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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속에서 싸우고, 한강에 투신하고…

페이크 다큐멘터리 작가 윤현선, ‘반닫이와 호흡’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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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2호 왕진오⁄ 2012.07.09 09:04:18

고졸한 멋과 품격을 내세우는 북촌에서는 한옥과 함께 고가구, 도자기 등을 판매 전시하는 공간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런 공간에 현대미술 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공간인 나무 컨템포러리(대표 최은주)가 요즘 반닫이와 함께 자극적인 ‘페이크(가짜) 다큐멘터리’ 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모으고 있다. 반닫이는 지역별로 조형적 특성이 달랐다. 은은히 퍼지는 소박한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조선시대 가장 요긴한 필수 가구였으며 중요한 혼수품이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반닫이의 고졸한 멋을 알아차린 애호가들에 의해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나무 컨템포러리는 조선 중기~후기에 제작된 20여 점 반닫이를 한 자리에 모였다. 반닫이는 전통가구지만 현대적인 형태와 색감을 갖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어느 공간 또는 장르의 미술작품과 함께 해도 조화를 이뤄 멋을 낼 수 있는 게 특징 중 하나다. 이번 전시에서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윤현선(35)의 작품 20여 점과 함께 매치된 반닫이들을 감상할 수 있다. 한강대교-아파트옥상에서 집단으로 뛰어내리는 사람들, 공원에서 섹스하는 사람들…“당신도 이런 장면 상상해 봤을 걸?” 그리고 이를 똑바로 바라보는 반닫이 윤현선은 작업을 하면서 예술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겠다고 전한다. “예술이 무엇인지를 전혀 모르겠습니다. 추구하는 특별한 것이 없어요, 지금의 작업이 지속적으로 진행될지도 모르겠고, 전시 이후에는 또 다른 무엇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걷고 있습니다”라며 “계속 무엇인가를 찾으려는 행위 자체가 예술이 아닐까 합니다. 규정된 것이 없는 것이 예술이 아닐까요”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이전 작업들은 한강대교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 그리고 63빌딩과 충돌하는 비행기 등 자극적인 상황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모두 작가의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사건들의 재구성이었다. 그는 “세상은 충격적인 사건을 바라보고 그 순간에만 관심을 가집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본질적인 의미보다는 외형적인 내용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본질을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한강대교에서 사람이 뛰어내리는 작업은 수년전 자살을 시도하는 대표적인 장소였던 그 공간이 지금은 교통정체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해, 다리 위에서 목숨을 담보로 세상에 대고 무언인가를 외쳤던 절박한 사람의 심정에 눈을 감는 현실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사진에 들어있는 이미지들에 특별한 주제는 없습니다. 포르노그래피 같은 누드와 외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미지가 콜라주 되어 있지만, 누구나 한 번은 상상했을 장면을 익숙한 장소나 공개된 장소를 배경 속에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고 전했다.

7월 28일까지 진행되는 ‘웨어 아이 앰(Where I am)’전에는 오랜 세월 여러 사람의 삶과 시간을 목격해온 오브제의 시선이 주체가 돼 ‘이 낯선 공간은 또 어디일까’라고 질문한다. 과거 작품과 달리 일상에서 늘 접하는 음식물을 주요 테마로 스포츠나 유희를 즐기는 사람들을 함께 배치해 놓았다. 익숙한 공간에서 음식물이 등장한 이유에 대해서 윤현선은 “음식이란 것이, 살려고 먹느냐? 먹기 위해 사느냐? 늘 고민을 하게 하는 주제인 것 같다”며 “삶의 유지를 위해서 필수적인 음식물을 확대해서 미처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보았다”고 했다. 작가에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작업들과 함께한다. 작가 윤현선은 무엇을 찾기보다는 머릿속의 생각을 직접 작업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 빠르다고 한다. 한 번 해보고 맞으면 완성을 시키고, 아니면 다른 것을 찾아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모든 것을 다 소화하고 싶다는 작가는 진정한 예술을 찾기 위해 이번 전시를 마치면 특별한 작업을 통해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한다. 전시는 외부에 자신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다음 전시에 똑같은 것을 보여주는 것은 진정한 예술이 아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작가의 시선은 또 다른 어딘가를 향하고 있다.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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