인 근거나 경험적인 데이터를 참고해 노력하면 된다. 그러면 적은 노력으로 누군가를 끌어당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