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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준희 교수의 메디컬 40년 에세이]몸은 늙어도 운동은 즐겨라

청춘 같은 마음 가진 중장년이 잘 빠지는 몸 실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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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0호 박현준⁄ 2011.11.28 11:39:45

인간은 태어나서 성장하고 성인이 되면 바로 노화의 길을 가게 된다.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부 운동을 제외하고 근육의 힘이나 탄력이 중요한 운동에서 10대 후반~20대 초반이 전성기인 것이 이를 말해 준다. 수영, 미식축구, 피겨 스케이팅, 마라톤 등은 20대 후반만 돼도 은퇴해야 하는 운동들이다. 그런데 중년을 지나고 70세가 넘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 마음이다. 아직도 내 마음은 젊고, 젊은이들처럼 열정적인 사랑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나 소설을 보면서 주인공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게 인간이다. 자신도 모르게 젊은 주인공의 입장이 되는 것이다. 50대에 한 발을 세면대 위에 올려놓고 씻다가 넘어져서 팔이 부러진 사람, 양손에 책을 들고 또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계단을 내려오다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진 사람, 평생 안 하던 야구를 하다가 TV에서 본대로 흉내 내며 2루 베이스로 슬라이딩 하다가 다리가 부러진 사람,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은 운동신경이 발달돼 있다며 스키를 서둘러 배우다 부상을 당하는 사람 등등…. 이런 경우들은 자신의 운동기능이 저하됐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다. 그나마 이 같은 사고는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정도만 고생하면 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사고도 더러 있다. 미국으로 이민 간 의과대학 동기가 앨라배마 주에서 개업을 하며 성공해 방이 대여섯 개, 화장실도 대여섯 개나 있는 2층짜리 대저택에서 살았다. 지붕에 약간 이상이 생기자 이 친구, 나이 생각은 않고 사다리를 대고 2층 지붕에 올라가 수리를 하다가 떨어졌다. 내 몸 늙는 건 생각않고 드라마 속 청춘남녀 같은 마음 계속 품는 게 인간. 그러다가 운동이라도 하게 되면 프로선수 흉내를 내다가 큰 부상을 입고… 의식 불명으로 몇 달 간 사경을 헤매다 살아났는데 그의 딸 결혼식에 참석하러 간 내가 “이 친구야. 무슨 짓을 한 거야. 일찍 세상 떠나려고 했냐”고 핀잔을 주자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로 생각했는데…”라며 피식 웃는다. 나이가 들면 근력만 떨어지는 게 아니다. 신체 디자인에 이상이 오면서 균형성, 순발력, 유연성이 감소하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고령이 된 사람들을 보면 걷는 모양이 이상한 경우를 많이 본다. 정상적으로 무릎을 써서 걷지 못하며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이 나이에 큰 질환으로 연결되는 많은 원인이 넘어져서 한동안 거동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걷기조차 힘들어지거나 걷는다고 해도 운동을 못해 당뇨, 고혈압 같은 병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수명이 단축되는 예가 매우 많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운동력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치부한다는 점이다. 인체는 나이들어 가지만 고령이라도 웬만한 운동을 즐기면서 살 수 있다. 우리 신체는 나이가 들면서 노화 현상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지만 운동은 이를 극복하게 하며, 노화를 지연시킬 뿐 아니라 20대는 아니더라도 40대의 젊은 육체로 발달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몸은 운동을 시작하는 나이에 머문다고 한다. 40대에 운동을 시작하면 70이 돼도 40대 체력과 몸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데도 운동을 시작하지 않을 것인가?

치매와 ‘운동 보약’ 운동하면 몸뿐 아니라 뇌도 덜 늙어 얼마 전 내가 잘 아는 나와 동갑인 분에게 연락을 한 일이 있었다. 딸이 전화를 받으며 어머니가 시골에 계시다고 얼버무려서 자세히 물어보니 “치매 초기로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너무 이른 나이에 치매가 걸렸다니 정말 충격적이라서 위로의 말도 못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치매는 65세 이상 인구의 8.3%인 34만여 명이 앓고 있는데, 2020년에는 10만 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치매란 라틴어에서 유래된 병명으로 ‘정신이 없어진 것’이란 의미다. 치매는 뇌의 신경세포가 감소해 뇌가 위축되면서 다른 신경 세포와 정보 전달이 안 돼 기억장애 등 인지능력이 저하되는 증상이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혈관성 치매, 기타 화학물질, 뇌 기능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질환이 원인이 된다고도 하지만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가 가장 큰 원인으로 파악된다. 이 병명은 1906년 의사 알츠하이머가 처음으로 이 질환을 기술한 데서 비롯됐다. 기억력 장애, 언어 장애, 일상생활 수행능력 저하 배회, 판단력 장애 등의 증세가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진행되는 건망증은 치매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력이 저하되면 치매가 아닌가 하고 걱정하면서 억지로 머리를 쓰면 예방이 된다고 믿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근거가 없는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치매를 ‘기억의 지우개’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실상 치매는 인간이기에 소유하는 지성과 감성이 모두 지워지는 질환이다. 그런데 간혹 병원에서는 이 심각한 질환을 오진하는 경우도 가끔 있어 신중이 요구되고 있다. 치매는 단순히 환자 자신에게만 불행한 것이 아니라 가족들에게는 참으로 황당한 믿을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내가 잠시 미국에 있을 때 허리를 다친 필자의 어머님이 병원에 입원했다. 전화로 연락을 하던 중 어머니가 헛소리를 하시는데 정신과 의사가 진찰을 해보고 치매가 왔다고 진단했다는 것이다. 어머님이 사람을 잘 못 알아보신다고 하셔서 참으로 막막했다. 그런데 그간 어머님에게 투약됐던 약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통증을 다스리는 약물 하나가 노약자에게 쓰면 혼란, 환상, 기억장애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그 약을 끊어 보자고 했는데 하루가 지나니까 정신이 멀쩡하게 돌아왔다고 한다. 치매라고 오진한 의사에게 화가 나기 이전에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하면 뇌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면서 뇌가 덜 늙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진단만이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치매 치료기관들이 상당히 발전돼 있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도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치매 환자를 관리하고 돌봐주는 전문병원이 건립돼야 할 것이다. 미국의 한 치매 연구소는 치매에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대부분 가족구성원들은 부모님이나 배우자가 치매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병원을 찾는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치매에는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집안에 치매 내력이 있다면 노년기 초기부터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2009년 통계청 보고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10.7%로 증가했으며, 2040년이 되면 32.5%로 국민 3명 중 1명이 노인일 것으로 추산된다. 뇌의 무게는 1년에 1g씩 줄어들고, 뇌세포는 하루에 10만개가 퇴화되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은 감소된다. 규칙적이고 체력에 적합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생활화하는 사람은 퇴화 정도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하면 뇌의 혈액 순환이 촉진되고,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줄면서 엔돌핀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뇌기능이 향상된다. 운동은 몸뿐 아니라 정신에도 보약이라는 결론이다. - 설준희 세브란스심혈관병원 심장웰네스센터장 / 운동치료클리닉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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