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8호 박현준⁄ 2011.11.14 13:46:00
글을 좋아해서 자주 재미있는 사진과 글 등을 보내주는 친구가 보내준 글 중 하나를 부분만 소개한다. 세계 유일의 나라 ① 일본을 우습게 보는 세계 유일의 나라 ② 미국의 쇠고기를 독극물 수준으로 보는 나라 ③ 동맹국을 주 적국보다 더 미워하는 나라 ④ 미국에 10만 명이 넘는 유학생을 보낸 나라 ⑤ 국민 IQ가 세계 최고인데도 거짓말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나라 ⑥ 조국의 생일도 없고 기념하지도 않는 나라 ⑦ 돌도 안 된 아기가 데모하는 나라 ⑧ 폭동으로 경찰관이 500명이나 부상당했는데도 폭도들은 15명만 구속한 나라 ⑨ 정부기관보다 시민 단체가 더 많은 나라 ⑩ 국가가 돼가는 방향에 대해 레바논 수준으로 불만이 많은 나라…. 이 외에도 더 많은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학계만 보면 어떨까? ① 개 진료비보다 사람 진료비가 싼 나라 ② 의사가 병원 이외에서는 처방을 낼 수 없는 나라 ③ 약국이나 병원이 아니면 상비약조차도 구할 수 없는 나라 ④ 의료 보험료 때문에 환자 한 명당 2분 이상을 진료하면 적자가 나서 병원 운영이 안 되는 나라 ⑤ 밤중에나 휴일에는 병이 나면 안 되는 나라(낮은 의료 수가 때문에 응급실에 전문의를 상주시킬 수 없어서) ⑥ 의료 사고가 났을 때 진상을 규명하기 전에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나라 ⑦ 재벌이 병원에 도움을 주는 대신에 직접 병원을 운영하는 나라 ⑧ 서울 지역만 본다면 병원이 매 건물마다 있다시피 한 나라 ⑨ 의료 선교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나라 ⑩ 몸에 좋다고 하면 무엇이든 싹쓸이 하는 나라 ⑪ 태양 특히 자외선을 핵폭탄처럼 유해하다고 생각하며 자외선 차단제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 ⑫ 성형 대국, 피부미용 대국 ⑬ 세금, 탈세 문제 등만 나오면 의사들을 공공의 적처럼 여기는 나라 ⑭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의사에게 사례비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라 ⑮ 아는 사람이 없으면 종합병원에서 예약과 진료를 마냥 기다려야 하는 나라 ? 중소 종합병원이 존립하기 어려운 나라 ? 임상은 선진국 수준이나 연구 분야는 아직도 개도국 수준에 머물고 있는 나라…. 아는 사람이 없으면 종합병원에 입원도 못하는 나라, 환자가 의사에게 ‘별도의 돈’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라. 이런 후진에서 벗어날 때 되지 않았나? 의료 보험이 시작되기 전에는 의사들이 많은 재산을 축적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무리하게 축소된 수가로 의료보험이 전반적으로 시행되면서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들이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의사들이 의대 졸업 후 적어도 10년이 지나야 일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의사들의 연봉은 요사이 대기업과 외국 기업에 종사하는 능력있다는 사람들의 연봉에 턱없이 못 미친다. 이로 인해 일부이긴 하지만 과잉 광고, 과잉 치료를 일삼는 의사들도 있다. 또한 정부는 환자들을 마치 자동차와 같이 생각해 같은 질병을 패키지로 묶으려는 시도까지 한 적도 있다. 이 패키지 제도가 시행된다면 환자들에게는 많은 피해가 갈 것이라고 단언한다. 분명한 것은 같은 질병이라도 사람의 손금이 다르듯이 진행 과정, 증세, 결과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사람이 만든 기계가 고장이 나고 그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아는 것보다 모르는 부분이 더 많은 인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우리나라도 가까운 장래에 선진국 수준으로 진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세금 문제만 나오면 의사 욕하지만… 히포크라테스 선서 지킬 수 있는 조건 돼야 우리 사회는 의사를 존경하기보다는 부를 누리는 집단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흔하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돈을 생각하는 소수의 집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직업인들보다도 사회를 위해 소리 없이 봉사하는 의사들이 많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시절 무의촌 진료를 위해 방학마다 모든 의대 병원들이 전국을 누볐고 최근에 와서는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 의료 낙후국가 등에서 의료기술을 펼치고 있다. 연세대학교 의대는 기독교를 기본 이념으로 하는 학교이다. 기독 의사회가 결성돼 각종 봉사에 참여하고 있고, 의료원 단위로는 몽골에 병원을 세우고 의사를 정기적으로 보내서 의술을 베풀고 있으며, 외국의 의사를 받아서 교육도 시키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개인들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아무 조건 없이 의료 봉사를 하는 의사들도 많이 있다. 연세대학교 의대 교수직에 있던 젊은 의사들이 몽골, 우즈베키스탄으로 옮겨가서 의료봉사를 하는데, 이들은 보장돼 있는 직업과 명예 등을 모두 버리고 오직 봉사정신만 가지고 떠나는 것이다. 매우 전도가 유망한 의사였으므로 낙후된 나라로 가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네 의술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데 왜 오지로 가려고 하냐?”고 묻자 “이 일이 내게 주어진 사명인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오는 것이었다. 내가 미국에 있을 때 캘리포니아에서 우연히 후배 의사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몽골에 의료 선교를 나가있었는데 더욱 효과적인 봉사를 위해 미국에 와서 신학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자비로 외국에 그것도 나이 마흔이 넘어서 가족을 두고 혼자 공부하기 위해 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험해본 사람들만이 알 것이다. 옛날 슈바이처 박사가 아프리카에서 일생을 의료 봉사에 바쳤다고 해서 칭송을 받았었다. 그 당시는 의료인도 적었고 낙후된 지역에서 의료 선교를 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더욱 빛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수많은 슈바이처들이 그가 갔던 길을 가고 있다. 얼마 전 한 신부가 아프리카에서 봉사를 하다가 암으로 세상을 등진 일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음지에서 자신을 희생하고, 일생을 오지에서 살아가는 의사들이 많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불안한 직업 환경 때문에 의대로 학생들이 몰리고 의술을 배운 뒤에도 생계만을 쫓도록 하는 현실이 바뀌어야 의사들도 히포크라테스 선서 지킬 수 있을 것 아프리카에서 의료 봉사를 하다가 저개발국에 만연한 결핵 등의 질환으로 타계한 의사들, 젊어서부터 몽골에서 봉사를 하다 암이라는 죽음의 그림자가 오는 것을 늦게야 알아 안타깝게 사라져간 의사들…. 의사들을 사회가 논할 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제시한다. 생명을 다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틀린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가, 국가가,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지켜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국가가 먼저 질환을 패키지 개념으로 본다던가 의사들이 개인적으로는 처방조차 못하는 말도 안 되는 현실을 지속해 나간다던가, 잘못된 의료 보험 체계를 내세워서 사람의 가치를 개를 포함한 동물보다도 못하게 평가한다면 그리고 대부분 직업이 50대에 끝나게 돼 여생이 불안해 의학 쪽으로 몰리는 신념이 아니라 생계를 쫓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나마 그 와중에서도 묵묵히 의사로서의 본분을 지켜나가는 의사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 설준희 세브란스심혈관병원 심장웰네스센터장 / 운동치료클리닉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