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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60년 미술 인생’ 회고전

철학적 질문 담은 여백의 그림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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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0호 왕진오⁄ 2011.11.28 11:08:19

고집스럽게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전개하고 있는 화가 이우환(75)의 국내 개인전‘이우환의 다이얼로그’ 전이 11월 5일부터 12월 18일까지 사간동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진행된다. 올해 6~9월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첫 회고전을 연 이후 국내에서 갖는 첫 전람회다. 이 화백은 “회고전을 연 것이 처음이라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 동안의 생각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그림을 보여주어야 했기에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였다”며 “작가로서 일생을 정리하고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 것에 감사하고 기쁘다”고 전시에 대한 느낌을 설명했다. 그의 작품은 화면을 채우기보다는 비움이라는 ‘여백’의 미학을 추구한다. 이 화백의 여백은 미술에서 이야기 하는 여백이 아닌 ‘울림’이다. “어떤 대상을 그려 넣은 것과 그리지 않은 부분이 서로 긴장관계를 형성하며 어떠한 울림을 주는 공간으로의 여백”을 말한다. 1년이 넘게 준비한 이번 전시에 대해 그는 “어느 누가 보든 내 작품의 성격과 품위가 고스란히 드러나게 준비했다”며 “철저하게 엄격하면서 더 이상 간략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화백에게 표현이란 무엇일까? “표현의 단어적 의미는 안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자신의 자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나는 오랜 시간 비판하며 싸워왔고, 또 나와 외부를 연결시키며 상호작용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그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완전한 답은 없다. 조각과 회화처럼 다른 장르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조각은 3차원적 주변 공간을 보여 주는 것인데, 그림은 평면에 작업하기 때문에 한계를 지워주는 작업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이미지를 보여주거나 정신성만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물감의 물성까지 생각해야 한다. 내 경우는 운동, 수련을 하며 체조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절대성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것이 내 그림의 존재 이유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우환은 새로운 것에 대한 무분별한 추구와 인간 중심적인 근대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인 것과의 관계를 논하고, 절제와 공존을 지향하는 예술 세계를 펼쳐왔다. 이 화백은 “우리는 세계가 인간의 손으로 변화하지 않는 사물들로 세워졌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명상, 비평, 예술이 그들과 대화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상력이 자아를 확장해서는 안 되며, 행위와 열정을 함께 끌어올 수 있도록 역동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의 그림은 끊임없는 반복의 수련 가운데 무한이 숨 쉬게 되고 기가 충만하게 됐다. 그래서 그림과 공간과 당신이 만나면 신기한 생명의 파장이 어우러지는 설렘의 우주가 열릴 것이다”라고 전했다. 화가이며 조각가이자, 평론가, 철학자, 문학가, 음악 애호가인 이우환. 그는 1956년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학을 다녔다. ‘미학이나 사회 사상사를 튼튼하게 알아놓아야 나중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토대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마르틴 하이데거, 미셀 푸코, 자크 데리다, 모리스 메를로-퐁티 등의 철학을 공부했다. 1960년대 말 일본은 산업사회의 급속한 도약으로 상품 제작 및 수출의 전성기를 맞았으나 미술계에서는 만드는 것에 대한 반항적 움직임이 일어났다. 회화나 조각에서 가능하면 손대는 것을 자제하는 운동, 즉 모노하(物波) 운동이 일어났다. 모노하는 돌, 철, 나무 등 재료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며 사물, 공간, 인간의 관계를 재고했다. 이우환은 포스트모더니즘 철학과 동양사상을 작업에 적용시키며 모노하 운동을 이끌었던 이론가이자 작가였다. 1969년 ‘국제청년미술가’ 전에서 일본문화포럼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미술출판사 예술평론상 공모에 제출한 ‘사물에서 존재로’가 입선되면서 예술평론가로 인정받았다. 그에게 철학은 예술의 자양분이다. “예술은 시이며 비평이고 초월적인 것이다. 나의 작업은 하나의 특성을 재현하고자 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계와의 만남과 조응입니다” 어떠한 예술가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라는 물음에 그는 “내가 죽은 뒤는 아무도 모른다. 화가들이 공통으로 지니는 개인적 욕심은 자신의 작품이 오래 남기를 바라는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관람을 해야 하기에 수백 년이 지나더라도 가치를 인정받고 기억되기를 바라는 욕심이 있다”라며 “그렇지만 그림의 재료가 시간이 지나면 너덜해지고, 오래 가면 무엇이든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자연은 사라지게 만들고 문화는 새롭게 만들려 하지만 자연과 싸워서 이길 수 없는 이치와 마찬가지이다. 그냥 기억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이 화백은 다양한 창작 활동을 통해 그의 생각을 펼쳐왔다. 이번 개인전 이후 당분간 대형 전시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오랜 기간 훈련을 통해 단순하지만 철학이 담긴 그림을 그려온 그도 오랜 기간 작업을 하면서 육체적 나이에서 오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나의 작업은 호흡을 내쉬면서 그려야 하는데, 이제는 숨을 들이쉴 수 없을 정도로 나이가 든 것 같다. 앞으로는 대형 작업보다는 그림이 작아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후의 작업 계획을 설명했다. 전시 문의 02-228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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