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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무대에서 즐기면 되죠”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의 주연 배우 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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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2호 이우인⁄ 2011.07.26 17:15:43

이현 하면 요즘은 3인조 그룹 에이트(8eight)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성 5인조 그룹 오션(5tion)의 미소년 보컬 이현을 기억하는 이가 더 많았다. 가요계에서 이현의 존재는 보잘것없지만 뮤지컬에선 입장이 다르다. 그는 ‘사랑은 비를 타고(사비타)’, ‘싱글즈’ ‘그리스’ 같은 인기 뮤지컬을 통해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처음엔 묘했어요. 예전엔 네이버에서 이현을 검색하면 제가 메인이고 그 친구가 저의 동명이인으로 나왔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자리가 바뀌더라고요. 당시엔 기분이 좀 그랬지만 ‘지금 이 친구가 잘 되고 있는 거고, 내가 뭐 한 게 있나. 연연해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부턴 의연해지더라고요(웃음).” 7월 8일부터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는 ‘Can’t Fight the Moonlight’ ‘I will Survive’ 등의 주제곡으로 큰 인기를 모은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제작됐다.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에이프릴이 무대 울렁증을 극복하고 꿈을 이루는 과정을 신나는 노래와 춤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현(32)은 이 작품의 남자주인공 앤디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공연을 두 시간 앞두고 분장을 마친 그와 한전아트센터 로비에서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이현은 지금 연기에 푹 빠져 있다. 인터뷰 내내 즉흥 연기를 자유자재로 선보이는 그의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백마 탄 왕자님처럼 보이고 싶어” 이현이 맡은 앤디는 에이프릴의 꿈을 지지하고 그녀를 사랑하는 인물로, 극 마지막엔 신선한 반전을 안겨주는 역할이다. 이번 공연의 앤디 역에는 이현 외에도 뮤지컬 배우 김수용, 남성듀오 디셈버의 한대규가 캐스팅됐다. 여주인공 에이프릴은 그룹 에프엑스(f(x)) 루나와 가비엔제이 장희영, 뮤지컬 배우 유하나가 연기한다. “한 캐릭터에 왜 여러 명을 캐스팅하는지 그 이유를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세 배우가 생각하는 앤디가 다 다르더라고요. 더블·트리플 캐스팅은 제게 좋은 공부가 돼요. 제가 생각하지 못한 방식을 경험할 수 있거든요.” 이번 공연은 한국 초연이자 세계 초연이다. 외국 영화를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인 셈이다. 창작 뮤지컬이 처음인 이현은 “배우가 창작 작품을 꼭 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왜 하는지 알았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나만의 앤디를 만들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현만의 앤디는 어떤 인물이냐는 질문에 그는 “영화 ‘귀여운 여인’에 나오는 리처드 기어의 느낌을 내고 싶었다. 백마 탄 왕자님처럼 말이다”면서 두 볼에 특유의 보조개를 만들었다. ‘코요테 어글리’에서 이현이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에이프릴이 코요테 어글리 바(Bar)에 취직하기 위해 뛰어드는 경매 신에서 나온다. 극 중 앤디는 에이프릴을 도와주기 위해 격렬하고 섹시한 춤으로 순식간에 여성 고객을 사로잡는다. 185cm의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의 이현이 펼치는 몸짓은 여성 관객의 환호를 부른다. “춤은 뮤지컬 ‘그리스’를 할 때 익혔어요. 가수 출신이지만 오션은 팝 그룹이었기 때문에 춤을 춘다 해도 스탠드 마이크를 잡고 하는 수준이었거든요. 그러다 ‘그리스’에서 주인공을 맡으면서 연습을 많이 했어요. 모든 배우가 춤을 다 출 줄 아는데 지기 싫더라고요. 주인공이 빛나지 않는 공연은 다른 배우들에게 굉장히 미안하거든요. 주인공다운 자리에 걸맞은 실력을 갖춰야 했어요. 경매 신 안무도 제가 짠 거예요. 다른 앤디들도 제가 짠 동선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죠. 느낌이나 동작은 그들 몫이지만요(웃음).” “가수 출신? 원래부터 배우” ‘코요테 어글리’에는 가수가 유독 많이 출연한다. 이들 중 이현과 루나를 제외하고 한대규, 이윤혁, 장희영이 이번 작품을 통해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다. 이현은 친한 친구인 유하나와 짝이 돼서 호흡을 맞춘다. 그는 “배우와 호흡하게 돼서 더 좋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끼리는 추구하는 게 같으니까’란 이유를 덧붙인다. 자신이 가수 출신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 보였다. “제가 처음 뮤지컬을 할 땐 ‘너 가수하다 망해서 왔지?’ 같은 분위기였어요. 모두가 그렇게 말하진 않았지만 ‘가수가 뮤지컬 무대로 오는 거 싫어’라고 하시는 분도 있었죠.”

