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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연평피폭을 내 손으로 만든다”

보도사진 현장을 재현해 촬영하는 하태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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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2호 김대희⁄ 2012.07.08 13:00:22

시대가 발달하면서 우리는 정보와 뉴스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고 특히 보도사진을 통해 그 곳의 현장을 생생하게 느끼기도 한다. 보도사진은 사회현상이나 자연계의 현상을 보도라는 목적으로 포착한 사진을 말한다. 사진을 사실 전달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신문, 주간지, 월간지 등에 실리는 저널리즘 뉴스 사진의 대부분을 보도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여러 사건을 다룬 뉴스의 사진자료들을 수집해 작은 모형으로 재구성해요. 그리고 그 모형을 처음에 수집한 사진과 같은 구도와 느낌을 갖도록 다시 사진을 찍죠. 재구성한 모형으로 재현된 현장은 흰색으로 피가 없어지고 작은 원본에 의존한 탓에 세부는 생략돼요.” 하태범 작가는 보도사진 속 현장을 미니어처로 재현하고 이를 사진으로 담는 작업을 한다. 보도사진에 대한 비판이기도 한 그의 작업은 철저히 독자들의 시선에서 이야기한다. 그 또한 뉴스를 바라보는 독자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보도사진도 소비되는 상품처럼 변해버렸어요. 사진을 판매하기도 하고 설정해 만들어 찍기도 하죠. 전세계적으로 보도사진이 넘쳐나면서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리고 소비하는 시각을 작품으로 다뤘어요.” 그는 보도사진 속 색감과 인물을 모두 배제한 체 흰색으로만 만든다. 이를 보며 고대 신전 같거나 아름답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국 그 이면의 상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그는 말한다. 인위적이고 축소된 형태로 인해 사진에서 보이는 모습은 실제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이를 통해 그는 인간이 얼마나 무심하고 잔인한가에 대해 반문한다. 결국 보도사진과 이를 바라보는 독자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주제다.

그렇다면 수많은 보도사진 중에서 어떤 것들을 골라 작업하게 될까? 그는 구도 상으로나 작업하기 좋은 사진들로서, 먼 거리에서 찍거나 배경이 많은 것들을 고른다고 한다. 작품성이 있는 구도나 멋있어 보이는 사진들이다. 그의 결과물은 사진작업이지만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만들어야 하는 종합작업이기도 하다. 사진 속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만드는 미니어처는 플라스틱이나 종이 등을 주로 쓰며 재질감에 따라 석고 등 다양한 재료를 쓴다. 사실 조각을 전공한 그는 정치적이나 사회적 이슈에 큰 관심이 갖지 않았었다. 그도 처음에는 일반적인 존재 이유 등을 다뤘다. 우리가 눈으로 자각하지 못하는 환상 또는 전기나 공기 등의 존재에 대해서 작업했다. 하지만 독일 유학 중 자신도 인종차별과 부조리를 경험하면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됐고 언론 보도에 사람들의 반응이 각기 다른 점에 흥미를 느꼈다. “보도사진도 상품이 된 시대에 당신은 사건 사진 보고 뭘 느끼나요?” 보도사진 속 현장을 재현하며 다른 의미를 부여 중앙대 조소학과와 동 대학원을 나와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 조형예술아카데미 석사과정을 졸업한 그는 9년 정도를 독일에서 지내며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 당시 작업을 주가 아니라 부수적으로 하기 위해 일반 직장도 다녔다. 그러던 중 국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세마(SeMA) 신진 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선정되면서 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귀국한 지 2년 정도 지났다. 이후 난지창작스튜디오를 거쳐 현재는 고양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있다.

언제나 라디오뉴스를 듣고 뉴스를 검색하는 게 하루 일과인 그는 자신의 작업이 팔리는 작업은 아니라고 말한다. 작품을 팔아서 사는 작가는 드물며 이 점이 먼저라면 작가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직 사진에 많이 서툴러 힘들어요. 촬영할 때 원하는 느낌을 담아내기가 쉽지 않죠. 처음엔 미니어처로만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사진으로 작업하다보니 사진으로 보여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비슷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보면서 나도 하고 싶었어요. 작품을 통해 가볍게 또는 무관심으로 바라보는 사회현상에 관심을 갖고 알았으면 해요.” 그는 관련된 주제로 영상 작업도 만든다. 영상은 사진보다 작가가 좀 더 개입한 가상의 공간을 펼칠 수 있게 해준다. 인간 내면의 파괴나 욕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작업이 된다. 사진이 주된 작업이 되겠지만 세계적인 이슈나 사건을 다루며 자신이 제대로 느끼는 것에 대한 작업을 할 예정이라는 그는, 공간에 현장을 재현하는 설치작업도 생각하고 있으며, 사진 작업도 미적으로 꾸미고 변형해나갈 계획을 밝혔다. 그는 8월에 대학로 정미소에서 그동안의 작업 연장선이 될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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