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특정 집단의 초상 사진 작업을 해온 오형근 작가의 개인전 ‘중간인(中間人)’이 아트선재센터에서 5월 3일부터 6월 17일까지 열린다. 오형근은 그동안 ‘아줌마’ ‘소녀연기’ ‘화장소녀’ 등 다양한 세대의 여성을 다뤘지만 이번 ‘중간인’ 연작에서는 남성의 대표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는 군인이 주인공이다. 일반 사병들의 모습을 군대라는 집단보다 개인으로 조명한 초상 사진 작업을 통해 남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형근은 2년가량의 작업시간을 들여 실제 육군부터 해군, 공군, 해병에 이르기까지 직접 군부대를 방문해 촬영했다. 그렇다고 군을 다루는 것이 아닌 집단에 내재한 ‘우리’ 안의 개인을 조명한다. 그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군대의 집단성 속 개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군대라는 특수한 무리에 속해 있으면서 일반인이 아닌 개인과 집단 혹은 나와 우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병들의 모습을 담아 ‘중간적인 불안’을 각각의 초상 사진으로 표현했다. 그는 철저한 외부자적 시점에서 군을 부정적으로 비판하지도 않고, 긍정적으로 표상하지도 않는 중립적인 자세를 취한다. 이러한 중립적인 자세는 중간 밝기의 조명과 중간 계조의 사진적 장치로 이어지는데 모호한 중간성을 지닌 중간인에 대한 사진적 재현이기도 하다. 한편 이전 초상 사진이 인물을 집중적으로 재현했다면 이번 전시에는 사진의 배경이 중간인으로서의 군인을 표현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