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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면 아트 리뷰]중세 고성을 선으로 압축하다

신종식 개인전, CSP III 아트스페이스에서 연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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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2호 박현준⁄ 2011.12.12 13:30:51

신종식(홍익대 회화과 교수/미술교육원장)의 개인전이 연희동의 CSP III 아트스페이스에서 연말까지 열린다. 10여 년 전부터 거의 매년 전시를 하며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신종식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총 21점의 아크릴 작품과 2점의 설치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작품들의 주된 모티브는 여행이다. 여행(voyage)이란 제목이 말해주듯, 작품에는 작가가 프랑스 유학 시절 여행했던 유럽의 중세 고성과 옛 도시, 박물관 등에 대한 기억들이 단순화된 면과 선, 압축된 이미지들로 나타난다. 그들은 성벽과 휘어진 탑, 나무, 물고기와 달팽이, 화석, 나침반 등으로 캔버스에는 플라스틱, 에나멜, 철판 같은 재료를 붙여넣기도 하고, 채색 위에는 은빛 가루 등을 입혀 넣어 작품은 매우 다양한 질감을 준다. 그리고 여행에서 보았던 물체들은 다양한 형태의 네모와 세모, 원으로 재구성되어서, 길쭉하거나 휘어지고 불룩한 다층적인 면이 생겨나는데, 이들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에서 남겨진 메모리의 세계로서 이제 기호화된 이미지들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런 작품들이 ‘고성古城’(Old Castle, 2009), ‘항구’(2010)이며, ‘여행’(Voyage, 2010) 시리즈에서 계속 이어진다. 비교적 긴 작품 ‘파노라마’ 시리즈에서도 연장되며, 여기서 기억의 파편적 이미지들은 ‘암몬 조개’(ammonite, 2010), ‘물고기’(fish, 2010), ‘봄’(spring, 2010)에서 분화되어 나타난다.

작품의 주된 색상은 청색ㆍ보라색ㆍ황색인데, 밝은 하늘색부터 진청색까지 다양한 푸른색과 보라색은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여 환상세계로 유도하고, 노랑과 주황은 작품을 화사하고 따뜻하게 유지해준다. 그러면서도 작품들은 복잡하고 현란하지 않고, 단순화된 구도와 형태들 속에서 관람자들이 편안하게 꿈꿀 수 있는 세계로 이끄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 점에서 신종식 작가의 작품은 환상적이고 매혹적이다. 동화적 세계의 환상을 다양한 기법과 고차원적으로 시각화하는 신종식의 작품들은 우리 시대에서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많은 사람들의 감성에 부드럽게 다가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9월에 이미 뉴욕의 킵스 갤러리(Kips Gallery)에서 초대 전시를 했던 작가는 내년(2012)에도 다시 뉴욕과 로스앤젤러스에서 전시회를 갖는다고 하니 앞으로의 국제적으로 높은 비상이 기대된다. 다만, 이번 전시에서 한 가지 유감스러운 점은 CSP III 아트스페이스는 전시장에서 작품에 관한 기본 정보를 전혀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갤러리 측에서는 “카탈로그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카탈로그를 열어보며 작품 제목과 제작방식을 일일이 찾아보아야 하는 것은 불편하며 관람자를 위한 배려가 부족해 보인다. - 이상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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