가수 출신이라는 뮤지컬계의 편견에 대해 이현은 할 말이 많다. 가수 출신으로 알려졌지만 배우가 먼저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오션으로 알려졌지만 가수가 되고 싶어서 된 건 아니었다”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저는 SBS 시트콤 ‘행진’에서 신입생 로커 역으로 데뷔했어요. 당시 소속사 사장이 제가 시트콤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봤는데, 음반도 같이 내자고 제안을 하더군요. 그래서 발라드 솔로 앨범을 내게 된 거죠. 그런데 시트콤에 3회 정도 출연했을 때 사장이 돈을 들고 잠적했어요.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입대를 고민했지만 20대 초반에 아무것도 못 해보고 군대에 가려니 두렵더군요. 때마침 친한 작곡가 형이 썩히기엔 아까운 재능이라며 저를 신나라 레코드로 소개해줬고, 그래서 오션으로 나오게 됐죠.” 오션으로 활동하면서도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다는 이현은 “완전히 가수 이미지로 굳혀진 상태고, 개인적으로 연기할 형편도 아니었다”며 오션이 해체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10년이나 돌아서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 너무 소중하다”고 했다. 이현은 “여기(뮤지컬)는 공연을 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와 공연을 못해도 뮤지컬을 하고 싶어 하는 배우와 배우 지망생들이 많다”며 “뮤지컬을 할 때는 이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동등한 입장에서 필사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뮤지컬에 진출하는 후배 가수들에게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꿈” 정우성을 롤 모델로 영화배우를 꿈꿨다는 이현은 집안의 심한 반대에 부딪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처음부터 영화 쪽 일을 하고 싶었지만 프로필도 가수고 연기를 전공한 적도 없는 처지에 무턱대고 영화판에 뛰어들 수 없었다고 한다. 무대는 그가 영화 쪽으로 진출하기 위한 하나의 발판에 지나지 않았다. “뮤지컬과 연극 쪽에서 연기력을 탄탄하게 쌓으면서 인정받으면 영화 쪽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무대 연기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무대 연기가 너무 좋아졌고, 지금은 오히려 드라마와 영화 쪽에 관심이 없어요.” 이현은 그동안 밝은 작품에서 멋있는 남자를 주로 연기해왔다. 이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것 같아서 물었더니 “멋있는 남자가 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여자들도 예쁜 역할을 하고 싶어 하지 않나. 나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앤디처럼 느끼한 멘트를 날리고 행동하면 얻어맞지 않을까? 하지만 무대에선 맘껏 해도 된다”고 유쾌하게 답했다. 하지만 작품과 자신의 성향의 일치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이현은 슬프고 무게감 있는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가 도전하고 싶은 작품 전부 신파적이고 무거운 작품이다. “연극은 극단 화살표의 대표작인 ‘보고 싶습니다’에서 손독희 역할을 꼭 하고 싶고, 뮤지컬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헤드윅’ ‘로미오와 줄리엣’, 나이를 좀 먹으면 ‘지킬 앤 하이드’, 그보다 더 나이가 들면 ‘맨 오브 라만차’도 하고 싶어요.” 이현의 목표는 최고의 연기력을 갖춘 배우가 되는 일이다. 김윤석, 송광호, 설경구처럼 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매니저도 없이 혼자서 오디션을 보러 다닌다는 그는 “오디션에서 떨어진 경험도 많다”며 “짜고 치는 오디션도 많다던데, 언젠간 그런 관행을 누를 만큼의 실력을 꼭 만들고 말겠다”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하지만 이현에게 가수 활동에 대한 미련은 없어 보였다. 그는 “앞으로 앨범 낼 생각은 추호도 없다. 원래 꿈이 배우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며 “오션에도 미련 없다. 가수로 즐거웠을 때는 오션 1집 타이틀곡으로 활동했을 때가 전부”라고 확고하게 말했다. 한편 ‘코요테 어글리’는 여름휴가가 정점에 다다른 8월 15일에 공연을 마친다. 여름휴가 계획에 대해 이현은 “뮤지컬 배우가 되고 나서 바캉스를 가본 적이 없다”면서 “그래도 행복하다. 무대 위에서 관객의 박수와 환호를 많이 받으면 휴가는 필요 없어지더라”라고 말하며 휘파람을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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