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지나갔다. 수백만의 수험생들이 자신의 학업성취도를 평가받는 이날은 학부모들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 번의 시험이 모든 것을 결정할리는 없지만 매년 시험결과에 낙담한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이나 큰 정신적 충격을 받는 수험생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수험생을 다독이기 위한 부모들의 역할을 알아본다. 매년 수능이 끝난 뒤, 시험결과에 스스로 낙담한 나머지 자살을 택하는 학생들이 생겨 부모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주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선택을 택하는 자녀들을 예방하기 위해서 부모들의 미리 알아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수능시험의 실패를 자살로 연결할 정도로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받아들이는 청소년이라면, 평소 학업성적에 대해 큰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부담감은 좋은 성적이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는, 그래서 미래의 성공과 행복을 얻는 유일한 방법으로 알고 있는데서 온다. 청소년 우울증은 자살로 이어질 수도 그래서 부모의 기대 수준 또는 자신의 기대수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나 만족할 만한 정도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부모로부터 뿐 아니라 자신으로부터 그리고 주변 사람(친구나 선생님)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자존감도 낮아지며 부모와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사이도 멀어지게 된다. 또한 부모나 주변 사람으로부터 압박이 크지 않더라도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청소년은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적이어서 자신의 작은 실수나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고 괴로워하거나, 실패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한다.
기대수준이 높거나 완벽 주의적 성격이 있는 학생이라면 평소 열심히 공부해서 학교 성적이나 모의시험 성적이 상위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능시험이라는 스트레스와 큰 시험에서는 실패할지 모른다는 긴장감으로 오히려 시험을 망쳐 의외로 기대이하의 성적이 나오는 수가 있다. 그러면 그 실망이 누구보다도 크고 죽고 싶은 생각이 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은 경쟁시대에 청소년의 심리 특성 상, 수능에서의 작은 실패를 인생의 실패로 과대평가함과 아울러 현재의 난관을 해결하는 방책으로 자살을 충동적으로 선택하려는 성향이 있을 수 있다. 시험 후 갑자기 문제도 나타날 수 있어 자살은 대개 우울증에 의한 것일 수 있는데, 자살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택하는 청소년의 경우, 대부분은 그 이전에 평소 우울증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우울증에 수능시험 성적이 나쁜 데 대한 실망이 겹쳐서 자살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청소년의 경우 우울증의 원인은 성적문제 이외에도 여러 원인이 겹치는 수가 많다. 즉 부모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함에 대한 죄책감,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억압, 이외에도 가정의 불화, 또래집단에서의 폭력이나 외톨이 문제, 성문제나 이성친구와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있을 수 있다. 우울증이 있는 학생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 집중력이 떨어져 공부가 잘 안되고, 주변 일에 흥미를 보이지 않고, 말이 없어지고, 행동이 느려지고, 잘 먹으려 하지 않고 그로 인한 체중이 떨어지고, 잠을 잘 못자고, 힘 없어하고 피곤해 하고, 초조해 하고, 자신이 가치 없는 사람으로 느끼고 또는 과도한 죄책감을 나타내고, 우유부단하고, 죽음에 대한 반복적 생각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을 나타내는 등이다. 어떤 청소년들은 다소 비전형적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데, 짜증이나 반항적 태도, 폭력적 행동이나 비행, 무단결석이나 가출, 폭식, 잠을 너무 많이 잠, 등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학부모들은 자녀에게서 이러한 모습들이 보이는지의 여부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자살의 위험이 커지므로 이를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때는 부모가 직접 물어 볼 수도 있으나, 이는 대개 거북한 일이기 때문에 어렵다면 정신과 전문의의 진료가 도움이 된다. 평소 아이의 또래집단에 관심을 오히려 시험 후에야 그동안 보이지 않던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다. 시험 준비기간 동안은 우울하더라고 억지로 참고 공부에 매달리다가 시험이 끝나면 우울증이 제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즉 공부 때문에 우울증이 감춰져 있다가 시험 끝나면 나타나는 것이다. 수능시험과 대학진학을 지상명제로 수험생활을 지내온 수험생들은 수능시험이 끝난 후 허탈감과 상실감에 빠지기 쉬운데, 이런 느낌이 우울증의 현상이다. 이러한 우울 기분 또는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또한 한편으로는 그동안 억눌러 왔던 우울기분을 분출하기위해, 또래들과 어울려 그동안 금지되었던 음주, 흡연, 성경험 등의 일탈행동들을 보일 수도 있다. 청소년들의 일탈행동은 대개 또래집단과 함께 행동을 하며 생긴다. 물론 또래집단을 형성하는 것은 청소년 시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오히려 또래집단에 소속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또래집단이 일탈행동을 일으키는 촉매로서 작용하지는 않아야 하겠다. 평소 자녀가 소속된 또래집단은 여가시간에 어떤 활동을 하며 어떻게 시간을 보내왔는지가 중요하다. 자녀의 귀가시간이 약속된 예정시간보다 반복적으로 늦는 경우, 음주나 흡연 등의 흔적이 느껴지는 경우, 학교나 학원의 무단결석이나 조퇴 등이 반복되는 경우, 신체적 폭력이 동반된 싸움이 있는 경우, 반복적인 거짓말이 계속되는 경우, 돈이나 물건을 훔치는 경우 등은 또래집단과 일탈행동에 어울리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실망을 잘 받아주는 것도 부모의 몫 자녀의 실망에 대해서 잘 받아줄 필요가 있다. 자녀에게 수능 성적을 잘 받지 못한 것으로 인해서 장차 어떤 일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는지를 물어보고 그 대답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이때 수능 성적을 잘 받지 못한 것을 마치 인생 전체를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해 주어야 한다. 수능은 인생에 있어 초기에 겪는 과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학교 공부 이외에도 자신을 다른 재능을 나타내서 사회에 공헌한 길이 있음을 부모 자신이 믿어야 하며 그런 신념을 자녀에게 이야기 해 줘야 한다. 자녀가 스스로 의지가 있다면 앞으로 공부 쪽이든, 또는 다른 직업 쪽이든 얼마든지 기회가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줘야 한다. 모든 학부모들에 대한 메시지 무엇보다도 성적이 나쁘다고 해서 사랑받고 존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인 것처럼 자녀가 생각하도록 하거나 절대 책망해서는 안 된다. 비록 시험성적이 나쁘더라도 자녀가 있는 모습 그대로 부모에게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자녀임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 자신 만의 경우는 아니라는 점을 심어줘야 한다. 실수는 누구에게나 용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시험에서 평소의 능력을 모두 발휘할 수는 없다. 운동경기에서도 평소에 연습하던 만큼 기량을 발휘하여 언제나 이기기는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혹시 자녀가 원하는 장래희망이나 재능에 대한 고려 없이 부모의 기대와 욕심을 자녀에게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부모 스스로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경우 청소년은 스스로의 동기 없이 마지못해 부모의 뜻에 이끌려 마지못해 공부를 하고는 있으나, 부모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부모로부터 받는 낮은 평가로 인해 스스로의 가치에 대해서 낮은 평가를 내리고, 낮은 자존감을 갖기가 쉬워진다. 또한 공부만을 강조하는 부모와의 관계가 나빠지기도 쉽다. 따라서 정말 자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도록 유도하고, 스스로 그것을 위해 공부를 하려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공부에 대해 신경 쓰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자녀와 서로 아끼고 존중하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아이와 대화를 많이 갖고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알고 그 의견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부모와 사이가 좋은 청소년이라면 여간해서 수능시험을 망쳤다고 자살하거나 일탈행동으로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 전에 이미 부모와 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 송동호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